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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댄스 타운! 춤추는 장면 하나 없는 암울한 도시이야기

꼴P 2011. 9. 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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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오후 7시. CGV상암에서 화려한 도시 이면에 상처를 안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규환 감독의 독립영화 <댄스 타운>이 김영진 평론가의 진행으로 관객들과 스페셜 토크시간을 가졌다. 

독립영화 <댄스 타운>은 스페인 그라나다 영화제와 미국 달라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 댄스타운은 한 순간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무슨 내용인지 모를 정도로 집중을 요하는 영화다. 관객에게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공식에 대입된 상업영화와는 달리 사실에 가깝게, 이를테면 연기인지 실제인지, 배우인지 이웃 주민인지 헷갈린다. 읽기 힘든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은 기분이랄까? 영화읽기에 학습되지 않은 꼴찌에게 댄스타운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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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댄스 타운>에는 댄스장면이 없다.   





▲ 8월 31일 CGV상암에서 열린 <댄스 타운> 무비꼴라쥬 스페셜 톡

우측부터 평론가 김영진 님, 전규환 감독님, 이정림 역의 배우 라미란 님, 경찰역의 배우 오성태님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독립영화 <댄스 타운>은 전규환 감독의 도시이야기 댄스 타운 시리즈의 완결편이라고 한다. 얼마전 시사회에서 감상한 <모차르트 타운>을 시작으로 <애니멀 타운>에 이어 <댄스 타운>이 마지막 편이다. 이 세 영화가 올 한해 모두 개봉된다는 사실도 이례적인 일이다.

댄스 장면 하나 없는 영화의 제목이 왜 댄스 타운일까 궁금했다. 

이 질문에 전규환 감독은 " 추상적인 제목이긴 하지만,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인생의 춤을 추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떤 사람은 슬픈 춤을 추고, 어떤 사람은 열정적인 탱고를 추듯이 사람마다 다른 춤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에서 춤추는 장면은 영화에 없지만, 제목을 댄스 타운으로 정했다" 고 했다.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영화의 프롤로그는 북한 주민의 탈북 자료화면으로 시작된다.

여주인공 이정림(배우 라미란)은 평양의 인민대표 탁구선수 출신이다. 바람 핀 남편과 헤어진 후 재혼한 두 번째 남편은 남한의 화장품까지 몰래 구해서 선물할 정도로 아내를 사랑하지만, 둘은 함께 탈북을 하지 못하고 마치 탁구대 그물을 사이에 두고 나뉘듯 이정림 홀로 남한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정림은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난 후 정부로부터 집을 지원받아 남한 생활을 시작한다. 새터민으로서 세탁소에서 일도 하고 교회에서 봉사 활동도 하며 적응해가는데 그 과정에서 이정림이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정림을 감시하는 국정원 여직원, 평범한 경찰 성태의 일상, 세탁소 주인이자 새터민 총무의 모습, 다리를 다쳐 장애를 앓고 홀로 사는 중년남, 임신한 여고생 등... 정신줄 놓고 영화를 감상했다가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지럽고 난해해진다. 영화는 탈북한 여주인공 이정림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주인공이 스쳐 지나는 주변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얼키고 설켜있다. 그 매듭을 한 올 한 올 풀어보면 그것은 상처와 외로움이다. 전규환 감독의 도시이야기 타운 시리즈는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담긴 고독하고 상처입은 외로운 사람들의 암울한 이야기이다.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시퀀스를 소개한다. (스포일러다! 하지만, 스포일러라도 퍼뜨려야 독립영화 제목과 내용이라도 알 것 같다)   

여주인공은 북에서 7~8년 동안 임신을 못해 시어머니한테 구박받는 장면이 나온다. 겉으로 봐서는 조신한 북한 여성이지만, 바람 핀 남편과 헤어지고 두 번째 남편과는 남한에서 구해온 포르노 비디오를 보며 섹스를 나눌 정도로 기본적인 욕망을 지닌 여자다. 

새터민에서 활동하며 교회 봉사활동으로 다리를 다친 장애인 집에 방문하는 장면이 있다. 혼자 방안에서 컴퓨터 카드 게임만 하던 장애인에게 이정림은 말동무도 되어주었고, 장애인의 김치 부탁을 받고 직접 김치를 만들어 방문한다. 

그 때, 장애인은 문고리에 줄을 매달고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하고 있었다. 목이 매여 숨이 조여오던 장애인은 죽음의 끝자락에서 허우적 거리는 손짓이 이정림의 치마를 잡아당기며 팬티까지 내리게 된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둘은 서로를 안고 있다.

생각많은 꼴찌는 이 장면을 엉뚱하게 해석했다. 

이정림이 죽어가는 장애인을 살린 시퀀스는 임신을 못해오던 이정림이 장애인을 자궁에서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의미로 해석했는데 너무 생각이 많았다 ㅡ.ㅡ"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장애인을 살리고 난 후의 이어지는 충격적인 시퀀스다. (이 장면을 두고 김영진 평론가는 충격적인 스트리트 섹스씬이라고 했다)

경찰 성태 (배우 오성태) 와 이정림은 술을 마신다. 술자리에서 '동무'가 되기로 했다. 정의실현에 앞장서야 할 경찰 성태는 한국에서 동무는 술자리에서 끝까지 가야한다고 한다. 둘은 외롭다.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이 골목길 시퀀스는 논란이 예상되는 충격적인 섹스씬이다. 남성의 심벌이 보일 정도로 사실적으로 담았다. 길거리에서 진한 몸의 대화를 나누고, 이 모습을 훔쳐보는 걸인.  

감독은 왜 전작 모짜르트 타운 과는 달리 여관도 아닌 스산한 골목길에서 굵고 짧고도 질퍽한 몸의 대화를 거침없이 담아냈던 것일까? 

충격적이지만, 사실적이고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 누군가는 비슷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는 스트리트 욕망 분출, 서글픈 섹스씬에 대한 담론을 영상으로 확인하자.



 




▲<모짜르트 타운> 언론시사회에서 간담회 모습. ⓒ 생각하는 꼴찌

    

우연찮게 <모짜르트 타운> 시사회에 참석했다가 전규환 감독의 영화 문법이 어렵고 호기심이 생겼다. <댄스 타운>은 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관람한 영화다. 이제 이미 개봉한 <애니멀 타운>을 찾아서 감상할 예정이다. 

분명, 영화는 재미적으로 접근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독립영화 숨의 간담회를 진행했던 어느 여성평론가의 말처럼 영화의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 다르며, 재미의 기준을 어디에다 두느냐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규환 감독은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스페셜 토크에서 

"관객이 만들어가는 영화가 많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코드를 적용해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 갈 수 있지만, 그런 영화는 다른 감독님들이 수없이 만들어내고 계시다. 독립영화의 다양성면에서 접근해달라." 

고 했다.

전규환 감독은 고집이 무척 세거나 자존심이 강하거나 천재이거나 프로듀서가 싫어하는 감독 중 하나 일 것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은 밀도있고, 영화 속 캐릭터들마다 유기적인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여러 사람의 상황과 이야기 전개가 산발적이긴 하지만,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듯 닮은 상처와 소외, 외로움을 안고 도시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메이져 영화사에서 제의를 받고도 아직은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어 독립영화를 택하고 있다는 전규환 감독의 도시이야기. 그 후속작으로는 바라나시 라는 인도영화가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인도의 춤 여전사 말리카 사라바이의 강연과 춤, 그리고 영화 세얼간이를 통해 인도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꼴찌에게 전규환 감독의 영화 바라나시 가 어떤 영화일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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