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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잠들기 전 아이와 나누는 10분의 대화 # 욕심

꼴P 2013. 1.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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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로그 꼴찌닷컴의 생각하는 꼴찌입니다.

 

꼴찌닷컴 ver 1 에는 꼴찌 일등 아빠 되기 라는 카테고리가 있었습니다. 실제 일등 아빠가 되고 싶어서 만든 카테고리였고, 놀이가 교육이다! 라는 컨셉으로 글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어느새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했고, 이제 웬만한 놀이나 이야기로는 아빠와 친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새해가 되면서 소원했던 아이와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잠들기 전 10분간의 대화!

1월 1일 버킷리스트로 정리한 53가지 중 하루 53페이지 책 읽기 항목이 있는데요. 첫 도서로 택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에는 아이와 질문하고 답하라! 라는 내용의 글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처럼 잠들기 전에 아이에게 제가 겪었던 경험을 옛날이야기라고 하면서 들려줬더니, 집중도 잘하고 10분 남짓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쌔근쌔근 잠이 든답니다. 어제 아이와 잠들기 전 나눈 10분의 대화 주제는 바로 '욕심' 이었습니다.

 

 

 

 

아이와 침대에 가기 전 블로그에 글을 정리하려고 노트북을 열었다가 빛바랜 옛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30여 년 전 사진입니다. 동생과 함께 찍힌 사진인데, 딱 봐도 곱상한 저와 퉁퉁한 동생은 어려서부터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동생은 참 욕심이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이 욕심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사이다 병에 담긴 오줌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욕심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 나중에 다른 소재로 정리해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동생은 욕심이 많아서 형인 저보다 꼭 더 갖거나 똑같이 가지려고 했습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께서 간만에 소고기 장조림을 해주시면 동생은 밥상에서 제 눈치만 살피고 있었죠. 제가 한 젓가락 들면 동생도 따라서 소고기를 집었고, 제가 한 번에 소고기 두 조각을 집으면, 동생은 어설픈 젓가락질로 끝내 두 조각을 먹어야 직성이 풀렸으니까요. 

 

 

 

사진을 촬영할 때 유난히 멋을 내던 꼴찌였습니다. 누워서 찍을 때는 꼭 팔을 머리에 대는 자세를 취했는데, 동생은 그 자세 어렵다며 인상을 썼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빛바랜 사진 한 장 덕분에 작은 아빠의 소고기 장조림 욕심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제 추억여행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집중해서 듣고 있습니다.

 

 

 

하찮은 욕심 때문에 형제가 많이 다투던 그때처럼 딸과 조카는 사촌지간에 만나면 싸웁니다. 매 한 가지 욕심 때문이죠. 장난감을 하나 더 가지려고 하고, 자전거를 한 번 더 타려다 결국 둘 중 하나가 울음을 터뜨리고 "다시는 안 놀아"로 끝나는 이 욕심 게임.

 

아빠의 경험 플러스 아이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에 딸의 감정이입은 100%. 이제 슬슬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아이를 재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꼴찌 : 소탐대실이라는 말 들어 본 적 있어?

딸    : 아니...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자성어 중 예전에 모시던 차장님께서 툭하면 내뱉던 말씀이었습니다. 소탐대실하지 마라! 작은 것을 탐하려다가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인데, 아이가 기특하게도 이 사자성어를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나 동생한테 욕심을 부려서 음식 하나 더 먹으려고 하고, 게임 한 번 더하려고 하는 것보다 그때는 양보를 택하라고 했습니다.

 

다만, 욕심을 부려야 할 때는 규칙이 있는 경기. 이를테면 딸이 김연아 선수의 영향으로 스케이트 선수가 되고 싶어하기에 스케이트를 탈 때는 연습에 욕심을 내도 되고 경쟁에서 욕심을 내도 된다고 했습니다. 10년도 지난 연출 스태프 시절에 일 욕심이 많았던 아빠의 모습을 이야기해줬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주일에 이 선배 저 선배 가리지 않고 촬영 따라다녔던 막내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느새 쌔근쌔근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가 잠들고 난 후 가만히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지금 내 일에 욕심을 내고 있는가? 일이 아닌 다른 것에는 남들에게 양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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