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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제작노트] – 문화예술인 행동 난장: 광화문에서 펼쳐진 예술과 저항의 퍼포먼스

꼴P 2025. 3. 2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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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도착했을 때, 음악가 이수진 님이 거리 위에서 뜨거운 열창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리를 가득 메웠고, 사람들의 눈빛엔 결의가 서려 있었다.

이어서, 우리보다 먼저 투쟁하다 하늘의 별이 된 선배 동지들을 위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 안에는 기억, 슬픔,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투쟁이라는 단어로 담겨 있었다. 거리는 음악과 함께 숨 쉬고, 투쟁의 역사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이었다. 

길거리는 마치 예술의 무대가 되어, 난장의 열기가 더해졌다. 거기엔 아주 긴 노란 천이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그 위에 한 예술가가 큰 붓을 들고 춤을 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붓끝이 노란 천 위에 닿을 때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이 흐르고, 그가 빠른 속도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 글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저항의 외침이자, 속도감 있는 투쟁의 심장을 담은 메시지였다.

"국민의 명령이다! 헌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시 파면하라!" 

주위의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그 장면을 지켜봤고, 붓이 지나간 자리에선 하나의 예술적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음악과 글, 춤이 어우러진 그 순간, 길거리는 그 자체로 예술이 되었다. 

 

풍물패의 흥겨운 장단이 울려 퍼지며, 상쇠는 그 리듬에 맞춰 애들립을 던지고 있었다. 그 장단과 함께 사람들의 몸도 들썩이며,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중 상쇠는 동짓달 팥죽에 든 새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란을 일으키고도 아무 일이 없었다고 말하는 자에게 이 새알을 던지고 싶다!"라고 외쳤다.


그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 속에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불의에 맞서 싸우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관객들 역시 그 말에 깊이 공감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그 열정과 분노를 함께 나누고 있었다.
풍물패의 장단과 함께, 그 순간이 마치 거대한 저항의 퍼포먼스로 바뀌어갔다.

꽹과리를 빠른 속도로 연주하던 상쇠가 마지막에 꽹과리를 하늘 높이 던졌을 때, 그 장면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서 깊은 의식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꽹과리는 한국 전통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보통 영혼을 깨우고, 액운을 쫓으며, 신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특히 빠르게 연주되는 꽹과리는 혼을 일깨우는 힘을 가지며, 그 소리는 신령과의 소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쇠가 꽹과리를 하늘 높이 던진 것은 단순한 마무리가 아닌, 힘과 결단을 상징하는 행동이었다. 하늘을 향해 던짐으로써, 불안정한 현실과 부당함을 하늘에 떠넘기고, 정의의 신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의식일 수도 있다. 이는 단순한 저항을 넘어서, 신성한 힘에 대한 의존과 정화를 기원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다음 순서로 가수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 노래에 맞춰, 현장에선 민속 춤판이 벌어졌다. 녹그릇 닮은 악기를 들고 치는 이들의 손끝에서 정화의식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악기의 소리는 마치 어두운 그림자를 씻어내는 듯했고, 춤은 그 정화의 일환처럼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민주주의가 새겨진 흰 천을 몸에 두른 예술가는 그 천을 휘날리며 춤사위를 펼쳤다. 마치 기존의 억압과 불의를 벗겨내고 새로운 시대의 밝은 빛을 맞이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춤은 단순히 몸의 움직임을 넘어서,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강렬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바로 이어서 

탈을 쓴 예술가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춤은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칼날이 그 공중을 가르며 찬란하게 빛났다. 그 자체로 강렬한 에너지와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칼춤은 전통적인 한국 무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춤이다. 칼은 힘과 권위, 그리고 싸움의 상징이기도 하며, 전통 의식에서 악귀를 쫓거나 질병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예술가가 칼을 휘두르며 추는 춤은 그저 전투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와 해방을 향한 강렬한 의지, 그리고 정의를 지키려는 결단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칼날이었다. 

