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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으로 가족까지 문전박대 할 수밖에 없었던 이모

꼴P 2011. 1. 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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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정 연휴를 맞이해 부모님 모시고 경북 풍기 외가에 다녀온 일을 '콩가루와 채소의 절묘한 비율로 비벼 먹는 송어회'라는 제목으로 포스팅 한 적 있는데요.


그날 외할머니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풍기에서 희방사 방면으로 향하는 국도 변에서 소머리 국밥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이모 댁에 들러 새해 인사를 드리려 했습니다. 

이모님을 깜짝 놀라게 해 드리려는 맘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 이모!!! "  

오랜만에 듣는 조카 목소리일 텐데 여느 때와 달리 반갑게 맞아 주시지를 않는 듯합니다.

" 이모! 부모님하고 외할머니 모시고 식당에 들르려고 하는데요..."

" 안된다... 그냥 가라!~"

바로 아래 동생인 저희 엄마와 8남매 중 제일 친하셨다고 하고, 저는 어렸을 적 방학만 되면 이모 댁에서 3박 4일 정도는 꼭 찾아뵙고 이종사촌들과 개구리도 잡고 들판을 뛰며 놀았던 기억이 가득한데, 무슨 이유로 단박에 가족을 문전박대하신 걸까요?

바로 지금 이 나라에서 여러 사람 울리고 있는 구제역이라는 전염병 때문입니다. 


꼴찌도 어느 정도 듣는 이야기는 있어서 구제역이라는 단어는 들어봤고, 이 병 때문에 소, 돼지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특히 어제 어느 수의사에 관한 글은 가슴이 시릴 정도였는데요. 수의사로 살아오면서 직업 특성상 아픈 가축들을 살려야 하는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구제역에 걸린 가축들을 생매장할 때는 자식을 떠나 보내는 기분이다 라는 인터뷰가 안타깝게 했습니다. 

심지어 살아 있는 가축을 생매장하는 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우울증 증세까지 겪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농민들에 비할 바 못되겠죠.
  
구제역 [ foot-and-mouth disease]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소의 경우 잠복기는 3∼8일이며, 초기에 고열(40∼41℃)이 있고,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제관()·지간()에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이모부께서 목장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소가 몇백 마리 되십니다. 예순이 넘은 부부가 3남매 출가시키고 목장에서 소 기르는 낙으로 사시는데 행여나 잘못되면 큰 충격을 받으실 것 같아 조마조마합니다.

이모를 못 뵌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인사 못 드리고 고향 집으로 향하는데 정말 곳곳에서 차량 방역을 하고 있더군요. 추운 날씨에 도로에 나와 방역하시는 공무원들도 고생이지만, 노심초사하는 농민들 봐서라도 전염을 예방하는 대비책을 확고하게 세워야 할 것입니다.

바이러스라는 게 뭔지 해마다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사람을 괴롭히네요.

또다시 구제역과 더불어 사스(SARS -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 조류독감 같은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까 봐 걱정입니다.

 눈 쌓인 소백산 절경으로 분위기를 살짝 바꿔 보겠습니다.  



이모댁에 찾아뵈려고 고속도로 진입을 하지 않았던 탓에 국도로 풍기에서 제천까지 향하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어머니는 동창생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쌀을 사기 위해서였는데요. 요즘 정미소 구경하기 어려우시죠?



어머니는 매번 고향 친구가 운영하시는 정미소에서 쌀을 구입하셔서 서울로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점점 사라지는 정미소. 언제 정미소에서 쌀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촬영하고 싶네요. 

추억의 희방사를 지나 죽령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막걸리 한 잔하고 가자고 하셨습니다. 사진 찍는 아들에게 '꺼리'를 제공해 주시려고 제안하신 거죠. 

" 여기 가다 보면 주막이 있다." 
" 주막요? " 


지금은 당뇨병 때문에 술을 끊으셨지만 부전자전이라고 꼴찌가 주막을 지나칠 수 없잖겠습니까? 특히 '주막'이라는 2음절이 주는 느낌이 참 좋잖아요. 어떻게 생겼을까 호기심 가득 안고 향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사실 제가 기대한 느낌이 삭 사라졌죠. 

 
요즘은 온통 세상이 마케팅이고 자신을 알리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고 하지만, 주막 정면에 방송 출연한 집이라는 현수막은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그린 주막의 그림을 깨끗하게 지우는 역할을 했죠. 그냥 스쳐지나고 싶었지만, 아들 생각해서 소개해주신 아버지의 배려를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주막으로 들어서는 순간 빵 터졌습니다.


나름 느낌 있는 문구 아래로 꼴찌를 빵 터지게 하는 글이 있었습니다.


주막에 들어서자 아버지는 동동주에 어묵을 주문하셨습니다.


어묵이 조금 덜 익은 걸 빼놓고는 추운 겨울 동동주 한 잔에 뜨끈뜨끈 어묵과 국물 기분 좋은 간식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오자,

주막 옆에 수 놓인 듯한 많은 장독대가 눈의 피로를 사라지게 했습니다.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이라고 하는데, 1kg에 15000 원이라고 하네요.

다시 차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조금 지나자 막걸리 때문이었는지 화장실에 들러야 했습니다. 



중앙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길은 이 국도 하나밖에 없어서 국도 중간에 위치한 휴게소에 많은 사람이 들러 소백산 특산물도 구입했는데 고속도로가 생긴 후로는 사람들 왕래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다시 길을 향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구제역 방지를 위해 방역을 하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얇은 방역복을 입고 일하시는 분들이 고생이 많아 보이셨습니다. 빨리 구제역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양은 제 본관인 도시죠. 우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우리나라에 '단양 우 家' 하나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참 블로그에 글 쓰다 보니 '본관'이라는 말을 무척 오랜만에 써보네요. 요즘은 그런 본관도 잊혀지는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양하면 떠오르는 관광지는 도담삼봉 입니다. 백과서전의 글을 인용하면

도담삼봉

단양팔경의 하나로,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에 3개의 기암으로 이루어진 섬을 말한다. 푸른 강물 가운데 우뚝 선 기암괴석이 모두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데, 가운데 봉우리가 가장 높고, 큰 봉우리 허리쯤에 수각(水閣)이 있어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망루 구실을 한다. 조선왕조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鄭道傳)이 이곳 중앙봉에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서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읊었다고 하며,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고 한 것도 도담삼봉에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충주댐의 완성으로 약 1/3이 물에 잠기게 되었지만, 월악산국립공원에 이웃하여, 수상과 육상교통이 개발됨에 따라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2009년 9월 9일 명승 제 44호로 지정되었다.


오전에 출발해서 송어회로 점심 먹고 오후4시 경 도착한 나들이. 
무엇보다 국도에서 구제역 전염 방지를 위해 방역하고 있지만, 이모부 목장에 있는 많은 소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새해에 이모 얼굴 못 뵈었지만, 설날 연휴에는 밝게 웃으며 맞이하시는 이모의 얼굴을 그리며 쓴 생각하는 꼴찌의 <이야기가 담긴 여행> 이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은 '이야기가 담긴 여행' 이라는 카테고리로 여행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의 글을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촬영 다녔던 곳이나 사람 이야기가 담긴 여행지에 관한 글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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