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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기적의 도서관 인문학 프로그램 <내 마음의 정원 찾기> 수료식이 끝나고.

꼴P 2023. 9.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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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우연히 관내 기적의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내 마음의 정원 찾기>라는 체험 강의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에는 작가와의 만남과 동네 탐방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었다. 

길 위의 인문학 구로구 가리봉동 탐방

 

구로구 오류동 탐방

어느새 구로구에서 20여 년 산 주민이 됐지만, 구로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가리봉동과 오류동, 성공회대 더불어 숲길 등 3차례에 걸친 동네 탐방은 조금이나 구로구의 역사와 변화 과정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오류동을 탐방하면서 개발과 입점 반대의 상인 갈등, 변화와 발전 그리고 공존 사이의 서로 다른 관점. 잠깐 둘러보고 어떻게 속내를 다 알 수 있겠냐마는, 그나마 동네 탐방을 통해 현주소를 스케치할 수 있었다.

이명환 작가와의 만남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동네 구석구석 다니면서 그림으로 기록하고 책을 발간하신 성두경 작가님과의 만남, 내 아버지와 동년배이신데도 소녀 감성 가득한 산문 에세이 이상교 작가님과의 만남, 동화 그림책에 실린 그림 하나 하나를 다시 보게끔 관심을 가지게 한 이명환 작가와의 만남은 나를 비롯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네 주민들 모두에게 뜻깊은 시간이었다. 

<내 마음의 정원 찾기> _ 나를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이야기 모종 심기

 

길 위의 인문학 <내 마음의 정원 찾기>의 메인 프로그램은 글쓰기 작업이었다. 문하생도 아닌 주민들에게 글쓰기는 사실 쉽지 않은 작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 작업에 쉽게 접근하게 길잡이를 해 준 선생님, 동화 작가이자 시인 조하연 작가님 덕에 참여자들은 저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조금은 편하게 항해할 수 있었다. 

조하연 작가는 구로문화재단 다양성 문화 무지개사업 관련 영상 제작 과정에서 몇 차례 인터뷰를 가진 바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작가님이 가진 에너지와 프로젝트 추진력에 놀란 바 있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 테라피 프로젝트를 진행했었고, 발간된 시집 속에 수록된 시로 노래를 만들기도 했고, 연극을 만들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통한 프로젝트의 공통분모는 '치유'였다. 

 

 올 해도 조하연 작가의 글 쓰기를 통한 '치유'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모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정원을 가꾸게 만든 정원 관리사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참여 주민들이 살아 온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서 모종으로 건넸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그 이야기 속에서 맥을 찾고 이야기 씨앗을 찾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어느새 타인의 이야기에 동화되고, 자신의 삶과 과거, 가족 이야기를 전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5회 차 과정에 참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어느새 참여자들은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전하는데 익숙해졌고, 그 과정에서 함께 울고 웃고, 서로 보듬고 위로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청일점이었던 나는 애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참여자들의 글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무엇보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등 만감이 교차했다.

9월 6일 오전, 15회 차의 종강 수료식 때, 참여자들의 글이 수록된 자료집이 발간 됐다. 그리고, 수록된 글 중 한 편씩 낭독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항상 타인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무뚝뚝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라 옆에 앉게 됐다. 참여자들이 낭독하는 순간순간, 단 한순간도 신경을 다른 곳에 두지 않는 모습이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까지도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 나까지 울컥했을 정도였다.  

 

참여자 중 수료식에 20대의 딸과 동행한 어머님이 계셨다. 어머님이 자신의 수기를 낭독하는 순간, 딸은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하고 있었고, 어머니의 눈물에 딸은 애써 눈물을 참고 어머니를 다독이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휴지를 챙겨 주고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모습은, 동네도 다르고 살아온 여정도 다른 주민들을 친구로 만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동네 탐방하면서 실감했고, 수료식을 끝으로 '인문학'이 거창한 학문이 아니라, 바로 이 과정을 통해 느꼈듯이 사람을 알아가고,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조하연 작가와 사담을 나누면서, 오전 시간대라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 참여자들 대상뿐만 아니라 삶에 지친, 또는 고민 많지만 치유받을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빠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프리랜서 PD로서 스케줄 조절이 가능한 덕에 수요일 오전 시간을 비워 15회 차 과정을 수료했다. 한 번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사람의 이야기를 귀동냥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사람과 행복>에 관한 기록의 소재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씨앗을 심고 꽃을 기르고 나무를 키우는 정원 관리는 노년이 돼서 죽기 전에 해야 할 버킷리스트고,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내 마음의 정원 찾기> 과정을 통해 내 유년시절의 기억, 내 가족에 대한 애증, 그리고 내 딸과 아내에게 고마움과 사랑, 미안한 마음을 가진 뜻깊은 시간이었다.

구로기적의 도서관 관장님을 비롯해, 알뜰살뜰 준비하고 챙긴 사서님, 프로그램 기획 팀장님 그리고, 수료까지 마친 주민분 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글 / 사진 : 꼴찌PD

kkolzzip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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