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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동네 길 고양이에 대한 불편한 진실

꼴P 2011. 3. 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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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시장통에 있는 우리 집에는 밤마다 길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는데요. 마치 100일 정도의 아기 울음소리와 똑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무섭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마당에서 놀다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고양이 때문에 크게 놀란 적이 있는데요. 그때 크게 놀라 울음을 터뜨렸고, 아버지께서 가슴을 만져주시면서 달래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며칠 전, 어린 시절의 고양이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고양이를 잡는 안타까운 사연


며칠 전, 집으로 오는 길에 한 아주머니와 청년이 동네 아파트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나왔다는 그들은 고양이를 포획하기 위한 덫을 어디다 놓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다가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왜 고양이를 잡으려고 하는지 블로거 정신(?)으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 아주머니!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 네... 고양이를 잡으려고요."

" 고양이를 왜 잡아요?"

" 개체 수가 늘어나니까 잡아서 중성화 수술을 한 후에 다시 방사해주려고 하는 거에요 "

 중성화 수술은 동물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수술로 애완견의 질병을 예방하고, 성욕을 해소하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라고 합니다.    

" 중성화 수술 후에는 어떻게 해요?"

" 수컷은 잡은 위치에서 24시간 후에 방사를 해주고, 암컷은 5일 후에 방사해줘요."
 
" 아니, 암컷은 왜 5일 후에나 풀어주는거에요?"

" 수컷은 수술 후 금방 아무는데 암컷은 배를 가르고 자궁을 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상처가 아무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래요.  

서두에 밝힌 대로 어려서부터 고양이에게 놀라고 그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를 듣고 자란 탓일까? 전 개인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수컷의 생식기를 자른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암컷의 배를 가르고 자궁을 들어낸다는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사람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기에 생식기를 잘라내고, 자궁을 들어내야 할까요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덫을 놓고 포획해서 수술을 시키려고 하는 이유는 주민의 민원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락사를 시키는 것보다는 중성화 수술이라도 해서 생명을 유지 시키는 게 낫다고 하는데요.
주민이 길 고양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몇 가지 이유는,

1. 쓰레기봉투를 헤집고 음식물 쓰레기를 헤집고 다닌다.
2. 발정기 때 들리는 울음소리가 무척 듣기 싫다.
3. 아이들이 귀가하다가 고양이 때문에 놀란다. 

이상의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건 배가 고파서 그런 건데, 먹을 걸 조금만 준비해주면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동네 주민으로서 길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헤집고 음식 쓰레기를 물고 다니며 길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건 분명히 미관상으로,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또한, 어렸을 적 고양이 때문에 매우 놀란 경험자로서 겁 많은 딸이 고양이 때문에 놀라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고양이의 배를 가르고 자궁을 들어낸다는 말은 쉽게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감성에 치우쳐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일 수 있지만,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는 걸까요? 


며칠 전, 우리말과 영문을 동시에 작업하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웃블로거 socialwon 님의 글에서 목양견의 단미(斷尾)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양을 지키기 위해 늑대와 싸우는 개가 꼬리나 귀를 물리게 하지 않기 위해 미리 꼬리를 잘라내던 일이 훗날에는 미관상 아름다움을 위해 자르는 경우로 자리잡혔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하는것이 인간의 눈을 위한 것이지 개를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 전,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장수프로그램 SBS <동물농장>에서는 '모피에 관한 불편한 진실'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내용이 방송된 적 있습니다. 인간이 편의를 위해 동물에게 얼마나 가혹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죠. 

꼴찌스러운 생각일 수 있지만, 개에 물리거나 동물원에서 곰이 탈출했다는 뉴스에는 광분하면서, 정작 우리는 매일 동물들에게 폭력을 저지르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요즘 들어 이런저런 사건, 사고 소식 특히나 안타까운 자살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세상에 인간처럼 나약한 동물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우리 주변에 반려동물이 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만 살아가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글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고양이 보호협회의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이 귀에 맴돕니다.

" 날아가는 새를 보듯이 고양이를 봐줄 수는 없을까요? "

               

사실, 그동안 '길 고양이 소탕작전' 이라는 제목등으로 길고양이가 동네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방송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았지요. 다만, 암컷의 자궁을 들어낸다는 사실은 처음 들어서 글을 정리했습니다. 길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입거나, 중성화 수술 없이 함께 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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