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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가수다> 김건모를 통해 바라본 꼴찌콤플렉스

꼴P 2011. 3. 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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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 휴먼 카테고리에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코너가 있습니다. 이 코너에서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은 새벽에 발행한 글의 주인공인 김영희PD와 또 한 사람은 <나는가수다>에서 자진하차를 결정한 데뷔 20년 차 가수 김건모 입니다. 

나는가수다에 관한 단상 종결편...
꼴찌가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 






<나는가수다>를 통해 바라본 대한민국 꼴찌콤플렉스


<나는가수다>라는 예능프로를 진정한 가수들을 위한 무대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지난글에 담겨있다.


지난 3월 20일  <나는가수다> 3회 방송을 보고 사실 난 꼴찌 김건모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분명 방송 다음날 블로그나 트위터에 재도전에 대한 항의성 글들이 올라올 것을 예상했다. 블로거나 기자들에게는 꺼리가 많았던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이소라의 돌출행동. 김제동의 용기있는 발언. 꼴찌 김건모의 재도전 등 얼마나 할 말이 많겠나.

나 또한 방송을 보고 난 후 이소라의 조금 과감한 발언과 돌출행동, 이어서 스텝들 모아놓고 회의하는 제작진의 모습에 실망했다. 그런데 내 관점은 재도전 허락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꼴찌 김건모에게 가 있었다.  

"내가 꼴찌가 된 게 잘 된것 같아" 라며 말을 하는 김건모의 모습은 그동안 그의 음악을 좋아했지만 김건모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던 내게

'멋지다. 역시 국민가수고 맏형 답네'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런데,
다시 무대에 오른 김건모는 후배들의 뜻에 따라 재도전을 결정한다고 했다. 

이 부분이 아쉬웠던 부분이다. 재도전의 장치가 미리 준비 되어 있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설령 재도전이라는 장치가 있더라도 미리 알려줄 수가 없었던 이유는 맥빠지고 시청자는 안보니까...

대중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항의하지만 대중들에게는 무대에서 열창하는 가수보다도 누가 꼴찌가 될 것인가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 꼴찌가 탈락해서 씁쓸하게 뒤돌아 가고 남은 자들이 위로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대중들의 바람을 위반했기 때문에 총체적 난국이 벌어진 것 아닐까?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의 록커 윤도현이 카메라를 보며 시청자에게 물었다. 

" 여러분 즐거우시죠? 우리는 죽겠는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누구나 꼴찌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력위조로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도 대기업 정규직과 계약직 비정규직 사이에도 꼴찌콤플렉스는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가장 심각한 당사자는 5개월 동안 블로그에만 빠져있는 나 자신이지만...



                                                       사진출처 : 다음 뮤직

김건모가 누구인가? 난 그를 라디오에서 처음 알았다. 평일에는 충주MBC에서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라는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의 목소리와 음악만 들을 수 밖에 없었지만, 토요일에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을 통해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방송에서 김건모의 데뷔곡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를 처음 들었다. 

가수 김건모는 누구나 알다싶이 노래 잘하는 가수였다. 그런데 그에게는 외모콤플렉스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왕자 이미지의 신승훈과 항상 비교되었지만 음반 발매량이나 가요프로그램 순위는 서로 엎치락 뒤치락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첫 경연에서 꼴찌로 발표됐다.

누구든 김건모의 입장에서 그 순간을 맞이해보자. 가수 김건모는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을 때 섣불리 출연을 결정했을까? 동료는 한 명밖에 없고 모두 후배들이다. 데뷔 20년차의 가수가 후배들과 경쟁을 벌이는데 꼴찌는 탈락시킨단다.

당신이라면 섣불리 출연하겠는가?

내 생각에 가수 김건모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말로만 끼를 표출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무대에서 노래를 통해 끼를 발산하는 가수다. 그런 사람에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있다고 하니 게다가 김영희PD가 연출을 한다고 하니 출연 결정을 했다고 본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부를 때 가장 빛이 나고 그 무대는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고 기회일테니까. 

그런데 그가 첫 경연에서 꼴찌로 발표됐다. 

