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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어떤, 광장』이 작업실에 도착한 오늘, 공교롭게도 할머니의 기일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영정은 사진이지만, 할머니의 영정은 그림입니다. 에피소드 한 토막 전합니다.
“하야!~ 내 영정 사진 한 장 찍어다오.”
할머니께서 팔순을 넘기신 어느 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정하신데 뭘 벌써 영정 사진을 준비하세요?” 하며 그 말씀을 귓등으로 흘렸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서울에서 갑자기 별세 소식을 듣고 달려간 고향 장례식장에는 사진 대신 그림이 놓여 있었습니다. 액자 속 할머니의 표정이 웃으시는 것 같기도, 우시는 것 같기도 해 얼마나 목놓아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 미안함 때문일까요. 제 기획 노트에는 아직 실천하지 못한 ‘영정 프로젝트’가 적혀 있습니다. 수익 구조가 안정되면 인제군 어르신들의 마지막 인상을 정성껏 담아드리는 일을 꼭 시작할 예정입니다.
제사상 앞에서 절을 올리는데, 오늘따라 할머니께서 계속 웃고 계신 것만 같습니다. 장손이 책을 냈다고 대견해하시는 기분입니다. 평소에는 무뚝뚝하시다가 명절이나 제삿날 친척들과 술 드시다가 취하시면, 보름 동안 밥 대신 술만 드시던 할아버지는 평소처럼 여전히 카리스마 가득한 표정이십니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냉수마찰을 하시고, 월력 하단 세로로 된 작은 메모장 빈칸에 빼곡하게 일기를 쓰시던 할아버지. 저의 메모와 기록 습관은 아마도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인가 봅니다.
아버지 밥까지 한 그릇 더 올리자고 했더니, 어머니는 “그러는 거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십니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특유의 추임새와 걸걸한 목소리로 좋아하시며 용돈을 주셨을 웃는 얼굴이 아른합니다. 제삿날이면 늘 마음이 불편한데, 오늘은 동생과 중국 출장에서 사 온 해지람 한 잔 나눴습니다.
내일 일찍 인제군으로 향합니다. 토종씨앗학교 기록을 합니다.
영상으로 기록하는 삶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꼴찌PD의 하루 漢字 #02. 제사(祭祀)
"잊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숭고한 제사입니다."
| 한자 | 훈음 (뜻과 소리) | 글자의 속뜻 (Visual Insight) |
| 祭 | 제사 제 | 月(고기 육) + 又(손 우) + 示(보일 시) 제단(示) 위에 손(又)으로 정성껏 고기(月)를 바치는 모습입니다. |
| 祀 | 제사 사 | 示(보일 시) + 巳(아이 사) 제단(示) 앞에서 자손(巳)이 대를 이어 조상을 기린다는 뜻입니다. |
오늘의 하루 漢字는 기억을 위한
제사(祭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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