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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어회화 때문에 아프리카 출장가면서 쩔쩔맨 사연

꼴P 2011. 3. 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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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2009년 콩고민주공화국으로 9박 10일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난 생 처음 혼자서 비행기를 타며 생긴 에피소드와 추억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혼자 비행기 타는 게 무슨 이야기꺼리가 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꼴찌에게는 잊지못할 에피소드였답니다. 영어 회화실력이 형편없는 꼴찌가 난 생 처음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갔던 지난 날에 관한 이야기 보시죠. 


 



2009년 7월, 존경하는 선배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 너 아프리카 다녀온 적 있어? "

" 네. 2007년에 에티오피아 다녀온 적 있습니다. "

" 그래? 그럼 아프리카 다녀와라!" 

 선배의 호출을 받고 맡게 된 프로는 기아로 고통받는 빈국의 아이들을 위한 모금 방송이었습니다. 연중 기획 프로그램으로써 국내 NGO와 함께 제작되는 대형 프로젝트였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꼴찌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편을 맡게 되었답니다.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로 고통받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아이들을 취재하는 것이 제 몫이었습니다.

설렘과 부담속에서 출장준비를 하던 중 갑작스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출장 떠나기 며칠 전, NGO단체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비행기 항공편 예약에 문제가 생겨 한 명만 하루 먼저 출발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하루 숙박하고 스탭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좌석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바로 저라는 통보를 받게 된거죠.

영어회화가 안되는 꼴찌, 
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해야 한다는 소식에 당황!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비행기 항공 예약을 맡았던 NGO 직원에게 왜 나 혼자 가야하냐며 되물어 그 직원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영어회화가 기본인 NGO 직원이 보기엔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과 마찬가지였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 꼴찌에게는 그 동안 해외출장을 혼자서 다녀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영어회화라고는 알파벳 외우고 이름정도 말하는 수준이었으니, 홍콩에서 경유하는 과정에서 비행기는 제대로 탈 수 있을지, 입국심사 때 물어보면 대답은 어떻게 해야할 지 소심한 꼴찌는 부담이었답니다.   

고민끝에 팀장님께 비행기 스케줄 문제로 혼자 선발대로 떠나야 하는데,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하루 묵을 숙소까지 안내해 줄 현지 코디를 섭외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꼴찌와는 처음 일해보는 팀장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셨겠죠. 촬영에 필요한 인원도 아니고 혼자서 하루 먼저 출발하는데 무슨 코디가 필요할까 생각하셧겠죠. 

그런데, 그 날 오후 팀장님은 저를 부르시더니

" 알아보니 요하네스버그 치안상태가 좋지 않네. 장비 도난 사건도 있다고 하니 코디 섭외해서 안전하게 다녀와"
 
하시며 현지 코디를 섭외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날 저녁 집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요하네스버그 한인회에 연락을 했고, 한인회장의 소개로 한강하우스라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님을 소개 받았습니다. 요하네스버그에 마중나올 것을 약속받고 나서야 소심한 꼴찌는 그제서야 안심은 했지만, 스스로도 참 한심했습니다.  

출발 당일, 짐은 개인짐과 카메라가방 트라이포드 밖에 없었습니다. 후발대로 올 AD에게 NGO직원과 출연배우 잘 챙겨서 오라고 전하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 출발 지연으로 홍콩 공항에서 발 동동 구르다

첫번째 과제는 홍콩에서 헤매지 않고 요하네스버그 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출발 시간이 30분 지연되었는데, 꼴찌는 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홍콩에서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비행기의 출발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밖에 여유가 없는데, 30분 지연으로 출발하니 한 시간만에 비행기를 갈아 탈 수 있을지, 비행기가 제 때 출발해서 영화 <터미널>처럼 미아가 되는 건 아닌지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비행기가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채 출발하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죠. 

영어회화는 커녕 중국어도 모르는 제가 비행기 환승에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홍콩에 도착했을 때 예상대로 환승 시간은 1시간 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홍콩으로 입국하는 승객들과 함께 섞여서 방향을 잘못 향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역시 지나친 걱정이었습니다. 환승을 안내하는 예쁜 승무원께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온 몸에 긴장이 풀리고 땀을 닦을 여유까지 생겼죠.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자 비행기 안에는 흑인과 백인이 뒤섞여 있었고, 한국인은 쉽게 찾을 수 없었는데 제 좌석을 찾아가자 정말 공교롭게도 한국인 아저씨가 앉아 계셨습니다. 50대 중반의 아저씨는 앙골라 건설현장에 파견근무를 가시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아저씨덕에 13시간이 넘는 비행동안 서로 말동무가 되었는데요. 아저씨게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 사실은 제가 해외 출장을 혼자서 가는 건 처음이라 진땀 흘렸어요." 

" 나이 50 넘었어도 이렇게 혼자 다니는데 젋은 양반이 뭐가 두렵다고..." 

" 아니, 제가 영어회화가 안되거든요.(ㅠ.ㅠ)" 

" 나는 어디 영어를 할 줄 아는감? 내가 20대 때 처음 베트남에 일하러 갔을 때 길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데 손짓 발짓 하면서 일터 찾아갔었지.
인간이 지레 겁부터 먹어서 그렇지, 세상에 안되는 건 없어 " 

투박한 아저씨의 말 한 마디가 꼴찌에게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지극히 단순한 이치이긴 합니다만 세상살면서 왜 쉽게 자신감을 잃고 살아가는 걸까요? 마음 먹기에 달려있는 것인데요. 꼴찌는 이제 혼자 비행기 타는데 큰 두려움을 갖지 않습니다. 닥치면 인터넷이나 자료를 통해 꼼꼼히 검색하고 준비를 하겠죠.  

경험 해 본자와 해보지 못한 자의 차이, 세상에서 경험이 주는 교훈은 무시 못 할 것입니다. 식은 땀 흘릴정도로 긴장된 여정이었지만, 그날의 경험은 꼴찌에게 용기를 갖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꼴찌도 할 수 있다!!! <다음편에 계속>  

         
           
     

다음주는 요하네스버그에서 트라이포드 실종사건과 민박집에서 만난 한국인 그리고 콩고 루붐바시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가도록 할게요.  ☞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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