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대리 출석 부탁하고 당구장에서 함수 공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엉덩이 안에는 헬륨가스가 가득 차 있었던 모양입니다. 강의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으니까요. 아니면, 의자와 제 엉덩이에 N극과 S극의 자기장이 흐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제 엉덩이가 유일하게 무게를 잡고 있었던 수업이 있었는데요. 바로 사진 수업이었습니다. 어두컴컴한 암실 실기작업은 야생마처럼 겉돌던 저를 순한 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일 인상깊었던 작업이 제 실물 크기의 사진을 인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대학 1 학년 때 꼴찌 모습입니다. 4명이 한 조를 이뤄서 인화지 양 끝 모서리를 잡고 쪼그리고 앉아서 쾌쾌한 인화액 냄새를 맡으며 인화작업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본 유학을 막 마치고 돌아온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