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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느낌잃지 않는 자존감

꼴P 2010. 8. 24.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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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썩 나쁘지 않았다.

mp3 한 곡을 컴퓨터로 옮기고,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40초 가량의 영상을 음악에 맞춰 편집했다. 할 일이 태산이고, 구성 고민하고 편집할 영상이 한 참 남았는데, 2시간 동안 내가 받은 느낌에만 빠져있었다. 
인상을 얼마나 썼는 지 의식도 못하고 모니터에만 집중해서인지, 미간에 패인 주름이 더 깊어진 듯 하다. 


두려움이 많이 가셨는 줄 알았는데, 아직 완전한 치유는 아닌 것 같다. 

이제 만 10년이면 배짱도 부릴 줄 알 때가 되었는데, 아직 헤매고 있는 걸 보면 난 만년 아마추어다. 그래도 내 느낌에 빠져 혼자 음악에 취해 리듬을 타고 영상을 편집한다. 아마추어면 어떠한가.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10살 어린 후배들에게 잔소리하는 건 육군 병장이 제대 앞두고 이등병한테
'내가 이등병 땐 말이다' 하며 잔소리 하는 것과 똑같고, 그런 동어반복은 하기 싫어 참고 참지만, 요즘 후배들 욕심도 없고 열정도 없다. 

그런데,
내 10년 선배도 날 보며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시간 이 길을 걸을 지는 모른다. 
할 때까지는, 그 때까지는 열심히 하자.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 중요시하는 더럽고 치사한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세상에 흔치 않다는 걸 알았다.  



이 밤, 2000원 짜리 해장국에 막걸리 한 잔 하고 싶다.

그리고, 
느낌 항상 잃지 않고 살겠다. 그것이 내 자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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