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PD의 제작노트

[제작노트] 틀 없는 자유로움 속에서의 조화, 즉흥연주

꼴P 2023. 9. 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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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즉흥연주워크숍 현장에 참여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랑데부'라는 이름으로 모인다. 

어떤 제한도 없다. 악기 연주도 좋고, 음악에 몸을 맡겨 즉흥 무용도 좋고, 악기 연주를 못 하는 사람은 손뼉 만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1주년을 앞둔 랑데부 워크숍,  모임의 리더 격인 작곡가 '사랑' 님을 포함해 3명은 터줏대감 식으로 매 월 참석하는 연주자였고, 이날 처음 참여한 3명의 연주자를 더해 이날은 총 6 명이 연주에 참여했다. 일레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피아노, 하모니카, 멜로디언 등 악기 구성도 다양했다. 

 

꼴P와는 오래 전 인연이 있던 조씨는 이름도 특이하고 생소한 작은 악기를 입에 물고 소리를 냈다. 악기 이름을 들었는데도 익숙치가 않다. 

동네 선후배로 알고 지내다가 이제는 즉흥연주의 파트너가 됐다는 두 남자. 9월 10일 두 남자는 피아노 즉흥연주 공연을 준비 중이다.

 

한 대의 피아노 위에 스무 개의 손가락이 현란한 춤사위를 한 바탕 벌이며, 음악에 무지한 내가 들을 때는 장난 같으면서도, 서로 호흡하며 연주를 맞춰가며 화음을 이뤄 연주하는 듯 보였다. 

 

유일한 외국인, 프랑스 국적의 연주자 로익은 전기 기타를 연주했는데, 연주 방식이 특이했다. 구둣솔로 기타 줄을 튕기기도 했고, 드럼채로 두드리기도 했다. 꽹과리에 쇠사슬을 부딪쳐 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즉흥연주에는 정형화 된 틀이 없다. 준비된 악보도 없다. 말 그대로 그날 즉흥적으로 연주를 할 뿐이다. 

그런데, 몇 차례 현장에서 기록하면서 느낀 점은 장난같기도 하고, 연주자 스스로 자아도취 속에서 제 멋대로 연주하는 것 같아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구간에서는 기묘하기도 하고, 마치 영화 배경음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연주가 펼쳐진다. 그래서, 가만히 눈을 감고 들으면 즉흥연주에 맞춰 즉흥적인 영상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다. 

이날 연주에서 잠깐, 핵오염수 방류로 인해 기형의 바다 생물체가 바닷속을 헤집는 환상이 스치기도 했다. 

오늘 10월, 즉흥연주워크숍은 1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 또한 즉흥연주다. 누가 연주에 참여할 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날 어떤 즉흥 연주가 펼쳐질지 기대 된다. 

악보에 맞춰 화음을 이루며 감성을 자극하는 조화로운 연주와는 달리, 누군가 정해 놓은 틀이 아닌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자신의 느낌대로 연주하는, 그래서 때론 공간의 사운드를 헤집고 튀고 뾰족해 질 때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 또 다시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즉흥연주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글/ 사진 : 꼴찌PD

kkolzzip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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