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도서관에서 진행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내 마음의 정원 찾기>가 동아리 형태로 지속되기로 했다. 담당강사였던 조하연 작가가 수강생 각 자의 마음에 터파기를 해 놓고 모종을 건네며 정원을 가꾸게 한 지난 프로젝트가 끝난 후, 수강생들은 후속 동아리 모임을 통해 저마다 마음정원사가 돼고 있다.
후속 모임을 동아리 형태로 지속하기로 결정한 이후, 참여하기로 결정한 수강생들은 회의를 통해 매 월 1회 만남을 갖기로 했고, 각자 아이템을 하나씩 정해서 사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시작의 아이템은
'나를 위한 밥상' 이었다.
느낌 있지 아니한가!?
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부다. 청일점으로 끼어 있는 난 고집스럽게 참여하고 있다. 귀동냥할 느낌들이 산발적으로 무수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밥상'이라는 제목만으로 자기를 위해 차린 음식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동네 주민들을 모두 작가로 만들었다.
자신을 위해 차린 밥상 안에 더해진 삶이라는 조미료.
가족의 이야기가 있었고, 아픔이 있었고, 치유가 있었다. 나는 단지 학창시절 먹었던 추억의 양은 도시락 이야기만 더했을 뿐인데, 다양한 일상과 그 일상 속에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주부의 삶, 어머니의 삶, 이웃의 삶이 녹아 있었다.
어느 주민이 올린 돼지 두루치기 사진을 보면서, 아주 가끔씩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삼시 세끼 반찬으로 두루치기를 해 주시는 어머니가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삼시 세끼 차리시는 어머니가 정작 좋아하는 음식은 뭘까? 모임이 끝나고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하면서도 정작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지를 못했다. '생선 귀신'이라고 자신을 표현한 어느 주민은 자신이 좋아하는 생선은 잊고 어느새 '잔반처리기계'가 됐다고 표현했다. 문득, 일 마치고 들어와 찬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늦은 저녁을 먹는 아느님의 모습도 스쳤다. 나를 위한 밥상이라는 소재에 이런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사유되고 공감대를 이룰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한 장씩 올린 사진들을 스크랩했더니, 여러 삶이 녹여든 하나의 작품 같다.
느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