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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제 좀 쉬엄쉬엄 하세요!

꼴P 2010. 11. 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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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집에 다녀왔습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이 가볍고 즐거울 때도 있지만, 무겁고 불편할 때도 있겠지요. 아침 일찍 출발한 탓에 무거운 맘과는 달리 도로 사정은 좋았습니다. 2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고향집에 도착해서 온 가족이 모여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처음 도전하는 음식이라며 묵은지 등갈비찜을 요리하셨습니다. 옛날에 식당을 경영한 경력때문이신지 엄마의 손맛은 자타공인 9단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마자 아버지는 밭으로 향하셨습니다.  


몇 달간 맡았던 프로젝트가 끝이나서 맘 편하게 쉬고 싶었지만, 아버지앞에서 맘 편하게 쉬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몇 년전,밭을 구입하시더니 소일거리로 각 종 채소를 직접 재배하셔서 반찬으로 드시는 아버지. 장사하시기도 바쁘고 힘드실텐데 왜 농사까지 하시려는지...


 아버지는 올 해 초 당뇨병으로 인해 발가락에 염증이 심해 절단의 위기에 까지 갔다가 다행이도 입원치료가 잘 되서 퇴원하실 수 있었습니다. 한 달 가까이 입원해 계셨기에 고향에서 좀 쉬시길 바랬지만, 아버지는 퇴원하자마자 바로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예전부터 제 딸에게 어려서부터 자연과 함께 자라야 한다는 지론으로 밭에서하는 작업을 체험하게 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저 또한 자연학습체험이라 생각하고 딸이 고구마 캐는 작업 및 각종 채소를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교육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상추,배추와 무우, 고구마 등이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낫으로 고구마 덩쿨을 제거하시고, 저와 딸 그리고 조카는 호미로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오기 전에 부모님 일손을 거들어 드려야겠다는 맘이 어디로 갔는지, 조금 일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지쳤습니다.
 

하지만, 제 딸과 조카는 경쟁이 붙어서 누가 더 큰 고구마를 캐는가 시합을 하기도 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땅을 파고 고구마를 캐는 모습이 예쁘더군요. 


같은 땅에서 같은 날 심은 고구마인데 땅속에서 나오는 고구마들은 제 각각 크기에다 모양 또한 다 달랐습니다. 사람 지문이 똑 같은 사람 없듯이 고구마 또한 무엇하나 똑 같은 모양이 없었습니다. 


 

고구마를 캐는 동안, 아버지는 손자 손녀에게 군고구마를 먹이기 위해 미리 불을 지피시고 군고구마를 준비해 두셨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탁트인 공간에서 군고구마를 간식으로 먹는 풍경은 느낌있었습니다.



일하고 난 후 먹는 군고구마 간식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 자주 못 찾아 뵙는게 죄송스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흐뭇하셨습니다. 바쁘고 힘들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아이를 데리고 찾아뵈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꼭 실천해야겠습니다. 
각박한 도심에서 벗어나 상쾌한 공기와 자연을 함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이에게 오랜시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아버지! 건강 생각하시고 이젠 좀 쉬엄쉬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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