나 같아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나 같아도 화가 난다. 무대에서 후배들과 더 노래하고 즐기고 싶었는데 꼴찌니까 탈락할 수 밖에 없다. 그 때, 동료 이소라가 원래 그랬듯이 좀 과한 반응의 돌출행동을 일으켰고, 강자에겐 꼿꼿이 저항할 수 있고 약자에게는 수그러 들 줄 아는 김제동은 재도전의 기회를 주자고 건의를 했을 뿐이다. 그것도 주제넘은 발언일 수 있지만이라는 전제조건을 조심스럽게 달면서...

그게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욕먹고 지적받을 일인가?   

만약, 이런 예를 들고 싶지 않지만
재도전이 주어지지 않고 원칙만 따지며 김건모를 돌려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꼴찌였기 때문에 그 공포감을 안다. 그 상처를 알 수 있다. 자신감 상실에서 오는 무기력함과 대인공포 불안장애등 기타 장애들이 생길 수 있음을 안다.  

만약, 김건모가 작은 키지만 강단이 없는 약한 사람이었다면 일련의 마녀사냥에 연예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우울증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고, 그 우울증은 극단적인 사건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사라지지 않는 꼴찌에 대한 편견


2007년 SBS스페셜 <마지막 주자들의 행복>이라는 다큐멘터리에 촬영 및 조연출로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아이템이 꼴찌에 관한 이야기였다. 학창시절 꼴찌였던 학생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 사회에서 꼴찌에 향한 시선과 꼴찌들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무엇보다 학창시절 현재 꼴찌인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한 주제는 행복이었다.

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내 이야기와도 같다는 생각에 무척 열정적으로 임했던 기억이 난다. 직접 출연자들을 만나서 섭외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재미난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연매출 억대로 성공한 사업가를 인터뷰 하면서 학창시절 꼴찌였던 일화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방송에 출연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꼴찌였던 학력이 드러나면 사회생활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정중히 사양하셨다. 무대설치 및 극장에서 과장으로 일하던 어떤 분도 사연이 좋아 출연을 부탁드렸는데 회사 사람들이 꼴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안될 것 같다며 사양했다.


                                                                      사진출처 : 다음 뮤직

 

여전히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 달간의 조정기간이 있으니 충분히 숙고의 시간을 갖고 개선해야 할 사항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꼴찌의 선출 방식이다.   

꼴찌의 선출방식은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투표를 하는 것인데, 문제는 일등만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꼴찌는 일등표를 제일 적게 받은 사람이 꼴찌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꼴찌 김건모는 500명의 대중이 꼴찌라고 선택한 것일까?

가수 김건모의 자진하차?  

나는 김건모의 자진하차를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가수 김건모가 이 글을 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만약 보게 된다면 그에게 전하고 싶다. 

" 당신의 손 떨림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느리다는 것은 창피한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 창피한 일임을..."

 중요한 건 내가 그의 손떨림을 보고 느꼈던 소름과 감동을 더 만끽하고 싶을 뿐이고, 많은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정적인 무대를 통해 희망을 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가수 김건모이기에 <나는가수다>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구자비필고(伏久者飛必高)

내가 무척 좋아하는 말이다. 

'오래 준비한 자는 반드시 높이 날게 되어있다' 

<나는가수다> 제작진은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선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수 김건모는 한 달 동안 일련의 악플들 신경쓰지 말고 더 진하고 열정적인 무대를 대중에게 선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가수들 스스로 동료애를 느끼며 경연하는 무대를 연출했으면 좋겠다. 일단락 지어진 <나는가수다>에서 최종 꼴찌로 재도전을 하지 않은 정엽은 꼴찌라는 단어를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꼴찌는 허구의 단어이기 때문에...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블로그 이웃분들께 존칭을 생략한 어체로 글을 전해 송구스럽고 죄송합니다. 다만, 몇 몇 이웃분들께는 비밀글로 답글에 남겼듯이 지난 몇 주간 일본 대지진 피해에 대한 악플에 이어 최근 <나는가수다> 사건까지 인터넷에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하는 나의 목표와 다짐을 무색하게 하는 악플들 때문에 맥빠지고 화가나 불가피하게 반말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제 글에 대한 이웃분들의 지적과 충고는 언제든지 달게 받겠습니다. 그것이 제게는 게이트키핑이며 제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지름길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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