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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의 책장 속의 책!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편

꼴P 2013. 8.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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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닷컴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만 3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러니, 이 책을 구입한 지도 만 3년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런데, 아직 다 읽지 못했다. 하루 53페이지씩만 읽어도 웬만한 책은 일주일이면 한 권을 읽을 듯 싶다. 


하루 53페이지 독서하고 짧은 생각하기! 


꼴찌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젝트다!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읽고 있다.  '2박 3일의 남도 기행' 에피소드 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여행은 과정을 무시한 목적지 위주의 여행이었다. 그게 얼마나 바보 여행이었던가를 알 것 같았다. 어디를 가기로 정하면 먼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갈 수 있는 교통편을 강구하고 가면서 통과하게 되는 고속도로나 국도변의 풍경은 가능한 한 빨리 스치는 게 수였다. ' p29~30 


느린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불리할 것은 없다. 특히 여행에 있어서는 누구나 빠른 것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일테니까...


그런데, '여행' 이라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 표시되어 있다. 한자로는 어떤 의미일까? 


여 (旅) : 나그네 여 

행 (行) : 다닐 행 


'나그네처럼 다니다' 로 해석한다면 천천히 두루 살피며 다니는 것이 여행의 참 의미일 것이다. 


'휴가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갔다 오면 더욱 피곤하고 짜증스러워지는 것은 관광 인파와의 부대낌 때문만은 아니다. 기도 가도 심지어 산간벽지까지도 골고루 걸레처럼 널려 있는 문명의 쓰레기와 상업주의 때문에 이 땅에서 도시적인 걸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식한 어쩔 수 없는 결과였을 것이다.' p30 


우리는 매일 여행하며 살고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고,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을 사는 우리는 죽기 전까지 우주 속 지구 정거장에 정차중이며, 인생(人生)이라는 시간만큼 여행중인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죽음 앞에서 그 '넓음'과 '많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빨리빨리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느린 걸음으로 여행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인 것 같다. 


아내는 직장에서 며칠 동안 휴가를 얻었다. 딸 아이를 이웃사촌 댁에 맡기고 결혼 후 처음으로 단 둘이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밥도 마주보고 먹고, 잠도 곁에서 함께 자고, 조금 의미있고 다른 여행일 것이다.   


'토요일 오후의 서울역 혼잡을 무엇에 비길까. 기차도 타기 전에 어질어질 멀미가 났다. 멀미 중 사람 멀미가 제일 고약한 것은 평소 자신에게 있다고 믿었던 인류애니 인도주의니 하는 것이 실은 얼마나 믿을 게 못 된다는 자기혐오 때문일 것이다' p29 



며칠 샤워를 제대로 못했더니 아내는 나더러 냄새가 난다고 구박이다. 그런데, 그 잔소리가 영 듣기 싫지가 않다. 평소 늦은 귀가와 과음때문에 듣던 잔소리랑은 전혀 다른 옥타브에 좋은 느낌이 실린 잔소리기 때문이다. 아내도 내게서 나는 냄새가 마냥 싫지는 않을 것이다. 


30대 이전에는 날 낳아주신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이었다면, 30대 이후에는 둘이 하나 되어 지은 울타리에서 내가 선택한 인연과 함께 여행을 한다.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과 동행 중에 간이역에서 잠시 정차중인 셈이다. 


이 간이역을 지나면 또 다른 간이역에 다다를 때까지 소소한 풍경을 만끽할 것이며,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자세로 느린 걸음을 계속 할 것이다. 개구쟁이 스머프2에 이런 대사가 있다. 


어떻게 태어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10점
박완서 지음/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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