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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협상끝에 전세대란에서 한 숨 돌린 사연

꼴P 2011. 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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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응어리져있던 돌멩이 하나가 빠져나갔다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요? 얼마전 포스팅했던 전셋값 관련 글에 몇몇 이웃블로거분들께서 걱정해주셨는데, 다행히 주인집 어르신과 마지막으로 협상한 결과 2년간 더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전셋값을 인상해줘야 합니다만 주인 어르신이 많은 부분 양보를 해주셨네요.
 

주말, 주일 아내와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녔고, 여러 부동산을 다니며 귀동냥을 한 결과 전셋값 인상이 제가 살고 있는 동네만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내와 합의하에 이사하기로 결정한 집은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 300m정도 떨어진 20년 가량 된 낡은 아파트입니다. 평수도 좁고 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 집과도 거리가 멀다는 점이 고민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사 계약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집주인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알아봤더니 전세 8,000 만원 인상은 부동산에서도 혀를 두르는 인상액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어르신께 주변에 8,000만원이나 인상해달라는 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밝혔고, 직접 확인하신 바와 같이 앞으로도 집은 깨끗이 쓸테니 전셋값 인상액 조정을 부탁드리며, 그 금액의 30%는 인상하고 70%는 월세로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보통 월세로 하면 1000만원 당 7만원이라고 합니다. 전세이자가 비싼 편이긴 하지만, 이사비와 복비를 감안하면 이사를 안하고 연장하는 편이 세입자 입장에서는 더 나은 방법인 것이죠. 전화상으로 바로 답변을 꺼리시던 어르신은 상의하고 다시 전화를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한 시간 후, 주인어르신의 답변이 왔습니다.

전셋값 인상액도 조정을 해주시고, 더불어 전세금 부분 인상과 월세로 납입하는 부분을 수렴하기로 하셨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금 인상없이 더 살아가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역지사지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남들 다 올리는데 그대로 두기도 쉽지 않겠죠. 전화상으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뭔가 제게 벌어지는 일들의 느낌이 썩 나쁘지는 않다라는 생각을 할 즈음... 재간둥이 딸 녀석이 무거운 머리를 한 방에 식혀줍니다.

"엄마!~ 이제 아빠 8000원 안 줘도 된대~."

부르마블게임으로 은행에서 돈 거래하는 놀이를 함께 했음에도 아직 아이에게 돈 개념은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앞으로도 아이에게 돈 개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내는 한 숨 돌리는 듯 싶더니, 월세 마련하려면 당장 담배부터 줄이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그래도 돈 많이 벌어오라는 얘기보다 담배 줄이라는 얘기를 먼저 건네는 아내가 고맙습니다. 

갑자기 까치녀석들이 생각났습니다. 

(▲ 작년 4월 아파트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에 집 짓고 알 낳았던 까치둥지)

이 녀석들!~  집주인 바뀌었으면 둥지도 사라지고, 아침마다 집 근처에서 울지도 못하게 했을지도 모르는데 2년 더 함께 살게 된 걸 다행인 줄 알아 이것들아!~ 올 해도 먹이 줄테니 알까서 새끼 많이 낳아라!
 
이삿집 알아보러 다니면서 추운 날 이집 저집 소개해 준 부동산 중개인분께는 죄송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계획한대로 일이 진행되서 2년 뒤 좋은 소식으로 찾아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3주 정도 전셋집을 알아보며 부동산에서 얻은 귀동냥과 경험한 바를 정리하자면, 

1. 부동산에서는 집값이 바닥이라며 여유가 된다면 지금이 집 살 기회라고 권유한다.
2. 전세값이 부르는게 값이고, 물건이 나오면 바로 바로 계약을 하는 추세라 빨리 움직여야 한다. 
3.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전세 세입자가 집을 구하지를 못해 다른 세입자가 집보러 오는 것을 싫어하고 문까지 열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 사항은 부동산 중개인의 주관적인 주장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결과적으로 저도 2000만원 인상에 나머지 금액은 월세로 납입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만, 분명 지금의 전세 상황은 비정상적입니다. 블로그에 전셋값 관련글을 작성하면서도 맘이 불편하고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어느 누군가는 더 어려운 상황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럼에도 염치 불구하고 이런 글을 작성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이 바로 잡혀 '전세대란'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무조건 평등할 수는 없더라도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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