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PD의 제작노트

'골목'이라는 키워드는 영원한 나의 애착 아이템

꼴P 2024. 9. 1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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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골목식품이라는 흔히 말하는 구멍가게에서 자랐다. 단칸방이 하나 있었던 구멍가게를 어머니는 억척스럽게 운영을 하셨다. 기억의 조각을 다 주워 담기에는 어느새 나이를 먹었지만, '골목'이 주는 향수와 애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분꽃마을 골목축제를 마을 소식지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다. 캘린더에 메모를 해 둔 상태였고, 오전에 편집 한 꼭지 정리하고, 오후에 카메라 챙겨 현장으로 나섰다. 분꽃마을이 왜 분꽃마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는 조금 더 알아 봐야 겠지만, 마을에 분꽃을 심고, 마을 정화를 하면서 매년 골목에서 동네 어르신을 모시고 작은 축제를 해오고 있었다. 

화려한 축제는 아니어도, 골목 골목 작은 부스를 만들어서 동네 어르신들이 만들기, 먹거리 등을 체험하고, 공연도 즐기는 시간이었다. 동네 골목을 조금 둘러보다가 대추나무 한 그루가 골목 사이에서 자란 모습이 느낌이 있어 한 컷 촬영했다. 대추나무를 촬영하고 난 후 걸어가는데, 저 앞에서  국회의원 윤건영 님께서 뚜벅뚜벅 걸어오고 계셨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골목 축제 촬영하고 가세요?" 

" 네.. 아유 한참 바쁘실텐데..." 

" 많이 늦었습니다!" 

의원님과 나눈 짧은 대화다. 

 

의원님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혹시나 해서 카메라 사진을 확대해서 봤더니, 저 멀리 의원님이 프레임에 찍혀 있었다. 보좌관도 없이 혼자 걸어오는 모습이며, 한참 국회 일정에 바쁠 텐데 관내 동네 어르신들 찾아 뵙는 모습하며, 내가 뽑은 일꾼다웠다^^ 

작어실 복귀해서 촬영본 백업하고 바로 이태원으로 향했다. 동료PD가 파일럿으로 준비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을 부탁 받았다. 요리 프로그램이었는데, 시식도 할 겸 오랜 만에 후배들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이태원의 골목은 구로의 골목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오후 7시. 촬영 시간이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PD의 모습이 한 편으론 부럽고, 한 편으론 편집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염려스럽기도 했다. 카메라 5대에 출연자만 20명 정도니 나라면 머리 싸매고 편집했을 듯 싶다. 방송이 나갈 즈음 이 이야기는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정말 오랜만에 만난 청춘들. 다시 만나 작업하기로 했다. '골목'이라는 키워드에 '청춘'을 더하기로 했다. 벌써 설렌다. 

'골목'이라는 키워드는 영원한 나의 애착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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