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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지하철 역 세월의 흔적이 담긴 도장 가게

꼴P 2011. 12. 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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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단순 뇌세포를 소유하고 복잡한 생각을 하는
블로그 꼴찌닷컴의 생각하는 꼴찌입니다.  

친구한테 sony z-1 카메라를 반납하려고 선유도 역 근처에 있는
메타포 프로덕션( http://kkolzzi.com/505 )에 들렀습니다.

카메라를 반납하고, 도장파는 가게를 찾아 나섰습니다.
급하게 회사명판 도장을 새길 일이 생겼거든요.

언젠가 스쳐가며 본듯한 촉만 믿고 나섰는데,
다행히 선유도 지하철 2번 출구에서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 할아버지께서 귀가 어두우신지, 대답하기 싫으셨는지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냐는 제 질문에 답은 안해주셨지만, 허름한 가게의 간판만 봐도
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은 외경이었습니다.  


개인정보라 자세한 사항은 모두 알려드릴 수 없지만,
얼마 전 1인 창조기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마쳤습니다.
강남창업센터에서 나름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했고, 다행히 저를 찾아주는 업체가 생겨서 회사 명판도장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시는 가게 주인 할아버지는 참 무뚝뚝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내 알아차렸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일에 완전 집중하고 계셨습니다. 
노트북 마우스를 만지는 손이 더디지만, 더딘만큼 꼼꼼하셨습니다.
 
"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 할아버지 도장 일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혹시나 제 호칭이 맘에 안드셨을까?

" 아버님!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

주인 할아버지께선 회사주소 란에 꽉찬 글자의 간격을 일일히 맞추고 계셨는데,
마우스로 커서를 움직이는 손동작이 더디셔서 옆에서 도와드리고 싶을 정도였지만,
돋보기를 통해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시는 할아버지의 등에
근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답니다.




"할아버지 창틀에 잉크는 뭐하는데 쓰는 거에요?" 
"......" 

여전히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하긴 낯선 사내가 도장 하나 맡기고 이것 저것 물어보는게 탐탁치 않으셨을 수도, 
아니면 정말 귀가 어두우셨을 수도... 

그런데, 할아버지가 드디어 웃으시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 이건 스탬프나 인주가 필요없어..한 시간 넘게 넣어두면 오랫동안 두고 두고 쓸 수 있어...허허 "  

목도장 파던 시절과 달리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컴퓨터에 입력하면 기계가 알아서 이름을 새겨주고,
이제는 인주도 필요없이 찍으면 새겨지는 명판 도장이 생겨납니다. 

그래도 허름한 가게 안 풍경은 
오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시골 버스 정류장 앞 구멍가게에는 버스 운행 시간표가 벽에 붙어 있답니다.

할아버지 도장 가게 안에는 9호선 열차 운행 시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느낌이 묘하더군요.


허름한 도장 가게 안에서도 세월따라 변하는 것들이 있고,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이 있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이름을 새기는 곳.
 
이제 맡겨둔 회사 명판 도장 찾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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