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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포화속으로 - 사람에 대한 이야기 없이 총소리만 들리는 아쉬운 영화

꼴P 2010. 6. 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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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6월 25일이면 TV에서 들려주고, 학교에서도 제창했던 노래.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짖밟아 오던 날을...'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가사말을 보니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합창부였던 나는 시내 독창대회에서 1등을 하고, 지역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른 적이 많았는데,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렀던 노래가 '우리의 소원' 이었습니다. 학교에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이 세워져 있었고, 때때로 강당이나 회관등에서 김일성을 붉은 돼지로 표현하고 북한군을 늑대로 표현하는 반공만화영화를 단체감상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수 없었던 유일한 시간은 체육시간과 교련시간이었습니다. 교련이라는 수업이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 일주일에 한 번씩 교련복을 입고 마치 학도병이 된 양 제식훈련을 하던 그 때.

세월이 흘러 이제 통일에 대한 염원은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사회현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그러드는 것 같기도 하고,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30여년 전 처럼 북에 대한 긴장감과 적대감만 쌓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서울시에서는 전쟁 발생에 관한 시나리오 공모전까지 있었고, '초등학생의 35%가 6.25전쟁이 북침이었다고 알고있다' 는 내용의 글 등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혀를 차게 하는 상황들입니다. 전쟁 60주년에 맞춰 전쟁에 관한 영화와 드라마가 관객들을 찾고 있습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흥행은 기본으로 한다?


며칠 전, 조조할인으로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아침일찍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총 제작비 113억원에 김승우,차승원,권상우,탑 의 조합이 어떨지 궁금했고, 무엇보다 <쉬리>,<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등 전쟁과 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흥행처럼 영화 '포화속으로' 가 흥행속으로 질주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누가 제작비 3천 만원만 투자해줘도 시골로 다니면서 사람이야기 담아 다큐멘터리 '시골속으로' 만들 수 있을텐데...)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 전쟁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 이를테면 <쉬리>,<태극기 휘날리며>,<실미도>등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서 큰 수익을 올렸고, <포화속으로> 또한 월드컵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10일만에 관객수 150만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6.25전쟁 당시 일어난 71명 학도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철부지 학생들이었을 71명의 학도병들이 군사요충지를 지키기위해 낙동강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을 대신해 포항의 한 학교에서 북한군과 벌이는 전투. 이것이 영화 내용의 전부입니다.

김승우 VS 차승원 그리고 권상우 VS 탑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 생각하는 꼴찌의 주관적인 시각입니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 영화의 내용은 기존의 전쟁영화와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지만, 네 배우의 조합은 예상하기도 힘들었고 어떤 역할일지 궁금했습니다.

우선, 영화의 축을 이루었던 학도병 권상우 대 탑의 연기대결.


벌써 블로그나 언론에서 입소문처럼 퍼지고 있는 탑의 연기는 '아이리스'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고,짐승 연기돌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영화 속 눈빛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반대로 권상우의 연기는 큰 변화 없어보였고 심지어 영화 개봉 후 뺑소니 사건까지 악재가 겹쳐 이 둘의 대결은 탑의 완승입니다. 

남한의 대위 역할을 맡았던 김승우와 북한의 대대장 역할을 맡았던 차승원


배우 김승우를 보며 아이리스를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카리스마 듬뿍 담긴 연기를 기대하는것은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허나, 이번 영화에서 아쉽게도 그는 뚜렷한 색깔이 없었습니다. 군인으로서의 카리스마도 없었고, 학도병들을 위해 전장에서 포항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도 무색무미였습니다. 영화 내 내 아이리스에서의 역할에 대한 잔상이 남고 그 카리스마를 기대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지만, 연기력있는 명배우임에도 이번 영화에서는 그 색과 맛을 뽐내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우 차승원은 어부지리 한 셈입니다. 폼생폼사로 치면 뒤쳐지지 않을 그는 북한군 대대장역을 맡고 영화에서 제대로 폼잡고 폼나게 죽습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카리스마를 담으려 어깨에 힘 좀 들어갔지만, 탑과 더불어 눈빛연기나 북한군 사투리 대사처리도 깔끔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의 홍일점이나 마찬가지였던 배우 박진희. 몇 씬 안되는 출연이었지만, 영화 <친정엄마>에서의 딸 역할보다 영화 속 간호사역이 박진희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더 잘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co_jini 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사용하는 배우 박진희님에게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했습니다. 

@eco_jini '오늘 <포화속으로>를 감상하면서 <친정엄마>에서의 느낌보다 더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였어요.배우님께선 어느 영화가 더 잔상이 남으시나요?'

라는 질문에 배우 박진희는

@kkolzzi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으니...어째요~~~   

라며, 어찌보면 영화배우에게 참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 걸 수도 있는데 현명하게 답해주셨습니다.

주연을 맡은 네 명의 배우들과 학도병 역할을 맡았던 많은 조연배우들. 그리고 배우 박진희까지 질문에 대한 답처럼 모두가 이 영화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연기했으리라 봅니다. 

사람의 이야기없이 총소리만 있는 아쉬운 영화!

지극히 개인적이고 논리, 근거없이 정리한 영화 <포화속으로>는 연기력있는 배우들의 호화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없는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속에는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학도병 중대장 역할을 맡은 탑과 탑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성령 사이에는 대사도 한 마디 없었고, 이미지와 편지만으로 관계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학도병들 사이에서도 뭔가 끈끈한 우정과 갈등을 더 밀도있고 세심하게 그렸어야 했는데 겉핥기 식이었습니다. 형제 학도병 중 동생의 죽음을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려 했지만, 그 또한 소재일 뿐이었고 감정이입을 할 만한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 시골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재미난 일상을 회상장면으로 잠깐 보여주던가.  학도병과 어머니 사이의 일상. 고막이 터진 귀를 치료하는 박진희와의 장면에서도 관객들은 둘이 예전에 알던 사이였나? 라고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시간때문이었는지 생략과 압축의 묘를 살리려 했는지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영화를 보시게 되면 꼭 보셔야 할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가 끝이나고 스탭스크롤이 올라갈 때 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생존하신 분들의 인터뷰 화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스탭스크롤이 다 올라가기도 전에 상영관을 나가버리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영화 관람습관을 생각하면 미리 자막으로라도 고지가 있어야 했었는데...그 점도 아쉽습니다.

글을 쓰기위해 몇 몇 기사를 검색해봤더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진 영화임에도 권상우가 역할한 소년원 학도병은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는 설이 들립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픽션을 어느 정도 가미해야 조미료 잘 첨부된 영화가 되겠지요. 권상우의 좋지 않은 소식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지만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의 흥행이 이번에도 성공할 지 궁금합니다. 

전쟁 60주년 6.25 기념일을 맞이해 이 땅에서 영화를 통해 문화활동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해주신 호국선열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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