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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거부를 고민하던 택시 기사 아저씨

꼴P 2010. 10.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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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 간 복잡한 뇌를 정화시킬 겸, 7kg 감량된 체중도 조절할 겸 업무가 끝나면 목동에서 집까지 걸어서 귀가하고는 했습니다. 목동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이곳 저곳 들러 집까지 도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30분. 걸어서 집까지 도착하는 시간도 30분이라 시간적으로 차이가 없기에 운동 겸, 이런 저런 잡다한 상념에 빠질 겸 걸어서 집으로 오는 길을 즐겼습니다.

일이 끝나고 스탶들과 간단히 맥주 한 잔 하고 집으로 오는 길. 복잡한 뇌의 찌거기를 제거하고 싶어 아무 생각없이 걸었습니다. 목동 대학학원에서 신정교 방향으로 15분 가량 걸었을 즈음, 긴장도 풀리고 그 간 업무로 인한 찌든 스트레스로 인해 남은 거리를 걷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마침 신정교 도입 부분에 택시 한 대가 정차중이었습니다.

신정교만 건너면 바로 집이 코앞이기에 남은 15분 거리를 걸을까 말까 고민하다 택시 뒷좌석 문을 열고 앉았습니다.

"신도림 00 아파트요"

도착지를 말하자마자 1평도 안되는 택시 뒷좌석에는 잠시 냉기가 돕니다.
3초 정도 말이 없던 택시기사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대략 짐작이 갔습니다.
그 3초 동안 택시기사님은 짧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았습니다.
 
신정교를 건너는 동안 택시 안 냉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아 제가 택시 기장님께 여쭤봤습니다.

"기장님! 아까 그 위치에서 많이 기다리셨어요?"
"네..."

즉각적인 대답에 그 다음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 지 대략 난감했습니다.

"집까지 걸어가려다가요.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탔습니다"
"아...네. 집에 들어가려고 방향 같은 손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댁이 어디신데요?"
"시흥입니다"

기사님은 신정교를 넘어 계속 직진해서 집으로 귀가하실 계획에 같은 방향의 손님을 기다리셨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이상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손님 타시기 전에 길 건너 여자 손님이 건너고 계셨는데, 조금 빨리 타셨네요.
그 손님 기다리고 있었는데..."

40~50대 지긋한 연세의 기사님이 젊은 여자손님을 선호해서 기다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자손님이 시흥방향이 아니라 나와 같은 도착지를 말했다면 기사님의 태도가 어땠을까 궁금했습니다.

불현듯 10년 전 여의도에서 근무할 때 새벽에 일이 끝나서 불가피하게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할 상황에서 신길동 자취방까지 가기위해 택시를 잡는데 한 시간 가량 승차거부를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의도에서 신길동까지 거리상으로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운행과정에서 한 참 돌아서 가야하는 상황 때문이었는지 그 시절 새벽에 택시 잡기는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10년 이 지난 지금... 택시 승차거부가 아직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 기사아저씨의 3초 간 묵음은 잠시 단상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편의를 위해 교활한 전술과 전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때문에...
 
신도림동에 도착한 아저씨께 공손히 인사드리고 내리면서 아저씨의 다음 정차장이 어디일까 궁금했습니다. 혹시 또 다른 손님이 집과는 반대 방향을 얘기한다면...
 
그 택시 기사님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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