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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호기심에서 시작된 아파트 옥상문에 대한 설문

꼴P 2011. 2. 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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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옥상에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를 치우기 위한 방법으로 빈 깡통을 올려다 놓았습니다. 그 후 누군가 그 재떨이 위에 십자가를 올려놓았고, 그 일로 인해 아파트 옥상문을 잠가둬야 겠다는 생각으로 경비실에 키를 받으러 갔다가 문을 잠가두면 벌금을 내야한다는 경비아저씨의 말씀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 어설픈 취재를 하고 트위터에 설문까지 했는데요. 우선, 1분 53초의 시간을 허락하시고 영상부터 보시죠. 여의도의 모 프로덕션의 PD와 작가들에게 아파트 옥상문에 대해 인터뷰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린대로 아파트 옥상문을 잠가둬야 하는지? 열어둬야 하는지? 에 대한 호기심은 옆집 흡연 청소년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복도에서 담배 냄새가 집으로 들어와 누군지 마주치면 부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창가를 봤더니 창틀이 엉망진창이더군요. 어른의 짓이라고 보기는 힘들었고, 며칠 뒤 귀가하던 길에 바로 옆집 학생이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도 학창시절 담배를 일찍 피워서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선 뭐라고 안하겠지만, 담배연기가 집으로 들어오니까 옥상가서 피워라" 

이웃이기도 하고, 담배피우는 것 말고는 평소에도 인사 잘하는 학생이었기에 그렇게 학생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문제는 끝이 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더니, 
 

 
버려진 담배꽁초로 옥상이 너무 지저분했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옥상 청소를 하시는 분은 경비아저씨라고 하시더군요. 앞집 학생을 불러 빈 깡통 갔다놓고 꽁초를 깡통에 버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꽁초는 아무렇게나 버려지더군요. 우연히 마주친 학생에게 한번 더 지적했더니, 집에 빈 깡통이 없다는 겁니다.


집에 아이가 다 먹고 난 쿠키 통이 있길래 옥상에 올려다 놓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빈 깡통을 올려다 놓은 사진을 아고라 사이트에 올렸다가 흡연청소년을 위해 재떨이를 놓아주는 사람이 어딨냐며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여튼, 빈 깡통을 놓고 난 뒤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지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옥상에 올라갔더니,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인 깡통 위쪽에 십자가가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직 누가 십자가를 놓았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항상 웃음으로 주민을 대하시는 경비아저씨가 아닐까 예상됩니다. 아니면, 옆집 청소년의 어머니일 수도 있구요.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 사진을 두고도 '개독(전 개독이 무슨 뜻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색히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전도하려고 한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는데요. (ㅋㅋ 참고로 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작은 부대의 법당 군종병이었답니다.)

그 십자가는 저에게 옥상문을 잠그면 아이들이 옥상에 올라가는 일이 없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저는 경비실 아저씨께 옥상 열쇠를 주시면 문을 잠그고 돌려 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옥상문을 잠가두면 관리사무소에서 벌금을 물게 돼 있어요!"
" 벌금요? "

경비실 아저씨는 옥상문이 잠겨있는 상태를 누군가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면 관리사무소에서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소방청에 전화해서 문의해 본 결과 벌금이 아니라 아파트 옥상문을 열어두라는 권고사항이라고 하더군요.   



 근처 파출서와 소방서에 찾아가 옥상문에 대해 잠겨있어야 하는지 열려 있어야 하는지 직접 확인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파출서에서의 입장은 도난사건이나 아이들의 추락사고 및 우범지대이기 때문에 옥상문이 항상 잠겨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소방서에서는 화재를 대비해 고층에 사시는 분들의 대피를 위해 옥상문은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네 3곳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들렀습니다.

A,B,C 아파트 모두 옥상 문은 잠겨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고, 실제 청소년들이 모여서 담배 피우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얼마 전에는 실제로 옥상문을 통해 도난사건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 아파트에서는 고층에 사는 주민들에게 옥상문 키를 나눠줘서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화재상황에 대비하도록 한다고 했습니다. 

일주일 전, 트위터에 옥상문 개폐에 대해 설문을 해봤습니다. 총 78명이 설문에 참여해주셨는데요.
 

 
78명의 참여자 중 26명은 옥상문을 잠가야 한다에 투표해주셨고, 52명은 잠그지 않는다에 투표해주셨습니다. 이글을 빌어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아파트 옥상이 아파트 주민의 또 다른 생활공간이자 혹시나 모를 화재에 대비한 대피소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아파트마다 비행청소년의 우범지대가 되고 있는 아파트 옥상! 극히 일부 아파트의 일이겠지만, 한쪽 구석에 침대까지 가져다 놓은 곳도 있다는 후배의 인터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어제 재털이가 있음에도 담배꽁초가 옥상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모여있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사춘기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있으면 어른 한 명이 이야기하는 것은 콧방귀 끼듯 잔소리로 여기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시사회에서 관람한 독립영화 <파수꾼>이란 영화가 오버랩 되는 것은 영화의 내용이 고등학생의 자살로 엮인 이야기라는 점이었는데요.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학생들의 흡연과 자살소식이 아파트 옥상에서 전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파트 옥상문에 대한 생각 인터뷰 영상 고화질 유투브 영상



이상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시작된 설문과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트위터리안들과 박하사탕 프로덕션 PD와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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