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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9호선 지하철 안에서 나의 뇌를 의심한 이유

꼴P 2011. 1. 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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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막말녀, 지하철 폭언남 등 요즘은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이슈가 되어 검색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말미암아 지하철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촬영하거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사이트에 기록하여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지하철 안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보다 휴대폰을 통해 게임이나 단문메세지 작성 혹은 남이 남긴 글들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이 때문에 생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간직한 사람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일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님이 선유도 역 근처에서 후배와 함께 술 한잔한다며 같이 한잔하자고 연락하셨습니다. 연말에도 못 뵈었고, 신년 인사도 드릴 겸 찾아봬야겠다는 생각에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선유도 역은 저희 집에서 몇 정거장 되지 않는 9호선 정차역이었습니다. 몇 달 전 선유도 역 근처에서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 사무실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선유도역에서 당산역까지 한 정거장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9호선 지하철을 타보게 되었죠. 주로 지하철 2호선을 이용했고, 일할 때는 마을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9호선 지하철을 타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당산역에서 내려 9호선으로 갈아타서 한 정거장 이동하면 선유도역. 다시 한번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고 선유도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버릇처럼 아이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2800여 명 정도 되는 트위터 이웃들이 어떤 글들을 남겼나 귀동냥을 하기 위해서였죠.

여기서 트위터를 즐기는 분들은 공감할 만한 실수 하나!

트위터에 빠져 있다가 지하철 정차역 지난 실수 / 지하철 역방향으로 승차해 몇 정거장 지나다 내려서 다시 돌아온 실수 /  버스 정거장 지나친 실수 등 틈만 나면 트위터에 접속하는 중독자(?)들은 이런 실수 때문에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실제 트위터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의 글들을 본 적이 많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지하철에서 한창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이웃들의 글을 보고 있다가 다음 정차역은 당산이라는 안내음을 듣고 당산에서 내려 9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사진은 포스팅을 위해 다시 찾아가 촬영한 사진입니다만, 그날 환승 지점에 도착했을 때는 지하철이 도착해서 문이 닫히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계단을 빛의 속도로 뛰어 내려와 지하철 안으로 쏙~ 들어갔죠. 그리고 또다시 아이폰을 꺼내 트위터에 접속했습니다. 물론, 당산역에서 선유도역은 한 정거장이니까 잠깐만 접속해서 글을 보되 귀는 열어두고 정류장을 지나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그리고는 트위터라는 무한한 정보와 수다가 공존하는 바닷속을 헤엄치다 정신줄까지 잠수에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고막을 자극하는 안내 방송음이 들렸습니다.

"다음 정차역은 염창동! 염창동입니다!"

당산 -> 선유도 -> 신목동 -> 염창동 , 두 정거장이나 지나쳐 온 겁니다.  

안내방송을 듣자 전 단순히 트위터에 빠져 있다가 정차역 지나치는 실수를 또 저질렀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꼴찌가 단순한 것과는 달리 벌어진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았습니다.

9호선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은 이 대목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저처럼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은 조금 더 보시게 되면 어처구니없는 사연을 아시게 될 겁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뭐 트위터 하다가 지하철 정차역 지난 실수가 잦았던지라 한숨 한 번 쉬고 내렸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반대편에 지하철이 도착해 있어서 바로 지하철을 탈 수가 있었죠.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염창동 -> 신목동 -> 선유도 순서를 확인하면서 이번에는 제때 내리겠다고 다짐하며 또 다시 아이폰을 꺼내 트위터에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정보의 바다인지 수다의 장인지 헷갈리는 트위터에서 재미나게 놀았습니다. 평소에는 집중력이 약한 편인데, 트위터에는 왜 이리 집중력이 강한 걸까요? 또다시 안내음이 들리는 순간, 전 패닉상태에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 다음 정차역은 당산! 당산역입니다 "

분명히 '신목동' / '선유도' 역에 대한 안내방송을 들은 기억이 없는데 그 중간역들은 어디로 가고 당산역일까? 내가 트위터에 물입해 있다가 안내방송을 흘려 듣고 지나쳤구나 싶었습니다. 한 번 실수는 이해할 수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다니... 지난 세월 술을 일찍 배우고 알콜로 인한 뇌손상인가? 별 생각을  다 하면서 당산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노선도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 때서야 비로소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산역 다음 정거장에 대한 안내가 '선유도' 와 '염창' 이렇게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발견했고, 염창은 급행 지하철로서 당산 다음 정거장이었던 것이죠. 제 실수를 누가 아는 사람도 없는데 그 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아니, 9호선 개통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 급행이 있는 줄도 모르고 서울서 생활했다니...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몇 주 전, 친구 사무실에서 돌아올 때 선유도역에서 당산역을 한 정거장 이동한 경험이 있었기에 전 오로지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시 경험이 재산이고 많이 다니면서 보고 기록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사진출처 : 9호선 사이트 www.metro9.co.kr

이번 경험으로 9호선 매트로9 이라는 제목의 사이트에도 들어가보게 되었고, 차량기지 견학 및 9호선 체험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매트로9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신청 가능하다고 합니다.
급행 지하철 때문에 생긴 웃지못할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 였습니다.

미국에서 장례식장 안에서도 SNS에 빠져 기본적인 예를 지키지 않는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시대의 흐름을 활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하철 안에서 지나친 트위터 접속은 당신의 뇌를 의심할 수 있는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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