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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영상 다큐보기]허름한 사무실 한 켠에서 영화를 논하다.

꼴P 2010. 4.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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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월 첫째 주 금요일 저녁 7시.
신대방동의 은광교회 3층 작은 사무실 안에는 푸른영상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이 날은 푸른영상의 정기 모임으로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간단한 음료나 주류와 함께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 사무실 한 켠에 세워진 스크린. 이 작은 스크린을 통해 회원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한다.

 영화 감상하는 곳은 푸른 영상의 사무실 한 켠이다. 작은 스크린을 앞에두고 객석은 편하게(?) 바닥에 앉거나 의자에 앉아 영화를 감상한다. 오늘 감상한 영화는 며칠 전 막을 내린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출품되었던 4편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첫번째 영화는 석보경, 장경희, 정동욱  세분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 <방,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살던 집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이사를 가야하는 주인공이 독립을 결심하지만 만만치 않은 방값에 좌절. 동년배 대학생들의 입장을 인터뷰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방이다'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집은 많은데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없는지... 한국사회에서 집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잠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두 번째 영화는 해직교사이자 시인이었던 감독의 아빠에 관한 이야기. 전교조 활동에 참여하면서 시를 병행할 수 없었던 아빠를 바라보면서 아빠의 시를 통해 아빠가 이루고자 한 뜻과 ‘우리 사회가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변.

 

 

세 번째 영화는 보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고 제일 감정이입하게 한 영화 mistranslation. 영어 울렁증이 심한 내 뒤통수를 후리듯이 기막힌 발음으로 인터뷰를 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우상이 지배적이다. 관념없이 미국의 대학이 최고 이고, 미국에 가면 사람들이 똑똑해진다고 믿는 어린이들.

'끊임없이 영어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영어 교육에 대한 불안감.

실제 한 아이의 엄마이자 영어선생님 출신의 감독은 영어교육의 문제라기 보다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우상과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가치관, 우열감,욕망을 반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지막 영화는 하루 한 끼의 식사비가 800원 이라는 나래이션으로 날 놀라게 했던 어느 대학 미화원 아주머니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 <나의 길 위에서>

"축제 때 화장실에 오바이트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담배 꽁초 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연스럽고 걸죽하게 내뱉는 아주머니들의 인터뷰는 카메라 앞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환경미화원의 생활을 카메라로 담는 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법도 한데 아주머니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부끄러운 것이 아닌 삶의 일부고 로또에 당첨되어도 이 일을 계속 할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한 달 84만원 정도의 월급으로 자식 대학 보내려면 1년을 벌어도 등록금 내기가 힘들다는 아주머니들의 삶과 고민. 그 분들의 최저 임금에 대한 투쟁과 삶에 대한 열정을 카메라는 고스란히 담아 담백하게 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길이 보인다는 아주머니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4편의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감독의 작품이었다는 점과 더불어 독립다큐멘터리가 지루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스타일 있고 감각적이었다. 보통 음악을 잘 사용하지 않는 기존의 독립다큐와는 달리 젊은 여성감독들의 감각을 대변이라도 하 듯 적절한 음악과 그 선율에 맞는 편집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4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주제의 이야기였는데 유기적으로 관계가 있었다. 이야기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했고, 의도적으로 상영순서를 정한 것도 아닌데 먼저 관람한 영화에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다음 영화의 내용에서 나오는 듯 하기도 했다.

 영화 감상을 마치고 <송환>의 김동원 감독님과 <할매꽃>의 문정현 감독님 <길>의 김준호 감독님과 푸른영상의 꽃미남 정일건 감독님 그리고 영화를 연출한 <mistranslation>의 김보형 감독님 <나의 길 위에서>의 하샛별 감독님 <방, 있어요?>를 공동 연출한 석보경, 장경희, 정동욱 감독님 그리고 몇 몇 회원 분들이 모여 맥주와 꿀꽈배기를 안주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 가입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다큐보기를 할 때마다 공교롭게 일이 생겨 1년에 한 번 정도 밖에 참석을 못햇던 것 같다. 사무실에 옹기 종기 모여 독립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는 매력도 매력이지만, 맥주에 과자 안주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가족같은 분위기가 좋다. 제일 처음 다큐보기에 참석한 것이 3년 전 신년회였는데 삼합과 막걸리를 먹었던 기억, 그 다음 해도 신년에 참석했다가 근처 소주집에서 새벽까지 진하게 마시며 영화에 대한 독립 다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들. 지금 푸른영상이 엥꼬(?)라고 김동원 감독님의 짧은 농담이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삶에 대한 고찰을 리얼하게 영상으로 이야기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고 씁쓸했다. 더 많은 관객들과 자주 소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인디다큐페스티벌 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어야 상영할 수 있는 배급구조도 아쉽다.

 허름한 사무실 한 켠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했지만, 
이 날 모인 영화 감독님들과 푸른영상 회원들의 영화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 그것이 전부이고 느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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