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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 무성한 소문 그리고 기억해야 할 아이들.

꼴P 2011. 2. 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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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영화 <아이들>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 이 영화는 한 번 더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개봉일이었던 지난 2월 17일 실종된 아이의 엄마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여진님과 홍대 날라리 외부세력이라 불리는 모임에서 주최한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영화 번개에 참석해 다시 한번 영화를 감상했는데요.
 


 



영화 <아이들>의 줄거리는 영화관련 기사를 통해 접하셨듯이 대한민국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3대 미제사건 중 하나인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라 불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합니다. 1991년 3월 기초의원 선거로 임시 공휴일이었던 날 발생한 동네 아이들의 실종사건!

지방으로 좌천된 방송국 PD와 실종사건의 범인이 의외의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교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 그리고 아이를 잃은 부모가 영화 <아이들>을 이끌어 가는 스토리의 중심인물들인데요.


"궁금해!? 궁금해!? 사람들이 궁금해할까?"

먼저, 꼴찌가 영화에 쉽게 감정이입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교양프로그램PD역의 배우 박용우 때문이었습니다. 조작방송으로 좌천된 PD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들이 궁금해 할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화려한 복귀를 꿈꾸는 하이에나였습니다. 1991년 기초의원 선거 당일 도롱뇽을 잡는다며 마실 나갔던 아이들이 실종되었고, 아이들을 찾기 위한 수색에 동원된 인원만 군인과 경찰, 민간인 합해 30만 명이 넘었다는 이 사건에 대해 그는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듯 합니다.  

"궁금해? 궁금해? 사람들이 궁금해할까?"  

예전에 시사고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친한 선배가 한 말이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는데요.  "시사 다큐멘터리 PD는 경찰이 아니고 형사가 아니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접근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일 뿐이다" 그 선배가 선배의 선배님으로부터 들은 충고라고 했습니다.

영화에서 배우 박용우가 맡은 교양 PD역의 강지승은 이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파악하려고 했을까요? 그는 사건의 포인트를 시청자들이 관심을 둘 포인트에만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마치 그가 형사가 된 양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쫓기 시작하는데요. 이 대목에서 선배의 말이 생각난 것입니다.

PD가 형사를 놔두고 왜 직접 범인을?

  
개인이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간의 차이... 인지부조화!

대학교수 황우혁(배우 류승룡)은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사이비 교주에 대한 믿음에서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 교주에 대한 믿음을 합리화 시키는 상황을 예로 들며 인지부조화 이론에 대한 강의를 합니다. 개인이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 하지만, 그 차이를 객관화하지 못하고 주관적인 잣대에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인지부조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황교수가 실종 사건의 범인과 아이들을 찾지 못해 슬픔에 잠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범인을 의외의 인물로 지목했기 때문이죠. 좌천된 방송국 PD에게 그 가설은 시청률을 향한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아삼육 손발이 척척 맞아 PD와 교수라는 지성인(?)들이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제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집을 부수고 저수지 물을 퍼내고 난리를 칩니다.  

  

" 우리 아들이 다들 죽었다고 생각하는 갑다 "
" 아무도... 우리 아들을 기억해주지 않아요..."

영화를 조조로 혼자 보기 좋아하는 꼴찌가 여느 때처럼 영화 <아이들>을 동네 상영관에서 조조로 감상했다면 실종된 아이 부모 역할의 배우 성지루와 김여진, 이 두 배우 때문에 펑펑 울었을겁니다.  딸을 키우는 아빠의 처지에서 그들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색안경에 심장병보다 더한 가슴앓이를 했을 것으로 생각하니 먹먹해 지더군요.

부모의 대사처럼 이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실종된 아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살아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있을테구요. 저 또한 영화를 감상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개구리 소년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고, 생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영화 속 부모의 대사는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전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소시효는 끝났어도 사건 수사는 계속된다!

영화 <아이들>에서 배우 성동일은 의미심장한 대사 한 마디를 남깁니다. '공소시효는 끝났어도 사건수사는 계속된다!' 현실에서도 영화에서처럼 사건 수사는 계속되고 있는 걸까요? 아이들을 싸늘한 주검으로 만든 그 범인을 지금도 쫓고 있는 건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제 가슴팍을 때리고 돈을 빼앗아 간 그 동네 양아치를 잡고 계신가요? 아..ㅠ.ㅠ) 죄송합니다.

