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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6.2 지방선거로 인한 서울광장 근처 편의점 알바생의 비애

꼴P 2010. 6. 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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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기도하고,
함성을 지르며 한 층 고조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앞에는 촛불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작은 불빛 하나가 느낌있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새벽 3시에도 사람들은 귀가의 뜻이 없어 보였습니다. 
 

새벽 4시에도 사람들은 광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누가 당선될지 모르는 박빙의 각본없는 드라마였습니다. 드라마의 엔딩을 확인하고 환호성과 만세를 기다리는 듯 했습니다. 새벽2시 이후 개표사항에 앞서가던 한명숙 후보가 화면에 나올 때 마다 '한명숙'을 외치고 박수를 치던 사람들이 새벽 4시 이후 오세훈 후보의 득표수가 앞서가자 분위기는 급반전 되었습니다.



새벽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서울광장 근처에서,무척 바쁘게 일하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근처 편의점에서 두 달째 일하고 있다는 스무살의 청년이었습니다.  


새벽 4시가 넘어 컵라면 하나를 먹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섰습니다.뜨거운 물을 붓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손님과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아니, 실랑이가 아니라 순진하고 어린 아르바이트생에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취중의 남자가 매너 저렴하게 일방적으로 막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광장 근처에 그 시각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었고, 술을 사러 들어 온 손님 둘 중 한 명이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입니다. 편의점이 있는 빌딩 건물안에 화장실이 있는데 규정상 편의점 직원 외에 다른 사람은 사용을 못하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취중이었던 손님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막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화장실 위치를 말하라고 했습니다. 어린 아르바이트생은 어쩔 수 없이 위치를 알려줬지만, 결국 빌딩 경비아저씨의 저지로 손님들은 결국 화장실 이용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화장실 사용도 맘 편하게 못하게 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 화장실을 맘대로 사용하게 했다가 어떤 사람이 빌딩 내 사무실에 들어가 물건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후 그런 규정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실제 편의점 바로 앞 지하도에 화장실이 있는데 그 시각에는 들어갈 수 없게 문이 잠겨있었고, 주변에 다른 경비아저씨께 근처에 화장실 사용할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새벽4시가 넘은 시각이 되어서는 취중에 노상방뇨를 하는 분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한다는 아르바이트생은 여느 때 이 시각엔 물건을 정리하고 손님이 없어 쉬는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새벽 늦게까지 광장에 모인 사람들로 인해 특수를 누리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는 평소의 몇 배 작업량이라고 합니다.


실제 이 날 곳곳에 쌓인 술병과 쓰레기 양은 적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아마 환경미화원들도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뒷 정리를 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새벽 5시가 되자 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조금씩 줄기 시작했습니다.  




6.2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이 정권의 변화에 꽃을 피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의 표심을 얻었고, 한나라당에 승리를 했습니다. 다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밤을 새며 확인하고 싶었던 서울 시장 당선 결과는 땀을 쥐게하는 각축전 끝에 오세훈 후보가 결국 서울시장으로 당선 되었습니다. 최초의 재선 시장이라는 작은 의미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강남공화국' 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보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의 생활처럼 우리 주변의 작은 곳에도 따뜻한 시선을 아끼지 않는 시장님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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