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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어프리 버젼으로 상영된 <달팽이의 별> 시사회 현장스케치

꼴P 2012. 3.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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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로그 꼴찌닷컴의 생각하는 꼴찌입니다.

베리어 프리[barrier free] 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꼴찌는 어제 영화 <달팽이의 별> 시사회장에서 '베리어 프리' 라는 용어를 처음 듣고 검색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베리어 프리' 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으로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 (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출처:네이버 백과사전]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애인들도 일반인들과 같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베리어 프리 방식의 영화란 시청각 장애인들도 영화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영화에 대한 자막 설명과 나래이션을 취하는 방식의 영화인데요.

생각하는 꼴찌의 현장속으로! 오늘은 베리어 프리 방식으로 상영된 <달팽이의 별>시사회 현장 스케치입니다.  




19일 오후 7시 30분. 낙원상가 4층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 <달팽이의 별> 시사회가 베리어 프리 방식으로 상영 되었습니다. 모두에 말씀드린대로 영화가 시작되자 목소리 재능기부자 가수겸 배우 김창완씨의 나래이션과 함께 영상 화면 및 배경음악까지도 자막으로 설명이 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실제 시사회에 초대된 시청각 장애인 관람객들이 많았는데요. 장면의 나래이션 설명뿐만 아니라 배경음악이나 현장음도 [바람소리] , [잔잔한 피아노곡] 등 자막으로 표기가 되니, 시청각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 영화의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영화 <달팽이의 별>은 시청각 장애인 조영찬씨와 척추 장애인 순호씨 부부의 일상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남편과 그의 아내 사이의 소통방식은 점화(點話)라고해서 위 사진처럼 손가락으로 손등에 점자를 찍어 대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키작은 아내와 앞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남편은 손끝으로 소통할지라도 그것은 표면적인 소통방식일뿐 부부사이에 오가는 사랑의 농도는 무척 진했습니다. 단적인 예로 영화 속 형광등을 교체하는 장면에서는 모든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감상해야 했습니다. 

키작은 아내의 손은 천장에 닿을 수 없었고, 앞을 보지 못하는 남편은 아내가 손등에 전해주는 지령으로 몇 십분 만에 형광등을 교체합니다. 낡은 형광등이 교체되고 새 형광등에 빛이 들어오자 비로서 관객들의 숨통도 트인 듯 웃음소리가 전해졌습니다.  

영화에 대한 내용은 오늘 포스팅에서는 이 정도로만 하고 생략하겠습니다. 영화 <달팽이 별>을 감상하며 느꼈던 울림을 텍스트로 전해드리는 것보다는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영화사 대표의 인사와 영화를 연출한 이승준 감독의 소개가 있었는데요. 시사회에 참석한 장애인들을 위해 현장에는 통역사가 수화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꼼꼼한 배려가 느낌있었습니다. 



 
영화 <달팽이의 별>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은 베리어 프리 버젼의 영화 속 나래이션과 자막을 전문 작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작성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이승준 감독은

"방송에서의 나래이션과는 반대로 나래이션을 제작해야 했다. 화면을 설명해서는 안되는 방송나래이션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화면을 정확히 묘사해야 했는데, (시퀀스나 컷의)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서 충분히 묘사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라고 전하면서 어떻게 해야 시청각 장애인들이 자신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나래이션을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22일 개봉되는 영화는 베리어 프리 버젼과 일반 버젼으로 동시에 개봉된다고 합니다.  



    
이날 시사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님도 참석했는데요. 박원순 시장은 "영화 <달팽이의 별>의 영찬씨 순호씨 부부를 통해 이 시대에 진정한 장애인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비록 육체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선량한 두 사람의 눈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졌다" 고 전하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로 이승준 감독을 격려했습니다. 

이어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에서는 장애인 한 분을 명예 부시장으로 임명했다며 양원태 서울시 명예 부시장을 소개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의미의 양원태 서울시 명예 부시장은

"영화 <달팽이의 별>을 통해 사람이 자신의 감정, 느낌, 삶에 대해서 솔직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부부를 통해서 배운 것 같다. 특히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그렸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장애인들도 남들과 똑같이 배우고, 일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없이 더불어 세상을 살 수 있게 만드는데 박원순 시장이 많은 노력을 해주리라 믿는다"

며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조언자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현장에서 영화 관람을 마친 한 장애인은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음성해설, 장면 해설 자막이 되어있는 영화를 처음 봤다. 외국영화가 아니면 이런 영화를 접하기 어려웠다. 그 전에는 시위를 통해서 해달라고 요구를 하면서 행정적인 마찰을 빚었는데, 이렇게 장애인들을 신경써주는 영화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다만 장애인분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한글을 잘 알지 못하는 나이 많은 분들이 있다. 한글 뿐만아니라 수화를 통해서도 영화 정보를 받을 수 있게 해서 한글을 모르는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도 신경써주길 바란다"

는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승준 감독은 처음으로 장애인의 영화 감상평을 들었다며, 자신이 장애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좀더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자리였다고 했습니다. 

오는 22일 개봉되는 영화 <달팽이의 별>은 제작비로 보나 마케팅 측면으로 보나 개봉 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힘든 다큐멘터리입니다. 언론이나 포털사이트에서는 <달팽이의 별>과 같은 저예산 영화를 많이 알리는 일에 아낌이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정보를 알고 영화관으로 찾아가서 직접 보고 듣고 느껴서 제작자나 감독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하는 일. 그것이 미디어 플랫폼을 가진 강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꼴찌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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