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불안과 결핍을 가지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꼴P 2011. 3. 8. 12:04
728x90
반응형
이글은 2011년 3월 18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신사동 제이타워에서 경기창조학교 주관으로 크리에이티브 감독(CD) 박웅현님의 책들여다보기 특강 두 번째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날도 책읽기 싫어하는 꼴찌는 박웅현CD님이 읊어주는 짧은 한 구절에 동공이 풀리는 기이한 현상과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보려고했던 열 일곱 때의 감수성을 되찾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 내 몸은 풍경속으로 향하고 풍경은 내 마음속으로 향했다 ' 
  

소설가 김훈 님의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오늘의 글은 어떤 한 인물에 관한 휴먼이야기가 아닌 <책들여다보기> 특강 후 만난 수강생들과의 뒷풀이 자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느낌을 정리한 글입니다.

박웅현CD님의 특강에 대한 소개는 지난 포스팅에서 한 적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를 클릭! 



                        ▲ <책 들여다보기> 특강 후 박웅현 멘토와 수강생들이 함께 한 뒷풀이 현장

2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신사역 뒷골목에 위치한 '야들리에' 라는 호프집에서 간단한 뒷풀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의를 들은 모든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어색하고 낯설긴해도 의미있는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모두가 불안과 결핍을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먼저 당돌한 or 당당한 여자 한 분이 통성명을 제안해서 차례대로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저희 테이블에는 25세의 대학생(남자사람A), 30대 후반의 모바일 기획자(여자사람B), 20대 후반의 대학원생(여자사람C), 40~50대로 보이는 여행업 종사자(남자사람D), 그리고 블로거 꼴찌(Z) 이렇게 다섯명이 앉게 됐습니다. 편의상 A,B,C,D,Z로 표현할게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만남을 가진 다섯명은 저마다 다양한 캐릭터가 있었는데요. 

시종일관 '불안'이라는 화두로 술자리를 철학적으로 이끌어간 대학생 A. 뭔가 피곤함이 가득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건지 졸고 계신건지 눈을 감고 계시던 기획자 B. 섬에서 자라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진학하고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신다는 C, 여행업에서 종사하시면서 동시에 프리스타일 축구로 유명한 우희용 씨의 매니져일을 맡고 계신 D, 모자 쓴 외모는 나름 동안인데 모자 벗으면 40대 중,후반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노안 종결자 꼴찌.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는 두 시간의 특강 시간만큼이나 빨리 흘렀습니다.

그 날 오갔던 대화를 모두 정리하기에는 꼴찌의 뇌용량이 부족해 불가능한 일이고 가장 인상깊었던 느낌을 정리하자면 대학생 A의 호기심 가득한 질문이 대화의 중심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한 불안때문에 고민한다는 대학생 A에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그 일에 대해 준비하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을 즐겨라, 기획과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고했으니 지금부터 자신의 삶을 기획해봐라 등 밥 숟가락 몇 번 더 얹었던 자신의 밥심을 무기로 B,C,D,Z는 어린 친구에게 경험과 충고를 건네기도 했는데요. 

모바일 기획자 B는 알랭 드 보통(꼴찌는 특강을 통해 이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는(ㅠ.ㅠ) 수확을 얻었지요^^) 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거론하며불안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불안'이라는 화두의 대화는 '결핍'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는데요. 

  섬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여인이 고등학교 기숙사에 대한 로망을 품고 성장하다가 섬에서 육지로 나와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고 합니다. 막상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해보니 자신이 그리고 있던 그림과는 틀려 실망하고 적응을 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답니다. 검정고시로 대학을 진학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해외 여행을 하며, 돈 떨어지면 현지에서 일해 또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며 지내왔다는 여인 C. 

그 여인이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는데요. 그 여인이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건넨 화두는 결핍이었습니다. 

자신이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생활을 즐기며 살다보니 '보편에 대한 결핍'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자신의 지난 삶이 보편적이지 못했고, 그 보편적이지 못한 과정에서 결핍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보편적인 삶에 대한 결핍을 느끼지만, 저는 오히려 누구나 똑같이 겪는 초,중,고 12년의 교육과정과 2년 혹은 4년 혹은 6년의 대학과정을 마친 사람들 또한 서로 다른 불안과 결핍을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3월 13일 블로그 네트워크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어느 기업의 마케팅 과장이 트위터에서 떠드는 사람들은 모두가 가정이나 사회에서 뭔가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 같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작년 트웨스티벌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에게 트위터란? 이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한 적 있습니다. 당시 YB 밴드의 진정한 락커 윤도현님을 비롯해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자신만이 생각하는 트위터에 대한 짧은 정의를 내려주셨는데요. 그 중 한 여인은 '혼잣말을 들어주는 곳' 이라는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2010/03/27 - [화제/★현장속으로!~] - 2010 트웨스티벌 현장 후기 - YB 밴드 윤도현 과 트위터 친구들


@kkolzzi 라는 트위터 아이디로 트위터에서 때론 독백을 때론 일상에 대한 중계를 하며 수다를 떠는 저나 200만 명이 넘는 트위터 사용자들이 모두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불안'과 '결핍' 모두 사람에 의해 생기는 것이며 그 치유 또한 사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창조학교에서 기획한 노매딕이라는 특강이 끝나고 마련된 뒷풀이 자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 틀린 사람이 아님을 알게 하는 자리였으며, 소통을 통해 불안과 결핍을 치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트위터나 블로그 와 같은 SNS서비스가 가상 현실이라는 매트릭스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과 치유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누구나 겪고 있는 불안과 누구나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결핍.
우리는 불안과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입니다. 
                    


글 / 사진 꼴찌PD : kkolzzipd@gmail.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