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꼴P라디오 나래이션 대본 버젼
(INTRO)
안녕하세요. 당신의 숙면을 위한 슴슴한 라디오, 꼴찌TV의 팟캐스트 꼴P라디오입니다. 오늘도 우수한 꼴D와 함께합니다. 매일 소소한 일상을 전한다는 컨셉으로 다시 시작한 꼴P라디오, 이야기 소재를 찾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오늘은 ‘절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금연을 결심한 분들도 많을 테고, 저 역시 금연을 시도했다가 작심삼일로 끝나 절연 모드, 그러니까 절제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 상태입니다. 오늘 1차 납품한 영상 제작을 팀 작업으로 진행하면서, 편집 중에 담배를 참는 일이 쉽지 않더군요. 물론 핑계인 거 압니다. 그래도 스트레스로 다른 병을 얻느니, 횟수를 줄이는 절연을 택한 셈입니다. 네, 합리화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절연은 담배가 아니라, 인연에 관한 절연입니다.
오늘 아침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쿠팡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마음으로, 불편을 겪으신 고객님께 구매 이용권을 드립니다.” 아마 청취자 분들 중에도 이 문자를 받으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쿠팡을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니까요. 이른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배달 박스가 쌓여 있던 풍경, 익숙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SNS에서는 ‘탈팡’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탈퇴가 이어졌고, 저 역시 탈퇴한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문제의 시작은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었지만, 불씨가 된 건 사고 자체보다 그 사건을 대하는 리더의 태도였습니다. 사실 우리 전화번호가 공공재처럼 떠도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죠. 개통하자마자 걸려오는 광고 전화가 그 증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사람들이 진짜 화가 난 지점은 정보가 샌 사실이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였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 대신 회피로 일관한 대응, 그 오만함이 참아왔던 인내심에 불을 붙인 겁니다.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될 일을,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으니 누가 참겠어요. 결국 그 태도가 ‘탈팡’이라는 집단적 절연을 만들어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는 일상 속 주식 이야기를 짧게 전해드렸죠. 댓글에 애독자 귤디자인님께서 “피디님은 어떤 주식 모으세요?”라는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저는 ‘담배 대신 주식’이라는 컨셉으로 4천 원대 주식을 한 주씩 모으다가, 20주쯤 모이면 LG전자 한 주를 사는 식이었습니다. 어제까지 LG전자 2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4천 원 손익을 보고 9만 3천 원대에 매도했는데, 오늘 보니 9만 8천 원까지 올라 있더군요. 역시 저는 주식엔 소질이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댓글 하나. 아이디가 너무 길어 읽지는 않겠지만, 어제 방송의 주인공이었던 동갑내기 친구였습니다. 제가 그 친구와, 그리고 제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송으로 만든 AI 음악 ‘오뚝이처럼’을 듣고 “노래 너무 좋아요. 힘내라 친구야”라는 댓글을 남겨줬습니다. 우리 모두 꼴P라디오 구독하면서, 각자 자리에서 힘내봅시다.
어제 말씀드렸듯이 ‘할배하고 나하고’ 시리즈는 손주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담배값 대신 주식을 모은다는 설정입니다. 이 설정의 출발점은 오래전 제 할머니의 기억입니다. 첫 증손녀를 안으러 서울에 오셨던 할머니는, 오랫동안 태우시던 담배를 서울에 올라오기 며칠 전부터 끊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다시 담배를 피우지 않으셨죠. 장손인 저를 유독 아끼셨던 할머니였는데, 제 딸, 그러니까 증손녀를 위해 담배를 끊으신 그 결단을 보며 ‘내리사랑’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연스럽게 절연하는 선택, 그게 진짜 변화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로 이어집니다. 절연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습관을 줄이는 절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연을 끊는 절연입니다. 인트로에서 전한 안내 문자처럼,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된 혜택을 받기 위해 본 사이트뿐 아니라 자회사 사이트까지 가입해야 하는 구조, 저는 그 마케팅을 단호히 절연했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먼저 인연을 끊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상대에게 손절을 당하는 경우도 생기죠. 저 역시 스쳐 지나간 인연도 있고, 끊어진 인연이 유독 마음에 남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시간, 구독자 분들 마음속에도 그런 얼굴 하나쯤 스쳐 지나가고 있지 않을까요.
에필로그로 짧게 덧붙이겠습니다.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로 인연이 멀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쇼핑 사이트 이야기와 그대로 연결 짓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관계가 틀어지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건 결국 사과의 방식과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 과정이었을 겁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친구와, 사실 아무것도 아닌 문자 하나로 오해가 생겼고, 그 일로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제 입장에선 손절을 당한 느낌이었죠.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제가 사과해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잘잘못이 아니라 생각의 다름이었기 때문입니다. 워낙 좋아했던 친구였고, 어릴 적부터 이어진 인연이라 쉽게 놓기 어려웠습니다. 마침 카카오톡에 생일 케이크 아이콘이 떠 있길래, 신년 인사 겸 축하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축하만 담은 메시지였죠.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사설이 길어졌습니다만, 오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인연이 끊어졌다면, 그 인연에 너무 오래 마음을 쓰는 것도 결국 나 자신에게 해롭다는 것. 이제는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아졌으니까요.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지금 곁에 남아 있는 인연들에게 더 집중하려 합니다.
오늘도 이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 주신 구독자 여러분을, 사진 한 컷으로 조용히 위로해 봅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https://youtu.be/T_88seCvjes?si=HqFmI81Lf-a2sa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