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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느 프리랜서PD의 새우잠 속에 담긴 열정

꼴P 2011. 6. 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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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블로그 작업을 해오던 제가 얼마 전부터 친한 선배가 운영하는 프로덕션에서 빈대짓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창업프로젝트 합격으로 다음 달 6명 정도의 예비 창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좁은 평수의 사무실이 생기겠지만, 그 때까지는 선배의 허락하에 방송 외주프로덕션이 밀집되어 있는 목동에 출,퇴근(?)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공지대로 출품에만 의미를 둔 개인적인 습작 <10년 후...> 최종 편집때문에 선배 사무실에 들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로는 DSLR 카메라로 촬영한 고화질 HD 동영상 파일의 편집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배 사무실에 들어서자, 옛 생각도 떠오르게 하는 현실의 숏 컷이 있어 담았습니다. 




 

제가 찾아간 선배의 사무실은 지상파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데일리 프로그램의 월요일 방송을 맡은 외주 프로덕션입니다.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은 방송 경력이 비슷한 프리랜서PD인데 뜻한 바(?)가 있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노총각이라지요.(PD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미혼 여성은 비밀 댓글 부탁해요.뒷모습만 보여드려서 좀 그렇지만 괜츈한 남자에요.) 

오전 9시가 넘은 시각까지 자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지난 한 주 동안 겪었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머지않아 다시 내가 겪을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니 살짝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재발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년 전이네요. 결혼 전, 저도 같은 프로그램의 코너 연출을 할 때였습니다. 방송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사고에 대한 두려움, 외주프로덕션PD로서 방송 결과에 대한 부담감으로 힘들어 했지만 그럼에도 방송이 끝나는 순간에 느끼는 짜릿함과 긴장감이 해소되면서 전해오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즐긴 적도 있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전 스탭이 모여 그 카타르시스를 술잔에 담아 마시곤 했습니다. 결혼 후에도 이 생활은 계속 되었는데, 총각 때와는 달리 그 스트레스 해소를 맘대로 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독립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스탭들은 지금도 아이템 전쟁입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음에도 다양한 구성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 내기 위해 밤을 새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가와 PD끼리 싸우기까지하며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그렇게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시청률까지 낮게 나오면 또 다른 압박감에 시달립니다. 물론, 당연한 논리겠지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이 시대이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새우잠을 자는 프리랜서PD를 보면서 다행히도 가정이 있기에 새우잠은 면하고 있지만, 더욱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매진하지 못하면 블로그스피어에서도 뒤쳐지고, 준비하고 있는 일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동료PD의 피곤이 듬뿍 담긴 뒷모습을 열정이라고 읽겠습니다.
 
블로그 이웃분 중 한 분이 남긴 방명록의 짧은 글에서도 열정은 잃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현실의 벽이 항상 괴롭힐지라도 그 벽때문에 하루하루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더라도 열정이 없는 가슴을 소유한 사람은 허수아비와도 같지 않을까요?

반전입니다. 잠에서 깬 동료PD한테 어제 술 많이 먹었어?라고 물었더니 
술 한잔 안먹고 잠깐 잠들었답니다. ㅠ.ㅠ) 프리랜서PD들이 얼마나 피곤한 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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