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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PD의 짧은 생각] 설레발

꼴P 2017. 10. 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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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일이다. 


드라마 동시녹음 스태프로 일할 때 히말라야 출장 소식이 들렸다. 비행기도 타 본 경험이 없는 내가 히말라야 출장이라니! 며칠 동안 잠을 설쳤던 것 같다. 


그러나!!


제작비 문제로 동시녹음 스태프는 인원수 제한에 걸려 무산되고 말았다. 내 설렘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10여 년 전 일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연출 스탭으로 참여해 바누아투 공화국 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긴장보다는 설렘이 컸다. 당시만 해도 해외 출장 경험이 일본을 다녀온 경험밖에 없었다. 1500만 원 정도의 출장비까지 받고 나니 해외 출장이 현실이구나 싶었다. 해외출장에 대한 기대감에 호들갑을 떨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출장 하루 전, 선배로부터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출장비를 반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거다. 

선배의 아이템이 출장 하루 전에 반려된 것이다. 


그때 머릿속 메모장에 메모해 둔 한 구절. 


0에서 1을 쓰기 전까지 시작되는 것은 없다. 


2달여 전 일이다. 


반복되는 라임으로 코너명을 기획해서 차근차근 준비한 콘텐츠가 있다. 소셜미디어를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유통 확산하겠다는 것이 꼴찌닷컴의 신조인데, 그동안 뭐 하나 제대로 만든 콘텐츠가 없었다는 자각과 반성에 열의를 다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준비한 영상콘텐츠의 메인 MC 두 명과 최종 기획 회의를 마쳤다. 다음 주 촬영 스케줄까지 잡았다. 이제 시작이구나! 이제 0에서 1을 쓰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설렜다. 진행비를 오버해가며 출연진과 저녁 회식을 했다.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전혀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다. 


"하차하겠습니다!" 


MC 중 한 명이 하차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차하겠다는 말에 관하여 농담인지 진담인지 재차 물었다. 하차하겠다는 의사가 진심이라는 확답을 들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후부터 출연 의사를 몇 차례 반복해서 물었다.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출연의사를 확인했었다. 


시너지를 끌어 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만으로 모든 일이 성사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의 사건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내 직관을 믿어도 된다는 확신을 주는 계기가 되었고, 

사람의 마음은 어느 순간에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며,

여전히 0에서 1을 쓰기 전까지 시작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설레발 치지 말자! 



ⓒ꼴찌닷컴 


글 / 꼴찌PD 

kkolzzi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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