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꼴P라디오입니다.
오늘은 안타깝게도 소개해 드릴 댓글이 하나도 없습니다.
크아… 아직은 소소한 일상과 사연을 보내주시는 구독자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멘트 없이,
바로 첫 곡으로 제가 엊그제 AI로 생성한
〈걸러진 인연〉이라는 제목의 힙합 노래 한 곡을 들려드립니다.
방송인 안선영 씨가 본인의 채널을 통해
아이 교육을 위해 전세금을 빼서 대치동으로 이사한 이유를
‘걸러진 인연을 위해서’라고 말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순간, ‘인연을 거른다’는 말에 마음이 잠시 멈췄습니다.
그 생각이 이어져 끄적끄적하다가
이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구독자 여러분은
‘인연을 거른다’는 표현에 공감하시나요?

어떻게 보면
삶에서 필요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살다가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각자의 길을 가는 것도 인연을 거르는 일일 수 있고,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에 응하지 못한 뒤
연락이 끊긴 관계 역시
누군가는 인연이 걸러졌다고 말할 수 있겠죠.
꼴P라디오에서 소개한 적도 있지만,
지난 대선 때 정치적 성향 차이로
오해가 쌓여 연락이 끊긴 친구도 있습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이어지고 끊어지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거른다’는 표현이 유독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게 저만의 자격지심이었을까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누군가를 걸러서 만나고 있는 사람인가.
사전에서 ‘거르다’는
찌꺼기나 건더기가 있는 액체를 체에 밭쳐
액체만 받아낸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정의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걸러진 인연’이란
액기스만 남겨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건 너무 단정적인 해석일까요.
인연을 어떻게 거를 수 있을까요.
걸러진 인연만 유지하면
정말 좋은 관계만 남게 될까요.
그 안에서, 혹시 아이가
또 다른 기준으로 걸러지지는 않을까요.
‘걸러진 인연을 위해 학군을 찾는다’는 말에
저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습니다.
(원통중·고등학교 쇼츠 영상 보고)
편집 마무리가 늦어 잠시 작업을 멈췄습니다만,
지난달 말 원통중·고등학교 동문회 현장 스케치 영상을
편집하던 중이었습니다.
총동문회라 전 기수가 참여한 자리였고,
다양한 협찬과 경품, 초대 가수들의 공연으로
동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날 제가 가장 감동받은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졸업한 선배들이
중병을 앓고 있는 후학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금을 진행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역시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연출료에서 일부를 보태며
그 마음에 동참했습니다.
며칠 전 인제에 다녀오는 길에
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동문들께 깊이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후원을 받은 학생이
선배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성장해
언젠가는 다시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게 바로
선행의 순환,
긍정적인 퍼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걸러진 인연으로만 이루어진 리그,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는
어떤 삶이 만들어질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벌 2세, 3세의 삶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화려하지만
솔직히 부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만남의 횟수는 줄었지만
간헐적으로 만나도 편안한
동갑내기 피디대디 친구들,
한 달에 한 번 점심을 함께하는 방송국 사수 선배,
아직은 방목형으로 꾹꾹 참아주시는 아내,
그리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딸들과의 인연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절대 거르고 싶지 않은 인연들입니다.

‘시절인연’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몇 년 전, 개인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
동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제목은 〈내 마음의 정원 찾기〉.
동네 탐방이 목적이었지만
뜻밖에 글쓰기 수업도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남달랐습니다.
15회차 프로그램이었는데
현재까지도 그 인연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참여했던 인원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은 저를 포함해 여덟 명이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책은 늘 벼락치기로 읽거나
못 읽고 가는 날도 많지만,
사실 저에게는
책보다 그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공부이자 힐링입니다.
40대, 50대에 접어든 주민들이
명랑운동회를 하기도 하고,
각자의 삶과 재능을 나누며
매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 속에서
〈마음정원사〉라는 제목의
15분짜리 세미 다큐멘터리 영상도 만들었고,
유튜브 영상 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습니다.
한 시절에 만나
3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 모임이
사람을 ‘걸러서’ 만난 관계였다면
과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늦은 밤, 끝까지 청취해 주신 구독자 여러분도
부디 좋은 시절인연을 만나시길 바라며
〈마음정원사〉 뮤직비디오를 전해드립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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