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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라질 골목 풍경들, 사진에 낙서하다.

꼴P 2020. 9. 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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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목에서 자랐다. 유튜브 채널 간판에 콘텐츠 골목 식품이라고 적은 이유도 단칸방 골목 식품에서 자랐던 기억, 그 기억이 그다지 나쁘진 않다. 내 부모는 찌들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찌들지 않아 세상 철 모르고 자랐기 때문이다. 두 달 넘게 집주인 어르신과 월세 5만 원 차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이 동네와 2층의 공간이 무척 탐났다. 월세 5만 원은 정말 운 좋게도 집주인 할아버지와 계약 전화를 하면서 깎을 수 있었고, 계약 후 6개월 동안 냉랭하던 할머니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전략은 장 보러 다녀오시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짐을 들어다 3층 집으로 옮겨 드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눈치껏 작업실 월세를 동결해가며 버티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상 기록 업무 차 만난 대표한테 작은 그림책을 하나 선물 받았다. '가리봉 스케치'라고 적혀 있는 책은 가리봉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렸고, 그림이 새겨진 옆 페이지에는 메모가 적혀 있다. 받아서 몇 페이지 넘기다가 자연스럽게 '아...' 의성어가 절로 나왔다. 나는 실행하지 못하는 사진과 낙서 아이템과 꼭 닮은 책이었다. 물론, 차이는 그 그림은 예술가가 그렸다는 점이고, 나의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는 점이겠다.

예술이건 아니건 간에 중요한 건, 기록하고 실행했다는 점이다. 나는 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많다. 그 생각이 아이디어가 되려면 실행으로 옮겨져야 하는 것이다.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취미로 하면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고, 또 다른 이들과 사유하고 공유하고 싶어 기획했던 아이템이 있다. 사진책이라고 할 수는 없고, 사진과 낙서 노트 정도 되겠다. 내가 촬영한 사진 옆 여백에 사진을 본 이들이 짧은 낙서나 메모를 할 수 있는 노트. 그렇다. 내가 만들고 싶은 아이템은 낙서장이었다.

'가리봉 스케치'를 보면서 작업실 골목 풍경 기록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재개발 소식이 아주 오래 전 부터 있었으나, 진척이 없어보였는데 요즘 분위기는 꽤 심상치 않은 것 같다. 따라서, 곧 사라질 풍경들인 것이다. 그래서, 비오는 오전 사람이 한 적한 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이리저리 훑었다. 그리고, 마구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딱 53컷 만 찍기로 했다. 

53cut 갤러리 

 

영상으로 사진 감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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