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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유키와 니나> 9살 소녀가 바라보는 사랑과 이별

꼴P 2010. 7. 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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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소녀에게 사랑과 이별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해석될까요?

"슬픈데 왜 헤어지려고 해?"
"엄마가 사랑에도 방학이 필요하대"


엄마 와 아빠의 사랑전선을 지키려고 하는 사랑의 수호천사 9살 소녀!
영화 <유키와 니나> 입니다.


지난 7월 6일,

씨네코드 선재에서 영화 <유키와 니나>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개봉일이 이번 주 목요일 7월 15일이니 며칠 남지 않았군요. 영화는 9살 소녀들의 시선으로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서정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럽게 엮어갑니다.  
  
9살 소녀 유키는 프랑스 아빠와 일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유키의 친구 니나는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프랑스 소녀입니다. 권태기에 빠진 유키의 부모는 아무런 이유없이 말다툼을 하고, 일상자체가 불협화음입니다.
그 사이에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9살 소녀 유키가 있습니다.


유키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던 엄마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 일본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고 유키에게 함께 갈 것을 통보합니다. 하지만, 유키는 프랑스에 홀로 남겨질 아빠와 단짝 친구 니나와 이별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영화의 발단은 유키 부모의 불협화음이고, 이것은 영화의 소재일 뿐 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때로는 이별하며 살아갑니다. 그 수 많은 관계 중 부부라는 관계의 맺고 끊음사이에서 9살 소녀들 특유의 순수함과 유쾌함으로 발칙한 수호천사 작전이 시작됩니다. 

"이별은 슬픈데 왜 헤어지는 거야...?"
"함께 있어도 더 이상 행복하지 않으니까..."

유키와 엄마가 나눈 대사입니다. 유키는 엄마에게 아주 쉬운 시험문제를 냈고, 엄마는 유키가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솔직한 대답을 답안지에 썼습니다.
이 알쏭달쏭한 퀴즈는 많은 부부들이 한 번쯤은 일기장에 적었을 듯한 답일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9살 소녀들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놀이는 수수께끼와도 같습니다.

먼저 이별을 경험해 적응(?)된 듯 보이는 니나는 고민에 빠진 유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이 둘이 나누는 대화가 귀엽기도 하고 저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유키와 니나는 '사랑의 편지'를 쓰기로 합니다. 삐뚤 삐뚤 글자와 예쁜 스티커, 구슬로 장식한 편지는 아이 키워 본 부모에게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담게 합니다. 

그 편지를 받아 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에서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었고, 엄마역할을 한 배우의 연기에 흠뻑 빠져 든 시퀀스였습니다. 편지를 받아 본 엄마의 모습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유키와 니나가 공들여 만든 '사랑의 편지'작전도 유키 부모의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유키와 니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가출을 선택합니다.  9살 소녀 둘이서 떠나는 여행은 여섯살 배기 딸 을 키우는 아빠에게는 긴장감이고 설렘이었습니다. 불안하기도 하고 둘에게 닥칠 낯선 환경들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유키와 니나가 도착한 곳은 웅장한 느낌의 숲인데 잠시 프롤로그를 연상케 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유키와 유키의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시작하는데, 할아버지께서는 하얀 스케치북에 커다란 숲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숲이 의미와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영화속에서 유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니나를 따돌리고 혼자서 숲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만나게 되는 일본인 친구들과 보육원 비슷한 집 한 채.
이 때부터 영화는 꿈인지 현실이지 모를 모호한 동화같은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영화에서 이유없는 시퀀스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마법같은 숲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감독의 연출의도를 빌자면

감독의 변 :
'숲은 가족이 속한 사회적 공동체 그 너머의 공간이자, 아이들이 가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온전히 혼자 있는 세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유키와 니나의 듀엣곡은 숲의 등장과 함께 유키 혼자 연주하는 변주곡이 됩니다. 혼자 길을 헤매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관계와 소통을 합니다. 아마도 영화 속 숲이라는 미장센이 주는 특징은 유키의 성장통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의 이별과 그 속에서 겪는 아홉살 소녀의 성장통. 



 영화는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시골에서 자란 저에게 알싸한 추억을 곱씹고 더듬게 합니다. 유년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가 언성을 높이고 부부싸움을 할 때면 할머니께서 절 데리고 밖으로 나가셨던 기억. 그리고 30년 이란 세월이 흘러 현재 6살배기 딸을 키우며 딸이 저와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시 한 번 가슴에 담게 합니다. 

9살 이라는 나이는 인생에 어느 정도의 척도를 간직하고 있는 나이 일까요?

소설 <아홉살 인생>의  첫 페이지 소단락 제목이 '세상을 느낄 나이'입니다.

나는 태어날까 말까를 내 스스로 궁리한 끝에 태어나지는 않았다. 어떤 부모, 어떤 환경을 갖고 태어날까의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그리고 결코 되물릴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 위기철 소설 <아홉살 인생 中>
  
영화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영화의 감상포인트 중 하나는 9살 소녀역을 맡은 어린 배우들에게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영화 전체가 일상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 밀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카메라 워킹이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과 서정적인 화면을 편하게 가슴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여름휴가 떠나지 못한 부부들에게 2시간 동안 어두컴컴한 공간안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9살 소녀의 유쾌한 시선을 만끽하시길... 

생각하는 꼴찌가 가족과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
<유키와 니나>였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영화리뷰 모읍니다.]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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