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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꼴P 2010. 6.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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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모두 변해 가는 모습에 나도 따라 변하겠지...'

10년 전 자주 듣던 노래의 가사말이다.

난 오늘 6년 만에 대학 동창을 만났다.

사람들이 많이 변하듯이

친구도 많이 변해있었다.



며칠 전, 대학교수님께서 단체 메일을 보내 주셨습니다. 학번 별로 연락처를 정리하셔서 보내주셨는데, 간단한 주소와 직장, 그리고 휴대전화번호를 기재하셨습니다. 몇 몇 친구들이야 졸업후에도 자주 만나고 연락하지만, 대부분의 동기들과 후배들과는 연락을 자주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연락처를 훑어보다가 꼭 한 번 연락하고픈 친구가 있었습니다.

신설학과였던 우리과 첫 오리엔테이션 때 술도 한 잔 못하던 재수생. 맘도 여리고 학창시절 동안 공부만 했을 것 같았던 녀석에게 저는 소주를 권했고, 카드게임도 알려줬었죠. 입학하고 난 후에도 그 친구는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방송반에 들어가서 거의 혼자 지냈습니다. 대학 1년을 마치고 난 후,나라의 부름때문에 서로 헤어졌고, 전 개인사정으로 복학을 한 해 미룬 이유로 친구와는 졸업도 같이 못하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2004년 우연히 친구 녀석은 같은 분야에서 편집감독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외주 제작사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전 친구와 파일럿 프로그램을 함께 했습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정규프로그램이 되질 못했고, 그 후론 서로 바쁘고 서로 챙기지 못해 6년 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로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메일이 계기가 되어 전 며칠 전,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저...박감독님 되시죠?"

괜히 장난끼가 발동했습니다.

"저... 기억하실런지 모르겠는데요"
"누구세요?"
"저... 목소리를 기억 못하시는 것 보니까 제가 무척 오랫동안 연락 못드린 것 같습니다."
"네...그런데 누구시죠?"
"나야!!! 인마!!!"

제 이름을 밝히고나니 친구의 목소리 데시벨이 더 낮아집니다.(ㅠ.ㅠ)
저 혼자 깔깔 웃으며 아는 척 했습니다.

"어...그래 잘 지냈니?"

친구는 절 무척(?) 반겨 주었습니다. 저는 아랑곳않고 좀 오버스럽게

"어이 친구! 얼마만이야... 목소리도 여전하고, 애는 잘 크지? 하하하"

참 식상한 인사입니다.

알고보니 친구녀석은 제가 근무했던 일터에서, 조금 과한 표현을 하자면 _넘어지면 무릎 다칠 거리_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당장 만나! 당장 만나!' 

노래 가사말처럼 친구와 약속을 잡고,

바로 몇 시간 전, 가장 오래된 오겹살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 건 술집에서 친구와 술 잔을 마주했습니다. 

막상 만나고보니 예상보다 더욱 현실적인 친구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맡은 분야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심지어 또 다른 직업으로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뭐하냐는 질문에 

"어..난 하던 거 쭉해..."
"하던거? 뭐하는데...?"
"어...요즘 놀아"


친구녀석은 아주 잠깐 동공 확장!   

"반갑다! 친구야!!!"

학창시절 국어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문장의 연결. 적절한 어휘 구사력이 밑바닥이라 반가움의 표현이 뭐...20초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말 좀 못하고 표현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앞에서 전 술도 먹기 전에 이미 취했습니다. 잔을 비우고 잔을 채우는 동안 그 동안의 일,가족,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안주 삼았습니다.

뭐...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야기 소재는 무궁무진했습니다.
육아부터 연애시절, 트위터, 방송환경 등...

이야기를 듣다보니,친구는 지극히 현실적인 30대 후반의 가장이었습니다. 연봉을 따지고, 아이의 유치원 등록금을 논하고, 돈이 인생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소주 잔을 거의 혼자 비웠습니다. 2시간도 채 되질 않았는데 소주 빈 병이 테이블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술 한 잔하면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나의 해마를 해머로 내리치며 간뇌와 중추신경을 자극하면서 술을 권합니다. 
하지만, 친구는 단호히 처자식 걱정을 하면서 내 귀가를 걱정합니다. 

6648 마을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속에 비친 여러명의 나를 발견합니다.
하루에 내 얼굴을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흉칙하게 빠진 머리, 삐죽 삐죽 새어나온 콧털.
피터팬처럼 늙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 덧 속알머리가 없어 화산분화구마냥
허연 속살이 보이고, 이마는 소부대 연병장처럼 넓디 넓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는가 봅니다.
나도 변했듯이...
세상의 모든것이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너도 변하는가 봅니다.

변해도 변해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느낌'입니다.
변해도 변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입니다.

변해도 변해도 항상 간직해야 할 것은 행복할 권리입니다. 
 
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지금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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