이 영화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공소시효에 대한 개정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범인이 살아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불편했으면 좋겠다는 어느 배우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극악한 사건을 저지른 범인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조금 불편하게 한 영화의 사족

영화<아이들>의 전반부가 실화를 바탕으로 팩트에 근거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렸다면 후반부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으로 급하게 엮어 놓은 이야기처럼 얼개가 자연스럽지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종사건에서 아이들의 존재여부의 확인까지의 과정에서 감정이입이 충분했고, 무관심과 편견에 대한 메세지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년간 끈질기게 이 영화를 준비했던 이규만 감독은 또 다른 생각이 있었나 봅니다. 그 다른 생각이 영화의 흥행 때문인지 숨겨진 진실을 파악하려고 한 뚝심인지는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의 시선에 있겠지요.  


지난 영화 언론시사회 현장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이규만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감당해 낼 수 있는 이야기인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언론 시사회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처입은 부모들을 만났을 때를 상기시키며, 이 영화가 어떻게 보여져야 하고 누구를 위로할 수 있는가 생각하게 되었고, 많은 분이 이 영화를 통해 상처와 슬픔을 나눌 수 있다면 상처의 부피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작업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실제 실종된 아이들의 부모님께서 이 영화의 VIP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감상하시고, '아이들의 진범이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왜 그래야 했는지만이라도 말해줬으면 좋겠다' 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엄주영PD가 기고한 글에 의하면 영화 '아이들'의 제작 기간 내내 연출과 제작진의 가장 큰 화두는 그때 그 당시의 모든 것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2010년 7월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마을의 저수지 물을 빼내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농사에 쓰이는 저수지의 물을 뺄 수 없다는 마을 이장님의 반대에 촬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영화의 취지를 이해하시고 촬영을 허락했다는 후일담은 그만큼 사실주의에 근거해 제작하려는 전 스탭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에피소드일 것입니다.    

아직 풀리지 않는 호기심과 몇 가지 궁금증

개인적으로 영화를 언론시사회에서 감상하고 개봉일에 또다시 감상한 가장 큰 이유는 다시 한 번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던 장면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규만 감독은 이 실종 사건에 대해 들렸던 무성한 소문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습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돌아와 개구리 소년에 관해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정말 다양한 소문이 난무하더군요.

인터넷에서 확인한 가설로는

1. 마을 인근 주변에 있는 사격장에서 일어난 주한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사고?
2. 실종된 아이들 중 살아 있는 아이가 있다!?
3. 간첩에 의해 납북되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내용을 확산시키는 창구가 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잦은데요. 반면에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오싹할 정도의 음모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쳐한 내용인데요. 이 외에도 인터넷에는 파악되지 않은 근거 없는 소문들이 많더군요. 돌아온 개구리 소년이 뉴스에서 인터뷰 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UFO에 의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납치설까지 있을 정도랍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영화는 관객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1인이기에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만한 영화의 내용은 많이 생략하려고 노력하며 글을 정리했습니다. 단 한 가지 궁금하고 호기심이 가시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에서 아이들의 유골을 해부하는 장면에서 핀셋으로 집어내는 한 컷이 나옵니다. 꼴찌는 영화 속에서 핀셋으로 집어낸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좀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여담이지만, 배우 김여진을 향해 영화 홍보 때문에 홍대청소노동자들을 위해 봉사했다는 편견에 대한 글들을 봤습니다. 더불어 며칠 전 홍대노동자들의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는 내용의 보도를 봤는데요. 영화 아이들 100만 관객 돌파 소식과 홍대청소노동자들의 노사 합의 소식까지, 진실을 향한 외침의 영화 <아이들>이 계속해서 좋은 소식만을 전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영화를 감상하기 전까지 꼴찌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에 대한 관심도 없었습니다. 도롱뇽을 잡으러 간 소년들에 대해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 자체만으로도 진실이 필요하다고 말한 배우 류승룡의 발언이 잔상이 남는 영화 <아이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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