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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어느 PD의 '대한민국 1년'을 위한 남대문 답사 ①

꼴P 2011. 1. 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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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블로그 포스팅을 위한 블로그 편성표를 작성했는데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제 주변이나 이웃의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제가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 이야기인데요.


저보다 나이는 두 살 많고, 현재 여의도 모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고 있는 베테랑 PD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그 친구의 별명을 전투력 강한 게릴라 PD라고 지을 정도로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는 물, 불 가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인데요.

며칠 전 고프로 라는 카메라를 소개하면서 포스팅한 바 있지만, 몇 시간 단기 강습받고 바닷속에서 수중촬영을 직접 할 정도니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겁 없기로 소문났습니다.


 (▲ 초상권 보호를 위해 절묘하게 얼굴이 가려진 사진을 찾았는데요. ㅋㅋ )

이 친구와의 첫 인연은 현재 파워블로거로 맹활약 중인 김피디닷컴(kimpd.com)주인과 함께 한 술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둘 다 후배의 관계로 만나 서먹서먹하게 소주잔 주고받은 게 다였고, 서로 자존심이 강해 노래가사처럼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 2003년 당시 SBS파일럿 프로그램 <특집 선택! 리얼데이트> 촬영 중

그리고 몇 년 후,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3년 12월에 방송된 SBS파일럿 프로그램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레귤러 프로그램으로 확정이 안 되었던 관계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때 함께 PD로서 일했지만, 나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텝들한테도 싫은 소리 할 때는 확실하게 하고 출연자를 통솔하는 추진력이나 모든 면에서 저보다 한 수 위였죠. 작은 체구에 에너지는 왜 그렇게 뜨거운지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통에 정신 사나울 정도였는데요.(물론, 그때는 꼴찌가 더 빨리 뛰어다니긴 했지만...ㅎㅎ)

만약, 그 당시 파일럿 프로그램이 레귤러로 확정되어서 진행되었다면 우리 둘 사이는 더 찐해졌거나 혹은 반대였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당시에도 서로 연출 스타일이 달라 이견이 있었지만, 서로 예의를 갖췄고 그 후로도 두 살이나 어린 나를 후배가 아닌 동료 PD로서 친구로서 대해 줬기에 지금까지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이 파일럿으로 끝나고 난 후 그 친구는 KBS에서 저는 계속 SBS에서 프리랜서 PD로 일을 해왔습니다. 방송장이들은 고향 친구들이 사라질 정도로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면 사적인 시간이 없을 정도랍니다. 각자 맡은 프로그램에서 일하다 보니 그 후로 만나기도 어렵고 가끔 안부만 전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맡았던 프로그램이 끝나고 잠시 쉬고 있을 때였는데, 친구로부터 아프리카를 함께 가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해외출장 경험이 많지 않았고 게다가 아프리카 출장이라는 말은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던 꼴찌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식이었습니다. 

   ▲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전경을 촬영하고 있는 김도훈PD

"에티오피아 가자! 한 달 정도 에티오피아랑 방글라데시 다녀와야 해. 같이 가자! 돈은 많이 못 줘..." 

친구는 그 당시 외주프로덕션에서 KBS스페셜 제작 의뢰를 받았고, 한 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연출에 약간의 부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이템이 KOICA 단원들의 해외 봉사활동이었기에 평소 휴먼 코너를 통해 우리 주변의 사람이야기를 담아왔던 저와 함께 촬영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가족에게는 항상 미안하지만, 돈보다 경험을 소중히 하는 꼴찌의 무책임한 모험심에 선택과 집중! 바로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방송국 본사 내에서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해외 다큐멘터리 제작비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한 제작비로 말미암아 항공권 구매나 프로그램 제작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는데, 외주제작사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는 제작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야 인건비가 남는 관계로 항공권을 싼값에 구하려고 노력하는 외주프로덕션 PD들이 많답니다.(그래서 해외 출장을 AD도 없이 혼자 떠나는 PD들도 많은 것이 외주제작의 현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방글라데시에서 일주일간 촬영을 마치고 두바이를 거쳐서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대기 시간이 12시간 정도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는 담요부터 꺼내더니 익숙한 듯 잠을 청했고, 아프리카 출장이 처음인데다가 본사 내에서 선배들만 따라다니며 해외촬영을 했던 나로서는 이 상황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 식수를 구하기 위해 당나귀에 물통을 싣고 우물로 3시간 이상 걸어가는 여인들. 

어쨋든 저는 친구 덕분에 난생처음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땅을 밟아봤고, TV를 통해서만 보고 듣던 에티오피아의 식량난과 기아 그리고 AIDS 문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일이지만, 친구는 처음에 공동연출을 제안했었습니다.

KBS 스페셜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할 기회는 프리랜서 PD에게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기에 욕심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회화실력과 현장에서의 추진력과 상황 판단력, 연출력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기에 공동연출은 꼴찌에게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촬영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촬영하면서 무진장 싸웠지만...) 

친구가 최종 편집을 한 영상은 KBS 스페셜 <세상을 바꾸는 0.05%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됐고, 후에 이 프로그램으로 YMCA에서 수여하는 무슨 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2010년 12월 말 친구로부터 여의도에 있는 모 프로덕션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의도에서 만난 친구는 자신이 맡은 1년짜리 프로젝트가 있는데 함께 작업하자는 제의를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1년에 관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물인데, 2~3개의 아이템을 1년 동안 동시에 진행해서 방송을 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고민이 됐습니다. 

방송되는 채널이 어디가 되었든 간에 꼴찌에게 시리즈 물 다큐는 또 다른 경험이고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2~3편의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진행하라는 제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제안이었습니다. 나름대로 2011년 기획하고 계획한 프로젝트가 있고, 한 편도 아닌 2~3편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작품의 퀄리티를 생각해서라도 섣불리 결정할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의 경력에 맞지 않는 페이를 제시하며 그냥 일하라는 친구를 바라보면서 의리를 생각하면 아무 조건 없이 기회를 주는 것에 고마워하며 제안을 수렴해야 하는지, 벌써 몇 년 전부터 기획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에 전념해야 하는 지 고민이 됐죠.

한 참 동안 답이 없는 제게 친구는 남대문 답사를 함께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계속> 

첨부
 2009년에 촬영했던 김도훈PD의 인터뷰 영상이 있어 올립니다. 
(예전에 올린 영상인데 링크밖에 되질 않네요)

http://www.pandora.tv/my.optatum/35811254


(글을 작성하다 보니 스크롤 압박도 있고, 담을 내용도 많이 남아 가독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두 편으로 나누어 작성합니다. 남대문 시장 답사 과정과 남대문 이야기는 다음 주 화요일에 포스팅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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