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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여행] 물 맑고 공기 맑은 제천 10경 중 9경 탁사정

꼴P 2011. 8.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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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여름이면 족대를 들고 팬티만 챙겨서 시내버스를 타고 즐겨찾던 곳이 있습니다.

탁사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충북 제천 10경 중 9경에 해당하는 탁사정은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곳인데요. 탁사정은 물 맑고 공기 맑아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피서지입니다. 30년이 지났으니 강산이 세 번은 바뀌었을텐데, 탁사정의 운치는 그대로였습니다. 

고향가족과 외갓집 식구들이 한데 모여 맞이한 탁사정 나들이.
이야기가 있는 여행 <탁사정> 편 함께 떠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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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7월 31일) 

아내는 교육이 있어 지방으로 1박 2일 출장을 갔고, 전 딸을 데리고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막내 외삼촌이 휴가를 맞아 어머니께 염소탕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한 때 식당을 경영하셨을 정도로 어머니의 손맛은 주변에서도 소문났을 정도입니다. 원기회복도 할 겸 아이와 여행도 할 겸해서 소풍가는 맘으로 고향길에 나섰습니다.



사진: <탁사정> - 무단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kkolzzi



이 곳이 제천 10경 중 9경에 속한다는 탁사정입니다. 역사적인 자세한 상식은 제 지식이 짧아 해당 사이트로 링크합니다.


탁사정 관광정보 : http://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1379&type=spot





사진: <야유회> - 무단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kkolzzi


어렸을 적 물놀이 하러 자주 찾았던 탁사정. 30년이 지난 세월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물이 맑아 꺽지, 모래무지 등의 어종이 많이 살았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수심이 낮아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에 좋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수심이 깊은 곳도 있어서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할머니 생신 때 온 가족이 모여 물놀이하다가 고모할머니의 장난으로 튜브에서 떨어진 할머니가 깊은 물에 빠져 큰일날 뻔 한 적있었죠.




제가 도착했을 때는 가족들이 한창 식사 중이셨습니다. 어머니는 오랫만에 만난 동생들 사이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김장을 해도 서울에 살고있는 동생까지 챙길 정도로 손이 큰 엄마는 막내 외삼촌이 보낸 돈으로 염소를 새벽 5시부터 삶고 준비를 하셨다고 한다. 

탁사장에는 음식을 직접 준비해 먹을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주는 가든식당이 있는데, 주말 주일이면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사진: <사돈지간> - 무단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kkolzzi

  

8남매를 낳아 키우신 외할머니와 외동 아들을 키운 할머니. 사돈지간입니다. 아버지께서 외할머니께 용돈이 담긴 봉투를 드렸는데, 외할머니는 봉투에서 몇 만원을 꺼내 할머니께 건네십니다.
80순이 넘은 두 분 사이에 묘한 정(情)이 느껴집니다.

두 분은 사돈지간입니다.



사진: <일곱 살 차이 아저씨> - 무단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kkolzzi

이 둘은 동갑내기 일곱 살 악동들입니다. 한 녀석은 제 외사촌 동생이고, 한 녀석은 제 딸입니다. 촌수가 어떻게 되는건가요? 막내 외삼촌이 늦둥이를 낳는 바람에 동갑내기지만, 촌수로 따지면 아저씨와 조카사이입니다. 





사진: 75년 차이 - 무단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kkolzzi


할머니는 인절미를 드시고, 일곱 살 동갑내기 둘은 아이폰을 가지고 놉니다.

75년 이라는 세월의 간격이 사진 한장에 담겼습니다.

사진은...
늙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진: 탁사정 - 무단복제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kkolzzi
 

엄마, 외숙모, 이모 세 분이 모여 설거지를 합니다. 이 분들은 올케 지간입니다. 
때론 서로를 흠잡기도 하지만,

오늘은 당신들이 나누는 대화에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마치, 탁사정 정자 아래 핀 이름모를 꽃의 향기처럼...

 



그런데, 이 들을 취기에 젖어 애닳게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막내 외삼촌입니다. 언젠가 제 블로그를 통해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시골에서 무일푼으로 상경해서 자수성가한 분입니다. 이제는 인쇄소 사장이 돼서 염소값을 턱하니 내 놓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짠돌이입니다.  

외삼촌의 애닮은 시선은 내 어머니를 향한 시선이었습니다.

소주를 한 잔 삼키더니 동생과 저를 불러 앉혀 놓고 한 말씀 하셨습니다.

"너희 엄마가 새벽부터 너무 고생이 많은 것 같다. 내년에는 너희들이 알아서 엄마 편하게 숟가락 젓가락만 들게 만들어라!"

조용조용 말씀하시던 외삼촌의 마지막 한 마디가 진하게 전해집니다.

"너희 엄마이기 전에 내 누나다...
누나가 고생이 너무 많다"





내년에 다시 탁사정을 찾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어머니가 피서지에서 새벽녘부터 음식을 준비하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엄마! 염소 고기 잘 먹었어요!
힘내서 일 열심히 할게요^^

고맙습니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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