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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설마 설마 했는데, 전셋값 8000만원 인상!

꼴P 2011. 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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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까치 이것들을... 먹을 것까지 주면서 집 짓게 해줬더니 좋은 소식도 안 전해주고...

 지난 1월 7일 '전셋값 폭등으로 다시 찾아온 까치와 이별해야 할 사연' 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 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은 지난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어제 오후 집주인 부부께서 다녀가셨습니다. 마치 군 복무 시절 내무사열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 부부가 집 깨끗이 썼네요. 애가 얌전한가봐... 집에 낙서도 하나 안 돼있네..."

 집주인 부부께서는 집 구석구석을 둘러보시더니 큰 문제 없는 집 상태에 만족하신 것 같았습니다. 사실은 제가 워낙 깔끔한 성격이 아니라 집이 엉망이었는데, 갑자기  오전에 찾아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는 점심 약속까지 미루며 집 청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미자차 좀 드세요..."

아내가 끓인 따뜻한 오미자 차를 드시던 노부부는 한동안 말이 없으셨습니다.
얼마 지나 할아버지께서 먼저 말을 건네셨습니다.

" 어떻게 할래요? 이사를 갈거요?... 안 갈거요...?"

" 네... 전화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나름 집도 깨끗이 쓰고, 제가 작업할 공간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라 전셋값 배려만 해주신다면 저희는 2년 더 살고 싶습니다. 동네도 조용하고 교통도 편해서 나중에 여건만 되면 이 집을 사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 할아버지께서는 단호하셨습니다. 

" 이 동네 시세가 예전보다 많이 올랐던데...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 네 저희도 알아보니 많이 오르긴 했더라고요. 어르신께서는 전셋값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할아버지께서 제시한 전셋값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실, 3000만원 정도 인상을 제시하실 것이라 예상하고 사정을 부탁드리려고 했는데... 제시한 금액은 지금 전셋값보다 8000만 원이 오른 가격이었습니다.

제가 좀 놀라는 기색을 보이자 주인 할머니께서는 

"시세가 그러니 어쩔 수 없는데, 난 젊은 부부가 더 살았으면 좋겠네... 무리가 되면 전세 인상금 반은 올려주고 나머지 반은 월세로 내는 것도 괜찮아요. 월세는 1000만원 당 7%! 월세 내면 나중에 무슨 공제가 된다고 하는 것 같던데..."
 
할머니께서 제시한 조건은 전세금을 한목에 해결하기는 부담되니 월 28만원 정도를 월세로 하고 나머지 4000만원은 인상을 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그 금액도 애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이었으니 저희 부부는 난감했습니다. 

부동산 돌아다니며 알아보고 더 살지 안 살지 빠른 시일 안에 연락 달라며 집주인 부부는 돌아가셨고, 아내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하더니 갑자기 베란다로 가서 까치집을 바라보며 화풀이를 했습니다. 

"새끼 잘 키우라고 먹을 것까지 주면서 집 짓고 살게 했더니ㅠㅠ, 아유! 까치집 다 철거하고 이사가자..."   

지난 2010년 3월, 갑자기 찾아온 까치가 베란다 실외기에 나뭇가지를 나르기 시작했고, 아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까치집 때문에 에어컨이 고장 날 수도 있고,배설물이나 소음 등 아파트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여겨 애초에 집을 철거하자고 했었죠. 

전 마치 도 닦는 도사처럼 이것도 다 인연이라며 아내를 설득했고, 내심 까치가 길조니 좋은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인간사 새옹지마! 앞으로 어떤 드라마가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까치를 맞이한 1년 뒤 얻은 소식치고는 조금 씁쓸하네요.ㅎㅎ
 
어제 MBC 시사매거진 2580 에서는 2011 부동산 전망에 관한 아이템을 첫 꼭지로 방송했는데요.

방송을 시청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전셋값이 폭등한 원인이나 현상에 대한 설명은 없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전망에 집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빚을 내서라도 지금이 집을 사야 할 시기라며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내용만을 전했습니다. 

물론,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 측면에서 방송을 시청하다 보니 전셋값 폭등에 대한 뉴스를 기대하고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방송을 시청하면서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송내용은 부동산 매매 쪽에만 치우친 게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하고 2년마다 이사를 해왔기 때문인지 아내는 집은 안 사도 좋으니까 오래 살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전세 대란이 지속된다면 전셋집에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입자들은 많지 않을 듯싶어 벌써부터 2년 뒤의 일이 걱정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모으지 못한 30대 가장의 무기력함이 죄?고 입장을 바꿔 내가 집주인인데 전셋값이 폭등한다면 나는 세입자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 필요 이상의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제 아침에 아내는 까치 둥지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까치를 반겼지만, 오늘 까치둥지를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은 곱지 않네요.

소복이 쌓인 눈 녹고 봄이 찾아오면 까치둥지에는 새 생명이 태어나겠죠. 그런데, 둥지에 다시 찾아온 까치는 작년에 살던 까치일까요? 새로 이사 온 까치일까요?  

집값 걱정없는 까치야! 주인 잘 만나 행복했던 줄 알아 이것들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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