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통해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거로 생활하다보니 소소한 일상의 기록에서부터 평소 세심히 관찰하지 않던 부분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묘한 일들이 생기는데요.
소중한 이웃분들은 제가 처음 길고양이를 만나게 된 사연부터 엊그제 제 방명록에 남겨진 길고양이의 죽음에 관한 소식까지 일련의 상황들을 잘 아시겠지만, 처음 이 글을 접하는 분들을 위해 지난 3월 초 길고양이를 만난 순간부터 엊그제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까지 그리고 관리사무소장님의 약속까지 일련의 상황들을 최종 정리합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글을 처음 발행하게 된 계기는 고양이 보호협회 회원이 고양이를 포획하려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 지난 한 달간의 기록을 다시 정리하자니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하고, 이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 중 길고양이의 안타까운 사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맨 아래 지난 글들을 참조해주세요.)
길고양이를 돌보던 학생의 바람대로 관리사무소를 찾아가다!
이미 한바탕 곤혹을 치른 관리사무소장
어제 글에서 알려드렸듯이 몇 달간 자신의 용돈으로 사료를 구입해서 길고양이를 돌보던 학생이 제 블로그 방명록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쥐약을 먹고 죽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알렸고, 더불어 관리사무소에 쥐약 살포를 막아달라는 민원제기를 부탁했습니다.
방명록에까지 글을 남긴 고3 학생이 입시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에 우울함과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이 마음 약하게 했고, 일단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관리사무소로 향했습니다.
관리사무소장님께 간단히 제 소개를 하고 길고양이를 돌보던 학생과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관리사무소장님 표정은 '또 길고양이 얘기야?' 하는 식의 난처한 표정이었습니다. 고양이 보호협회 직원의 전화와 협조문으로 이미 한 차례 진땀을 흘리신 것 같았습니다.
고양이 보호협회에서는 협조문까지 보내서 쥐약 살포를 금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장님의 말에 의하면 연간 아파트 관리 계획에 의해 3월 구서작업 계획 중 한 소독업체에서 협찬이 들어왔고, 기타 애완동물에게는 유해하지 않고 쥐를 잡는 용도로만 제작되었다는 업체측 말을 듣고 살포 일주일 전부터 아파트에 공지를 했다고 합니다.
쥐를 잡기위해 살포한 쥐약을 길고양이가 먹고 죽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관리사무소에서 의도한 바가 있거나 작업을 잘못 이행했다고 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매년 길고양이 때문에 생기는 피해! 그리고 주민들의 민원
관리소장님은 길고양이가 죽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 발정기 때 아침마다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날 때마다 놀라는 어린 아이들 때문에 주민들 민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즐겨 찾아주시는 이웃분 '아빠소'님의 댓글로도 알 수 있었던 상황인데요.
길고양이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인정없는 사람들로 낙인찍히기 쉽습니다. 근데 정말 길고양이들 때문에 시달려본 사람이라면 옹호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지요.. 쓰레기 파헤치는것, 발정기때 밤새 우는소리내서 밤잠을 설치는 것, 시도때도 없이 밤중에 집안을 돌아다녀 깜짝 놀라게 하는것..전 그중 제일 심한 스트레스가 밤새 울어대고 우당탕탕 뛰어다니는거라 생각되요.
솔직히 저도 아이키우는 아빠로서 만약 제 아이가 4~5살 때 고양이 때문에 놀라서 울거나 겁을 내고, 동네 쓰레기 더미를 뒤져서 헤집고, 밤마다 새벽마다 아이 울음소리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낸다면 길고양이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앞으로 구서작업에 쥐덫을 사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쥐덫으로 얼마나 많은 쥐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길고양이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사람도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없기를...
마지막으로 방명록에 글을 남긴 학생에게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2011/03/03 - 동네 길 고양이에 대한 불편한 진실
2011/03/06 - 길고양이의 불안과 경계는 이 시대의 초상과 같다
2011/04/04 - 길고양이를 돌보는 어느 고등학생의 바람
2011/04/06 - 방명록에 남겨진 안타까운 사연! 정답은 없는가?
2011/04/06 - 쥐약 먹고 죽은 길고양이! 쥐잡는 법은 쥐약 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