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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어제가 될 오늘 #잊혀진다는 것... 두려워 말자.

꼴P 2010. 7.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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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 내게 있어 단 한 사람에게 만큼은 나는 로봇 처럼 그가 원하는대로 행동한다. 그것이 멍청하고 어리숙하게 비춰질지라도...사람을 이용하는 것인지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설령 그럴지라도 내가 그에 대해 짧게 내린 그 사람에 대한 예(禮)고 의(義)다. 낮술에 취해 그는 내 뺨을 때리며 내가 잊혀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렇다. 나는 조금씩 존재감없이 잊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술만 취하면 내게 욕을 하는 다른 한 선배는 그 보다 먼저 방송을 멀리 한 내게 쟌다르크의 후예가 된 양 취중연설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술집 오픈을 앞두고 인테리어 중이란다. 제 살 길은 다 갖추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이 처한 현실이 서러운지 눈물을 보인다. 난 사실 그 꼴이 보기 싫었다. 미련이 있다면 보여주고 들려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새벽 3시 30분에 아무런 이유없이 눈이 떠졌다. 

먼 길 가는 친구에게 문자를 남기고, 벌써 끝냈어야 할 편집을 마치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프리뷰를 하고 사람에 대한 느낌을 담아내야 하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계속 머리 속에 어제 오후의 잔상이 남는다.잊혀지고 있다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내와 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회전하고 있는 선풍기도 두 여인의 땀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는지 아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그 땀은 어쩌면 불안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아파트 전세값을 낮춰가며 이사해서 생활비로 충당하는 남편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을 것이다. 여섯살배기 딸 녀석은 아빠가 출장가는 사람이라고 기억하더니 지금은 엄마 속도 모르고 잘 놀아주니 좋고, 그래서 아빠를 사랑한단다. 가만히 서서 몇 분을 쳐다봤을까...? 갑자기 아내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던 게 미안해진다. 아내는 매일 파도를 일삼는 바다지만, 그 바다는 넓은 이해심이 있다. 딸은 오르면 오를 수록 힘든 산이지만, 가끔씩 바람의 냄새를 맡게 하고 청량감을 선물한다.
쌔근쌔근 잠든 딸 아이의 고요한 표정이 내겐 행복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 그것이 무슨 큰 문제일까? 

누군가에게 잊혀지고, 난 또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새로운 친구들, 그들에게 위로를 받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다.

내일이면 나도 기분좋게 술 한 잔 하겠지.
어제의 쓰라림을 안주삼아...
오늘은,

웃자! 웃자! 지금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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