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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1교시 국어 시험이 끝나자 교실 밖으로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꼴P 2023. 11. 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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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PD의 세상 돋보기! 꼴찌PD의 짧은 생각

 

 

2023 대학입시 수능이 끝났다. 시험장으로 향하기 전, 집을 나서는 딸을 아주 오랜만에 안아 볼 수 있었다. '아무 말하지 말고 그냥 안아 줘'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먼저 경험한 선배의 충고라는 친구의 말대로 아무 말 없이 안았다. 학창 시절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당시 학력고시를 치른 때에 긴장했던 기억은 없다. 그런데, 딸이 시험 보러 간 사이 뜻밖의 긴장감에 사뭇 놀랐다. 친구들이랑 같이 집에 갈 테니 오지 말라는 딸의 말을 무시하고, 멀리서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딸이 시험을 치른 학교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수능 시간표를 검색했을 때는 5교시 시험 끝이 5:40분으로 돼 있었다. 현장에 5시 3분 경 도착했는데, 이미 수험생들이 하나 둘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꽃을 선물하는 엄마도 있었고, 안아주는 부모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나오는 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빠가 여기 왜 있어??" 

역시, 털털한 녀석이다. 수고했어라는 말과 함께 안으려고 했더니, 주변 친구들 때문인지 뒷걸음질을 한다. 얼굴만 보고 바로 작업실로 향했다. 끝나고 나니 그동안 제대로 응원도, 도움도 못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 밤 10시가 넘어서 귀가한 딸이 아내와 나눈 대화를 듣다가 흠칫 놀랐다. 

"엄마! 우리 반에서 시험친 애 중에 1교시 국어 끝나고 바로 교실 밖으로 나간 애도 있었어" 

'킬러 문항이 없었다!'는 보도는 수험생에게 객관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왜 1교시만 보고 교실 밖으로 나갔을까? 국어 한 과목에 당락이 결정되는 것일까? 수는 시험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집 근처 독서실에서 문제집을 챙겨 온 딸이  '그동안 푼 문제집이 어마어마하네~'라고 혼잣말을 하는 걸 들었다. 대견하기도 했고, 그간 애쓴 노력의 결과가 달콤하기를 순간 빌기도 했다. 동네 재활용 분리 수거함에 꽤 무게가 나가는 문제집을 버렸다. 시험지만 없었지 매일 시험을 치르는 우리네 삶에서 고3 수능생들 모두 고생 많았다고 보듬고 격려하고 싶다.

1교시 시험만 치르고 교실 밖을 나선 학생은 순간적인 흥분에, 또는 나름의 계산과 판단에 의해 결정했으리라 생각한다. 학창 시절 꼴찌의 경험을 했던 아저씨로서 시험이 인생의 모든 건 아니라는 지금 당장은 위로도 안 될 말을 하고 싶다. 속도를 재거나, 또는 속도를 내기 위한 방편의 시험일뿐이지, 지금 수능 시험이 인생행로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감히 말한다. 

수능 치른 대한민국의 모든 고3 수험생들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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