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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방안에서 찾지 못한 안경과 아빠를 속인 딸

꼴P 2011. 5. 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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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쓰시는 분들 안경 찾느라 헤맨적 많으신가요? 꼴찌는 아무 생각없이 안경을 벗었다가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이리저리 헤맨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어제 저녁에 또 일이 발생했습니다. 저녁에 샤워를 마치고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려는데 안경이 보이질 않는거에요.

방을 아무리 뒤져도 안경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급하게 외출할 일이 있었는데 안경이 보이지 않아 20분 정도를 찾아헤매다 장농 안에 안경이 있는 걸 발견하고 허탈해 한 적이 있었는데요. 옷 갈아입는 과정에서 안경을 벗어 놓고는 평소에 안경 놓는 곳이 아니라 생각지 못했던 것이죠.




이번에는 장농에도 없고, 방안을 차근차근 둘러봤는데도 안경이 보이질 않았어요. 인내심이 한계에 달아 스팀다리미에 김나듯 근질근질할 찰나에 주변 상황을 한번 보면 신기할 정도로 기억을 잘하는 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아빠가 아까 놀아줄 때 안경쓰고 있었니? 안쓰고 있었니?" 
"안쓰고 있었지..." 
"그럼 거실이나 아빠 방에서 안경 본 적 없어?"
"없는데......"  

답답했습니다. 안경을 찾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혹시 많은 사람들이 안경을 못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을까? 궁금해서 트위터에 짧게 물어봤습니다.



의외로 안경때문에 웃지 못할 일을 겪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았습니다.

"일상이죠" 라는 대답의 RT(리트윗)을 시작으로 '아침마다 헤맨다' '안경을 쓰고도 안경을 찾는 사람' 도 있었고, 심지어 '안경을 쓴 채로 세수를 한 적도 있다' 고 답을 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밤 10시가 넘어서 안방에서 아내와 침대에 누워있던 딸이 내 방으로 오더니 옛날 흥얼거리던 얼레리꼴레리 음율에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아~~빠~~ 사실은 ~~~ 내가 숨겨놨지롱~~~ 숨겨놨지롱~~~" 

그러더니 자기 방 어딘가에서 제 안경을 가지고 오더군요.

순간 저도 모르게 아이를 향해 뒷골목에서 싸움질 할때 표정이 나타났었나 봅니다. 
전 아무말도 안했는데 아이의 표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습니다. 

" 아빠가 아까 물어봤던 것 같은데... 아빠 안경 본적 있냐고? 왜 못봤다고 했어? "
" 그냥..." 
" 아빠 안경을 왜 숨긴거야? "
" 그냥 "   

아이를 그냥 방으로 돌려보내고 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안경때문에 생겼던 재미난 체험기도 더 이상 재밌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제 안경을 숨긴 것이 화가 난게 아니라 20분 가까이 안경을 찾는 아빠를 모른척하고 거짓말했다는 부분이 화가 났습니다.

고민했습니다.

아이에게 훈육이 필요한 시점인지... 아빠를 약올려주기 위한 아이의 단순한 놀이였는지...
해를 거듭할 수록 조금씩 영악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그 나이때면 누군가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장난을 치고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심리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것을 위해서 사람을 속이는 행동이 습이 된다면 아이에게 거짓말은 버릇이 되고 점점 나쁜 일들만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작은 일상을 확대해석하거나 필요이상으로 깊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기분이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조용히 타이르려고 제 방으로 불렀는데 삐쳐서 끝까지 제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잠든 딸을 여러분은 어떻게 타이르고 훈육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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