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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까치와의 동거! 당신의 선택은?

꼴P 2010. 3. 3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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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제 방에서 간단한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창 밖을 보던 아내가 갑자기 불평인지 앙탈인지 모를 혼잣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얘들은 왜 여기다 집을 짓고 그래... 여기다 집 지으면 나중에 위험할텐데...

무슨 일인가 나가봤더니,





▲ 50초 정도부터 보세요.


까치가 아파트 베란다 밖 에어컨 환풍기 쪽에다 나뭇가지로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달리, 저는 6살배기 딸 아이에게 좋은 경험과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길조가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아내는 현실적이었습니다.

까치가 전선을 갉아 먹을 수도 있고, 배설물 냄새와 에어컨 환풍기 쪽에 집을 지으면 에어컨도 고장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까치들의 안식처로는 좋치 않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아주 잠깐 아내와의 설왕설래가 부부싸움으로 번질 위기? ㅎㅎㅎ

당신! 트위터에 빠져 있으니까 트위터에 물어봐...

아내는 아이방으로 들어가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전 제 방에서 '트위터'와 '요즘'에 글을 남겼습니다.
각 각 한 건씩의 답글이 있었는데 답글을 보내 준 두 분다 환풍기가 좋은 장소는 아닌것 같고 모른척 하기는 곤란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내는 검색결과 에어컨 환풍기 근처에 집짓는 사례가 많은데 배설물로 인해 냄새와 철물 부식등 문제가 있다고 했고, 에어컨 고장의 위험도 따른다고 했습니다.

아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현실적으로 요목조목 따져보면 저희를 위해서는 애초에 집을 짓지 못하도록 까치에게 위협을 주는 것이 옳을지도 모릅니다.그리고 까치를 위해서도 환풍기 뒤가 안전한 안식처가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까치의 집짓기를 막는 것에 망설이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 몇 년 전, 아주 소중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3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코너를 연출할 때의 일입니다.
90M 타워크레인에 까치가 집을 지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



강원도 동해고속도로 현장으로 기억합니다. 90M타워 크레인에 까치가 집을 지었다는 현장 작업자의 제보 덕분에(?) 전 고소공포증을 무릅쓰고 현장 확인 차 크레인에 올랐습니다. 지상에서 60M까지는 공사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지만, 그 이상은 사다리로 올라가야 하는데 방송이 뭔지 참 아찔한 순간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크레인에 올라가서 확인했더니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크레인이 작동할 때마다 좌우로 움직이는(두번째 사진) 구조물에 집을 지었고, 그 안에 까치의 알이 5~6개 정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취재 후 몇 달 있다가 새끼가 알에서 깨어 나왔다는 제보로 2차 취재까지 했죠. 고소공포증보다도 까치의 새끼를 찍을 수 있다는 설렘이 더 강했답니다.

몇 달 뒤, 2차 취재 당시에는 실제로 눈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까치의 새끼들을 보니 무척 귀여웠고,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어미새가 근처 산을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구해주는 모습은 동물이지만 모성애를 느낄 수 있기에 충분했습니다.

제가 아내에게 그냥 찾아왔으니 순리대로 그냥 내버려 두자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을 겁내고 심지어 작은 참새나 비둘기조차 겁내는 6살 아이에게 좋은 경험과 산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심 때문이었습니다.
더불어 예전 새끼를 보며 느꼈던 감동을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내의 입장은 현실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매 년 3~5월 까치들의 산란기에는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농촌에서는 농작물의 피해와 전신주에 지은 까치집으로 인해 정전사고가 빈번히 일어나 까치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는 기사도 접했습니다.


 


이쯤되면 저도 살짝 고민입니다.
에어콘 실외기에 지은 까치집으로 인해 에어콘이 고장이라도 나면 다가 올 여름 우리 가족은 뜨거운 사랑을 해야 할 것이며, 혹시라도 전선을 갉아 정전사고라도 나면 우리 가족은 보이지 않는 사랑을 해야합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둥지를 찍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옆 동 아파트 실외기에는 어디서 저렇게 많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왔을까 싶을 정도로 대형주택(?)을 지었더군요.

이제 곧 까치에 관한 뉴스가 이곳 저곳에서 시작 될 것 같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해야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설물로 인한 냄새나 부식등 크고 작고를 떠난 피해는 불가피하리라 봅니다.
어느 기사의 카피처럼 '맹목적인 사랑은 그만'이라는 제목이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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