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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은비 사건! 인간이 절대 강자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꼴P 2010. 6. 2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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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정도였을 때의 일로 기억합니다.
  
그 해 가을,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서 시장을 재개발 할 목적으로 재래시장을 허물고 공사가 한 창이었습니다. 시끄럽게 울던 포크레인이 작동을 멈추고, 인부들도 보이지 않는 휴일 오전이면, 공사가 없는 틈을 타 동네 친구녀석들과 동전을 줍기 바빴습니다. 10원 50원 100원짜리 떨어진 동전들을 줍다보면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도 있었고, 어떤 녀석은 반지같은 악세서리도 줍고 별의 별 물건들이 다 나오는 곳이었죠. 그곳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잠자리도 잡고 우리에겐 그만한 놀이터가 없었죠. 그렇게 시골에서 보낸 유년시절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그 소중한 추억중에는 쓰라린 기억도 함께 합니다. 

잠자리 시집 보낸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잠자리 두 마리를 잡아서 꼬리를 조금씩 떼어내고 그 사이로 성냥개비를 연결해 하늘로 날려보내는 고약한 놀이가 있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유래되었는 지 모르지만 그 행위를 우리는 잠자리를 시집보낸다고 표현했습니다. 꼬리가 떼어진 채로 성냥개비를 사이에 두고 하나가 된 잠자리는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날개짓을 하다보니, 쉽게 날 수가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죠. 저를 비롯한 동네 꼬마 녀석들은 날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잠자리의 모습에 재밌어하며 박수를 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약한 행위를 주동했던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사장에서 유리를 밟아 발바닥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금새 흰 양말은 붉은 선혈로 물들었고, 집까지 울면서 절뚝거리며 돌아왔습니다. 놀란 어머니는 발 상처를 급하게 소독하시고 연고를 발라주셨습니다. 유리가 박히지 않아 다행이라고 하시던 어머니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시면서 집에 일찍 일찍 다니고 공부하랬더니 말 안들어서 이렇게 다치는 거 아니냐며 오히려 발 상처보다 더 따끔하게 혼을 내셨습니다. 

전 어린 마음에,발에 입은 상처와 어머니께 혼난 모든 일이 잠자리 시집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잠자리를 잡는 것만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을텐데, 잠자리의 꼬리를 잘라 피해를 주었기 때문에 이런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근거없는 생각의 정리이긴 하지만요. 그것이 우연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런 일들을 인과응보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어제 트위터와 인터넷을 통해 '고양이 은비 사건'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유년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건의 주인공은 CCTV화면상으로 취중이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이 사건에 대해 '사람에게 그렇게 심한 공격을 받았음에도 고양이가 물거나 할퀴지 않은 이유가 그 고양이는 애완용으로 사람에게 길러졌으며 사람에 대한 믿음때문'이라고 정리한 글을 보니, 예고없는 죽음을 당한 고양이가 더욱불쌍했습니다. 무엇보다 고양이를 10층 밖으로 내던졌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벌금이 고작 50만원 밖에 되질 않느냐는 항의성 짙은 글과 동물사랑 실천협회(www.fromcare.org)에서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은 싸이코패스로 간주해야 하므로 치료가 필요하고 더 이상의 마녀사냥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긴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과 동물사이에는 사람보다 더한 우정과 사랑이 있을 수 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SBS 교양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코너를 연출하면서 다양하고 재미난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특별한 재주를 가진 개나 고양이 등과 같은 동물들에 관한 취재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템에는 꼭 사람과 동물간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몇 몇 아이템은 2002년 봄, 일명 <오수의 개>라고 불려진 아이템이었습니다.


오수의 개
 

술에 취한 채 불이난 줄 모르고 세상모른 채 잠에 빠져있던 주인을

구하기 위해 흐르는 냇물에 온몸을 적셔 불타오르는 잔디 밭 위를

수십 수백 번을 뒹굴며 불길을 막아 낸 충견!



당시 항공대에 다니고 있던 대학생이 자취방에서 잠든 사이 방에 불이났고, 깊이 잠든 주인을 개가 옷자락을 물어 당겨 깨웠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진도에서는 주인이 간경화로 죽고 난 후, 주인과 함께 지내던 방에서 3일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않은 채 꼼짝안하고 방을 지켰던 진도개도 있었습니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니었지만, 함께 거리를 지나다니던 유기견 한 쌍 중 암컷이 교통사고로 죽자, 그 시체를 일주일동안 옆에서 지켜주며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던 개도 있었습니다. 

이상은 내가 연출했던 아이템이었고, 그 외에도 개와 동물에 관한 아이템 촬영을 다닐 때마다 느꼈던 점은 '동물들의 눈빛이 사람의 눈빛과 별 다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동물들도 사랑이나 우정 같은 감정을 담고있구나, 이별의 아픔이 있구나라는 사실.워낭소리에서 소의 눈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보다 더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듯이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반려동물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벌금을 50만원 이상 내야 하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서명을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나와 함께 하는, 나와 함께 숨쉬고 있는 사물에 대한 시선. 그리고 인간의 추악한 폭력본능을 어떻게 자제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찰. 전 아직도 어렸을 적 개에 쫓겨 100미터 전력질주 했던 트라우마에 개를 쓰다듬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복날 개를 먹는 행위로 복수를 삼지는 않습니다. ㅎㅎㅎ 확~ 스쳐가는 생각은 고양이 은비 사건을 막 뭐라하는 사람들 중에 개고기 자시는 양반들 안계시려나...요?

이제 곧 시작될 장마로 인해 분명 암울한 뉴스가 들려올 것이 뻔합니다. 태풍이 휘몰고 가면 꼭 들리는 뉴스. 인명피해와 피할 수 없는 재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만큼 그 위에 당신을 지켜보는 대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로 불러내서 가슴팍 때리던 중딩시절 학우는 지금쯤 잘 살고 있을까?... 

절대 일등도 없고, 절대 꼴찌도 없듯이 절대 강자도 없고 절대 약자도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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