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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질주하는 사냥개 영상을 보고 떠오른 툰드라의 추억

꼴P 2016. 3. 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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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사냥개들이 사냥감을 쫓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다가 문든 스친 짧은 생각! 2016년 3월의 두 번째 글입니다.





2010년 선배의 제안으로 3주 동안 툰드라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겪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투바공화국의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에서 곰사냥을 하는 모습을 찍겠다고 타이가 숲에서 2박 3일 야영을 한 적이 있다. 곰은 보지도 못했고, 결국 뭔가를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사슴을 사냥하는 모습을 담았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한 마을 사람들은 사슴의 가죽을 벗겨서 나무에 매달고 제를 지냈다. 다음 생에는 좋은 곳에서 태어나라는 뜻이란다.



무식한 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주제라면서 이런 사냥을 찍어야 하냐고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는 마을 사람들의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생활방식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날 데리고 다닌 선배는 참 답답했을 거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그런데 가끔 셋은 또 알고...ㅋㅋ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은 사냥한 사슴을 분배하는 장면이었다. 사냥한 사슴을 부위 별로 잘라 사냥 온 사람들끼리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분배의 원칙이었다.





사냥하러 타이가 숲으로 이동하는 길에 지프차량 2대 중 한 대가 고장이 났다. 촬영팀은 스케줄 상 시간이 없었기에, 한 대가 먼저 이동해서 촬영을 진행하고 고장난 차량은 수리 후 합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들은 동료를 두고 먼저 이동하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사냥한 사냥감은 똑같이 분배하고, 동료는 두고 가지 않는 것. 그것이 툰드라 법칙이란다.

그때 무식하지만, 상생이 무엇인지 조금 배웠다. 

사냥감을 쫓는 사냥개들의 전력질주하는 영상을 보면서 스친 짧은 생각은 태초부터 세상은 강자와 약자의 가늠에 의해 둘로 나뉘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냥개들은 그렇게 길들여 진 것이다. 주인이 신호를 주면 무조건 잡아야 하고, 잡고 나면 머리 한 번 쓰다듬 받는 거 뿐인데, 전력을 다해 본능적으로 달린다.  


사냥꾼은 자신의 자식에게 사냥하는 법과 사냥개를 가르치는 법을 또 가르친다. 오랫동안 사냥꾼 밑에서 자란 어린 사냥꾼은 사냥도 중요하지만, 사냥개가 자기 말을 잘 듣도록 군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배운다. 


사냥은 툰드라 출장 때 선배가 한 말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생활 방식이었다. 사냥이 강자와 약자의 프레임이 아닌 생활방식이었으면 좋겠는데, 숲이 아닌 정글이 아닌 우리가 숨 쉬는 곳곳에서 사냥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짧은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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