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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의 일기장을 한 권의 책으로 선물한 담임선생님

꼴P 2015. 2. 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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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의 일기장을 한 권의 책으로 선물한 담임선생님 




지난주 금요일(2015년 2월 13일). 딸이 내게 건넨 한 권의 책(?)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딸은 아무런 감흥이 없어 보였지만 내겐 큰 감동이었다. 


책 아닌 책, 그것은 딸이 한 해 동안 쓴 일기장을 딸의 담임선생님이 한 권으로 묶은 책(?)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기장 마지막 장과 다음 일기장 첫 장을 연결한 것이다. 






총 6 권의 일기장을 한 권으로 묶어서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에 반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는 것이다.  



블로거들이나 다큐멘터리 감독들이나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6권으로 된 딸의 일기장 속에는 학급 회장 선출에 관한 이야기서 부터 세월호 사건, 엄마 아빠에 대한 감사와 미움 등등 많은 사건과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반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준비한 담임 선생님의 일기장 선물은, 아이들에게 관심밖일 수 있지만 소중한 선물인 것임에 틀림없다. 바로 삶의 기록이고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감동적이고 멋있다는 댓글과 공유이어져...



 

내가 받은 감동을 바로 페이스북에 공유했더니, 평소보다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이 공유를 하기도 했다. 댓글의 반응은 기혼, 미혼에 상관없이 감동적이고 멋있다는 공통된 의견이었다. 


"멋진데요!~" 

"완전 정성가득 샘이시네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잘 보관했다가 아이에게 돌려주면 좋겠네요" 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현재 교사인 페이스북 친구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전 사진이랑 편지했었는데..... 저거 진짜 엄청 정성이신 거에요. 한명씩 따로 선물 준비하는 게 진짜 어렵거든요. 개인선물 하시는 정도면 반 분위기도 좋았을테고 쌤도 아이들에게 정이 되게 많으셨던 걸 거에요. 근데 애들 맘이 쌤들 맘 같지 않아서 저런 정성을 잘 모르기에 아쉬운데, 부모님께서라도 알아주시니 담임쌤이 되게 뿌듯하실 것 같아요:)"






딸이 다니는 학교에 처음 부임받은 담임 선생님, 


겨자씨반이라는 별칭을 매겨.






일기책 첫 표지에 겨자씨반 1기라고 적혀 있었다. 유치원 생도 아니고 딸에게 겨자씨반이 뭐냐고 물었다. 


"겨자씨는 작지만 나중에 무럭무럭 자라는 거잖아..." 


실제 겨자씨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작은 것을 언급할 때 쓰이는 대명사라고 한다. 그러나 성장하면 4~5미터 정도로 성장한다고 한다. 딸에게 물었더니 담임선생님은 부임한 지 첫 해였고, 두 번째 담임을 맡는 반은 겨자씨반 2기가 된다는 것이다.  





일기장 하단에는 선생님의 생각을 답글로 담아



 

일기장을 딸의 동의하에 펼치고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딸의 일기 아래에는 OO님 이라는 존칭으로 담임선생님의 생각이 담긴 답글이 적혀 있었다. 30명 정도의 반 아이들 일기를 모두 읽고 답글을 쓰는 일이 쉬운일이 아닐텐데 그 정성과 관심에 감동 받았다. 





 


블로디리포트 세 번째 이야기를 마치며...


우리는 얼마 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 학대와 관련된 뉴스에 분노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에 불안하다. 그러나, 한편에는 반 아이들에게 존칭을 써가며 사랑과 관심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참교육자도 있다. 


기록을 하는 블로거이자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딸이 담임선생님께 돌려 받은 이 일기장은 페이스북 친구가 남긴 댓글처럼 소중하게 보관했다가 10년 뒤 딸이 스무살 되는 해에 다시 돌려줄 생각이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겨자씨가 무럭무럭 자라 작은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있듯이 지금은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하는 딸이지만, 성인이 됐을 때 한 권으로 묶인 이 일기장을 펼쳐 보면서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억과 유년시절의 단편 조각들이 필름처럼 스쳐갈 것이다. 


아마도 그때는 기억보다 사랑과 감사의 느낌을 깨닫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열정적인 꼴찌가 좋다! 
꼴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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