2012.12.05
첫눈이 내렸다.
며칠 전 진눈깨비를 보긴 했지만, 그런 눈은 첫눈으로 치지 않는다.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데,
복도 끝 창에서 솜방울이 바람에 날리는 듯 했다.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기준내리는 첫눈에 알맞는 양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담장 위에 쌓인 흰눈은 추억이고 향수다.
목욕탕 굴뚝에서 흰 연기가 뿜어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싶었다.
그런데, 저 목욕탕 굴뚝에서는 여름에도 가을에도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예쁘다.
잠시 잊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사무실 근처에 정 많은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식당이 있다.
그 식당까지는 큰 걸음으로 쉰 세 걸음이면 도착 한다.
그 사이를 못참고 또 셔터를 눌렀다.
구도도 필요없다. 그냥 뷰파인더에 보이는 자체가 풍경이고 그림이다.
경찰아저씨들은 눈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사건 사고가 늘어날테니...
걷다 뒤돌아 보고,
걷다 셔터 누르고,
그 사이에도 잊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꼬르륵 소리와 함께 가마솥 설렁탕 집에 도착 했다.
제육볶음을 먹을까, 떡만둣국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만둣국을 시켰다.
이 식당에서 만둣국은 처음 주문한다.
며칠 전 주문했던 떡만둣국에는 떡과 함께 만두가 5개 들어 있었는데,
만둣국엔 만두가 10개가 들어 있다. 정말 궁금했다. 아주머니가 날 단골로 생각하셔서 정을 듬뿍 담으신건지
나를 돼지로 생각하신건지...
남기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한 그릇 다 비웠다.
역시 난 돼지였다.
돼지가 첫눈에 빠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