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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구제역에도 희망 잃지 않는 내 친구 피래미.

꼴P 2011. 2. 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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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은 제 주변의 이웃이나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휴먼코너 입니다. 
오늘은 절대 동안의 피래미라는 별명으로 "정직하게 장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가는 제 친구를 소개합니다. 



"언제 내려오니?"

벌써 명절증후군에 안절부절못하는 아내와는 달리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하루빨리 손녀와 자식 며느리가 보고 싶으신지 전화 안부가 잦습니다.  

" 내려올 때 철진이한테 들려서 소고기 국거리 2근만 사온나!~"
" 고향 정육점이나 축협에서 사면 될 텐데 여기서 사가는 게 나아요?"
" 여기 구제역 걸린 지역도 있고, 믿지를 못하겠어. 돈 내가 줄 테니 사온나..."
" 엄마! 구제역 걸린 소 60도 이상으로 굽거나 끓여 먹으면 아무런 이상 없대요..."
" 구제역 때문만이 아니라, 자꾸 속여 파는 것 같으니까 그렇지..."

어머님이 모진 분은 아님에도 고향에서 듣는 소식만으로 선입견에 쌓여 계실 때가 종 종 있습니다. 내일 찾아뵙겠다는 인사로 통화를 마무리하고, 광명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철진이는 피래미라는 별명의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10년 전부터 축협에서 일하다가 3년 전부터 광명시장에서 정육점을 맡아 하는 친구랍니다. 
 

친구 피래미는 작년 3월, 5살 연상의 여인과 1년간의 연애 끝에 화촉을 밝혔습니다. 우선 별명이 피래미가 된 유래에 대해 간략히 설명 드리자면, 사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절대 동안을 자랑하며 목소리는 아직도 중,고등학생처럼 미성을 간직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피래미가 된 사연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여름 방학 보충수업 때였습니다. 영어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면서 숙제하기 싫은 사람 손들라고 했는데, 그때 친구 녀석이 혼자 손을 들었고 당황한 영어 선생님께서 친구를 보면서 "이런 피래미 ㅈ ㅁ ㅎ 놈을 봤나!" 라며 혼을 냈습니다. 그 후로 친구들 사이에서 그 친구의 별명은 피래미가 됐습니다. 
 

  
어머니께서 주문한 소고기 국거리도 살 겸, 오랜만에 친구 녀석 얼굴도 볼 겸 6637 버스를 타고 광명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작년에 광명시장에 들렀을 때도 느꼈던 점인데, 그곳은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곳이었고,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설 연휴가 다가와서인지 시장은 그 당시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습니다.

 

재래시장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싼값에 푸짐한 먹을거리겠죠.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 2,000원짜리 해물칼국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수 한 그릇이면 온몸이 사르르 녹을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 맛을 못 본 게 한이 될 정도였습니다.


조만간 꼭 다시 찾아와 맛보겠다고 다짐하고 친구가 일하는 정육점으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유혹은 계속되었습니다. 찐만두와 직접 만든 손두부가 군침으로 입안을 흥건하게 하더니,


결국, 족발 앞에서 침을 흘리게 하더군요.


심지어 사진 찍는 절 보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맛보고 가라며 공짜로 전을 주시려고 했습니다.

이처럼 재래시장 광명시장 안에는 정(情)이 있고, 그 정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시장 내 많은 사람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친구의 정육점에 도착했습니다.
 


친구는 오랜만에 만난 날 보며 인사할 겨를도 없이 한우를 포장하기에 바빴습니다. 혹시나 구제역 때문에 정육점이 비어 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제 노파심일 뿐이었습니다.



남들 앞에서 쭈뼛거리고 말도 잘 못하던 학창시절의 피래미는 어디 갔는지 없고, 손님들께 농담도 건네가며 너스레까지 떨고, 에누리하는 손님 비위까지 맞춰가는 장사꾼이 다 되었더군요. 



학창시절엔 꼴찌와 함께 성적도 사이좋게 뒤에서 머물며 융통성 없이 지내던 녀석이 손님들을 위한 이벤트까지?


고기를 칼질하는 모습에서도 10년 차 장인(?)의 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어머니가 주문하셨던 국거리 소고기를 정성스레 진공으로 포장해서 줍니다. 

손님이 모두 나간 후에 담배 한 대 피면서 구제역 때문에 매출에 피해는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뜻밖에 설 대목이라 그런지 소비는 크게 줄지는 않았고, 손님이 예전에 10명이었다면 7명 정도는 고기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돼지고기 값이 많이 올라 소비자들이 불만이 많고, 자본력이 있는 중간 유통업자들만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상태라고 하더군요. 7~8년 전 구제역 당시에는 정말 손님이 없어 힘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은 매출이 줄었어도 다행이라고 합니다.

안양 축협에서 처음 일을 배우고, 성실히 일한 덕에 3년 전부터 지금의 정육점을 맡게 된 친구는 '옛날 분들이 정육점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속이고 팔고 한우에 대한 믿음이 적다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자신은 정직하게 장사하겠다는 신념으로 삼고 장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어머니가 고향에서 고향 정육점을 못 믿듯이 아직도 정육점에 대한 편견을 갖는 분들이 종 종 계신가 봅니다.  

친구가 일하는 모습을 DSLR로 촬영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되질 않아 영상편집은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일하는 모습의 영상은 편집이 끝나는 대로 다음에 보여 드리도록 할게요. 우선은 친구 피래미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30대 후반임에도 귀여운 외모와 미성의 목소리 확인하시죠. (26초 영상입니다)

   

"구제역 때문에 원가가 오르고 소비가 줄었지만, 열심히 하면 좋은 날 오겠지"라며 웃으며 대답하는 친구에게 정육점을 나오기 전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광명시장이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확정돼서 몇 년 후면 없어진다고 합니다. 친구는 아직 시간이 많아 걱정 없다고 애써 태연한 척 했는데, 어쩌면 고향에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하더군요.


 이런 고민은 동창생 고향 친구 녀석만의 고민은 아니겠죠. 전을 부치며 맛보고 가라며 공짜로 건네시려던 아주머니와 한 그릇에 2,000원 하는 해물칼국수로 많은 사람의 배를 따뜻하고 든든하게 해주시는 상인들이 앞으로 닥칠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광명시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담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지난가을 맡았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몇 달 동안 백수로 자비 털어가며 블로그 콘텐츠를 위해 취재하러 다닌다니까 정신 넋 빠지고 배불렀다며 비아냥거리더니, 제가 강호동만큼이나 고기 좋아하는 걸 알고 기운차리라며 치맛살을 챙겨줍니다.


친구 덕에 육즙이 적당히 베어 있는 한우 맛있게 먹고 기운 차렸습니다. 구제역이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이상 없는 거 아시죠? 공급은 줄고 수요가 늘었으니 전셋값 오르듯 고기 값이 상승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이런저런 편견 갖지 말고 고기 먹읍시다! 경기도 광명 인근에 사시는 분들은 광명시장 내 안심한우 정육점에서 고기 주문하세요. 심지어 전국으로 택배 배달된답니다.


피래미! 친구 철진아!~ 모든 게 다 잘 될것이다! 잘 살거야!~ 항상 건강하고 날마다 행복해라!
(피래미의 정확한 표현은 '피라미'가 맞지만, 친구의 별명 그대로 피래미로 표현했습니다)

이상 생각하는 꼴찌의 세상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과 행복>이었습니다.


수요일은 [영화]관련 포스팅이 있는 날입니다.
잔잔한 감동과 울림이 있는 영화 <글러브>에 대한 생각하는 꼴찌의 짧은 생각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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