 그의 춤은 억압과 제약을 넘어서려는 의지상징적 저항을 나타내며, 하늘을 나는 듯한 자유로운 움직임은 그 저항이 세상에 닿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한 것이라 느껴졌다. 

 

연대 발언의 순서였다. 영화감독 조합, 영화프로듀서 조합, 제작가 협회  영화계 22개 단체가 연대하여 조직한 <영화산업 위기 극복 영화인 연대>의 대외 협력 담당인 최낙용 대표님의 발언을 기록하면서, 그 순간 눈물이 찔끔 흘렀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연대의 말씀이 아니었다. 분노가 사무쳐 있었고, 즉각 파면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이전에 천막에서 단식하시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 터라, 그가 단식을 마치고 포효하는 모습은 내게 더욱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최낙용 대표님마지막 인삿말은 그 자체로 투쟁이었다.

"정의로운 나라가 만들어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끝없는 투쟁의 선언이었고, 그가 겪어온 수많은 시간과 싸움이 녹아 있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확고했으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투쟁의 끝없는 여정을 의미하며,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투쟁의 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길 위의 음악가 손병휘 님은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그 순간,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던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 노래의 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고, 마치 그 자체로 역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학창 시절 학생 운동 경험이 없는 나는, 민중가요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기록하면서 배운 그 노래는 점점 더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특히 탄핵 선고를 기다리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그날이 오면> 이라는 노래는 그 어떤 가사보다도 울림이 컸다. 끝없이 이어진 싸움과 희망,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올 파면의 그날에 대한 믿음이 전해졌다.

손병휘 님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오는 그 가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투쟁의 힘,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억눌린 목소리들이 결집된 하나의 역사적 선언 같았다.

 

서울민예총 강욱천 사무총장예술인들이 서야 할 곳은 작업실과 무대여야 한다고 말하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원하는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날의 선고가 단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진다면, 예술인들은 그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시민들과 함께 난장을 펼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불굴의 결의와 희망, 그리고 예술의 힘을 통한 저항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와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저항이었고, 그날이 오면 그들이 펼칠 춤과 난장은 단순한 축제가 아닌, 변화를 위한 사회대개혁의 상징적인 행위가 될 것이다.

강욱천 사무총장은 **김주대 시인의 ‘13인의 대법관에게 고함’이라는 시를 헌법재판관을 대입하여 낭독했다. 시는 '너희들 고운 손, 깨끗한 피부 다칠까 봐...'라는 글로 시작된 시는 고위직 공무원인 헌법재판관을 비꼬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시의 비판은 헌법재판관들이 상류층의 특권적 위치와 그들이 처한 안락한 현실을 꼬집고 있었다. 시인은 그들의 무사안일함책임 회피를 비판하며, 그들이 진정으로 서민들의 고통과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듯했다. 강욱천 사무총장의 낭독은 단순히 시의 문장을 읽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관을 향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울려 퍼지게 만든 순간이었다. 

 

문화예술인 행동 난장의 마지막 피날레는 그 자체로 강렬한 저항의 상징이었다.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라는 명령이 새겨진 노란 천칼로 베어내며, 그 순간 현장의 긴장감과 의지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 칼날이 천을 가르며, 불의에 맞선 예술인들의 결단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후,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뱃노래에 맞춰 춤판이 벌어졌다.  분노와 희망, 그리고 변화의 염원이 담긴 저항의 퍼포먼스였다. 예술인들의 몸짓과 음악,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하나로 얽히며, 그 순간은 문화와 예술을 통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다짐하는 장면으로 변해갔다.

그들의 춤판은 단순한 자유의 표현을 넘어서, 시민과 예술인이 하나가 되어 사회적 정의와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상징적 행위였다.

이번 문화예술인 행동 난장예술이 단순한 창작을 넘어서 사회적 저항과 변화를 위한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광화문에서 펼쳐진 그날의 난장시민들과 예술인들이 하나가 되어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는 장면이었다. 이 현장을 기록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를 위한 행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꼴찌PD 또한 영상 기록을 통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억하고자 한다. 

글/ 사진 ⓒ꼴찌PD 

kkolzzip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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