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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길 따라가다 찾은 예기치 않은 느낌과 단상

꼴P 2010. 12.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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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벤트로 당첨된 책을 받기 위해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로 향했습니다. 후배가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기에 점심도 같이 할 겸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영화 <사랑하고 싶은 시간>에 대한 기대 평을 남기고 받은 책은 [차마 그 사랑을] 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입니다. 그 책을 받고 근처 신의주 순댓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집 순댓국 맛이 일품이더군요.(사진을 못찍어서 안타깝지만,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맞은편에 위치)그리고 후배 자취방에서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해 질 녘, 낙산공원에서 바라본 혜화동 전경은 나름 느낌 있었습니다. 사진 잘 찍는 선배가 며칠 전 사진 잘 찍으려면 사람의 등을 잘 찍어야 한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했는데, 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진을 잘 못 찍습니다. 다만, 그냥 느끼는 대로 셔터를 누를 뿐 그게 전부입니다. 그래서 뷰파인더에서 바라본 느낌 그대로 나와주면 그 사진에 만족하는 것이고, 아니면 어쩔...



낙산공원 산책로는 사진과 같이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좁은 프레임 안에 보이는 세상은 고요했습니다. 성벽에 기댄 넝쿨 끝 잎 자락이 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파트와 주택이 층을 이루듯 한 프레임 안에서 대조를 이루고, 그 속에서 타워크레인은 오늘도 쉴 틈 없이 긴 팔을 내밀고 있습니다. 
 

50대 초반의 아저씨도 지는 해가 그리는 석양을 프레임 안에 담고 계셨습니다. 당신도 사진 찍으며 여행하시기를 원하시지만, 매일 밭에서 일하시기 바쁜 아버지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해는 석양빛 수놓으며 자취를 감추었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세상을 밝히듯, 잎이 떨어져 나가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에도 겨울 지나면 또 다른 새싹 돋겠지요. 만나고 헤어지는 반복이 일상이듯 모든 것에 얽매이지 말자고 되뇌지만, 나무처럼 곧은 심지를 간직하기는 쉽지 않네요.


낙산의 상징이 좌청룡이랍니다. 어딘가 백호가 숨어 있을 것 같습니다. 낙산공원과 청룡에 관한 설이 있을 법 한데 잘 모르겠네요.


지나가는 이에게 시간을 알려주려는 듯 집 밖에 걸린 원형 시계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틀린 시각도 아니었습니다. 시계는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시계지만 귓가에 째깍 째깍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낙산공원 및 주택 골목길에는 생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벽에 작은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누가 벽에다가 이런 의미 모를 창작활동을 한 것일까? 이 작품들이 의미하고 전달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잠깐 필요 이상의 생각을 해봅니다.


앞서 가지 말고 천천히 가라며 친절하게 달팽이는 말합니다. 인생행로 너무 늦어도 안되지만, 매사에 신중하고 천천히 갈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주 멈춰 있는 건 안 됩니다. 잠시 정차 중 갖는 여유는 값진 영양이 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면 녹슬고 병나겠죠.


 잠시 멈춰 있다 다시 출발할 때, 내 곁에 든든히 있어주는 후배처럼 누군가 동행한다면 가는 길 외롭지 않고 두렵지 않을 겁니다.


묵묵히 사이좋게 걷다 보면 의외의 선물을 찾고 얻을 수 있습니다.


후배와 우연히 발견한 재미난 가게는 의외의 선물이었습니다.


세상 한편에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틀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절대 위험한 편견이겠지요.

설렁탕이 한 그릇에 1,000원, 찐빵이 500원이라는 간판에 적힌 가격을 믿을 수가 없어 확인하려고 들어갔습니다.


독특하게 생긴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하나같이 정직하고 착했습니다.
점심을 순댓국으로 거나하게 한 터라 커피와 찐빵을 주문했는데...


밥 그릇에 나온 커피 드셔 보셨나요? 한 잔에 250원입니다.


올해 60의 나이에도 젊은 생각을 하고 계신 사장님. 이물비 라는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독특한 방식으로 느낌 있는 가게를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사장님이 여러 명이라고 합니다.


연세 높은 사장님부터 초등학생까지 음식별로 만들어 파는 사장님이 달랐습니다. 이곳은 동아리와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종암중학교 특수반 지체 학생들에게 요리 학습도 시켜주고 있다고 합니다.


사장님 중 한 분인 이 초등학생이 누룽지를 통해 얻는 매출액이 어마어마하다고 하더군요.

4개의 테이블밖에 없는 몇 평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의 식당이지만, 그곳 안에서는 부담 없이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달 전,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우리지만, 혜화동 낯선 골목을 걸으며 느꼈던 느낌처럼 멈추지 않으면 뭔가 얻게 될 것이고, 보이는 대로 그리는 그림보다는 이물비장터처럼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얻었습니다.

혜화동 낯선 거리에서 예기치 않게 얻은 느낌과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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